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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宗門第一書 ‘벽암록’ 첫 완역
민족사 12년 만에 출간 ... ‘낱말사전’도 내놔
민족사가 12년만에 발행한 벽암록 완역본
선종에서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로 불리는 <벽암록(碧巖錄)>이 처음으로 완역됐다.

<벽암록>은 설두중현(雪竇重顯 980~1052)이 <조당집> <전등록> 등에서 옛 공안 100개를 가려뽑아 송을 붙여 펴낸 <설두송고백책(雪竇頌古百則)에 원오극근(圓悟克勤 1063~1135)이 수시 착어 평창을 붙여 완성한 선종의 대표적인 저서다. 선 수행자들에게는 필독서로 통하는 <벽암록>은 ‘명성’에 비해 활발한 번역작업이 이뤄지지 않았었다. 구조가 복잡하고 1000년 전 선사들의 활발한 기상을 담은 육성을 오늘의 언어로 옮기는 일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벽암록>은 수시나 본칙을 중심으로 번역하는 정도였으며 판본의 대조 작업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민족사(대표 윤재승)가 12년간의 노력 끝에 5권 한질로 세상에 내놓은 <벽암록>은 7개의 칙들을 낱낱이 번역했다. <벽암록>의 7칙은 수시(垂示), 본칙(本則), 본칙의 착어(著語), 본칙의 평창(評唱), 송(頌), 송의 착어, 송의 평창 등이다. 이 같은 7칙을 차례대로 전부 번역한 것은 <벽암록>의 정신을 가장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판본에 대한 연구와 대조 작업도 그리 활발하지 않았으며 이본(異本)간의 대조를 통한 번역도 거의 없었다. <벽암록>의 판본은 대개 4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벽암록>의 완성자인 원오극근 스님이 제자들의 요청으로 3번에 걸쳐 강의한 강의록을 중심으로 판본이 형성된다. 즉 성도의 소각사(昭覺寺)에서 한 강의노트를 토대로 만들어진 판본이 첫 번째로 ‘촉본(蜀本)’ 또는 ‘천본(川本)’이라 하고 이후 2번의 강의록들이 ‘복본(福本)’과 ‘일야본(一夜本)’으로 명명됐다. 그러나 이 세 개의 판본은 원오 스님의 제자 대혜종고 스님에 의해 불태워 진다. 그로부터 190년 뒤인 원나라 초에 장명원이라는 거사에 의해 복간된다. 이 복간본이 ‘장본(張本)’으로 오늘날 전해지는 판본이다.

번역과 원고 정리에 9년을 바친 석지현 스님은 지금 전하지 않는 ‘촉본’과 ‘복본’의 내용은 주석서인 <불이초>와 <종전초> 등을 통해 대조 검토했다. 또 ‘일야본’은 일본의 선승 도겐(道元, 일본 조동종의 시조)이 송나라 유학 시절 하룻밤에 필사 했다는 책(일본 대승사 소장)으로 전해지다가 1942년 스즈끼 박사의 교정으로 간행됐는데 석지현 스님이 한 질 소장하고 있어 참고했다.
민족사가 3년간의 교정을 거쳐 내놓은 <벽암록>은 속어(당 송 시대 서민들의 언어)에 대한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정확성을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벽암록>의 언어들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벽암록 속어 낱말사전>을 따로 묶었다. 한 권의 어록을 위해 별도의 낱말사전이 간행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낱말사전은 각 칙별로 용어들이 상세히 해석되어 있어 혼자 <벽암록>을 공부하는 경우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활구(活句 반드시 참구해야 할 화두부분)와 사구(死句 단순히 언어적으로 이해하면 되는 부분)를 분명하게 나눠 준 점도 돋보인다. 100개의 공안 마다 일일이 활구 부분과 사구 부분을 적시해 줌으로 이해의 속도를 빠르게 할 뿐 아니라 문장 구조를 파악하고 뜻을 갈무리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시인으로, 명상록과 초기 경전 번역, 선시사전 출간 등 독보적인 활동 영역을 구축해 온 석지현 스님은 “언어로써 언어의 의미를 부숴버린 책이 <벽암록>”이라며 “스승(환성 스님)으로부터 <벽암록>과 선시를 배운 뒤 다른 길을 돌고 돌아 33년 만에 다시 <벽암록>으로 돌아 왔다”고 완역의 소회를 밝혔다.
임연태기자


임연태 기자 | mian1@hanmail.net
2007-06-08 오전 10:27:00
 
한마디
그런데 이번 번역이 왜 최초의 완역일까? 이미 완역이 있는데...
(2007-06-14 오후 1: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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