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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 미술치료는 환자의 무의식을 이끌어내 심리를 치료하는 과정입니다.”
만다라 미술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수전 핀처(66)가 5월 23일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의 ‘만다라를 통한 미술치료’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베스트웨스턴 강남호텔에서 열린 초청 특강에는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만다라 미술치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수전 핀처는 이날 “만다라에 그린 상징, 문양, 색깔 등은 그 사람의 무의식에 가려져 있던 심리, 불안 등 정신적 상태와 육체적인 건강을 반영한다”며 “한국에서도 나름의 상징체계를 갖춘 만다라 미술치료가 발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음악ㆍ미술ㆍ연극 등 다양한 예술치료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미술치료의 한 방식인 만다라 심리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 만다라 심리치료란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이뤄지는지를 살펴본다.
▷만다라
만다라(曼茶羅, Mandala)는 원(圓)ㆍ중심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다. 만다(manda)는 본질 또는 정수를, 라(la)는 소유 혹은 성취를 뜻하는 것으로 ‘본질을 깨닫다’ ‘정수를 얻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흔히 ‘만다라’라고 하면 티베트 불교의 만다라 불화(佛畵)를 떠올리는데, 이때 만다라는 깨달음의 심상(心象)을 시각 형식으로 나타낸 그림을 일컫는다.
만다라의 주된 형태인 원은 인간이 살고 있는 자연과 주변 환경의 모든 곳에 존재하며, 만 다라 형태는 동서양 문화권에서 초월적이고 정신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티베트의 만다라 불화와 태극형태, 기독교 성화에 표현되는 예수와 성인의 후광 등이 만다라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한편 나바호 인디언들은 모래만다라를 만듦으로써 상처와 병을 치유하기도 한다.
▷만다라 미술치료
만다라 미술치료는 고요한 환경에서 원 안에 다양한 형태와 무늬를 그리고 색칠하고, 이를 통해 정신적ㆍ신체적 치유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1960년대 스위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 G. Jung)이 심층심리학적 입장에서 만다라를 이해했다. 그는 스스로 만다라를 그림으로써 자기를 발견하는 체험을 한 후 환자들에게 적용해 그들의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려고 했다. 국내에는 약 10여 년 전에 소개돼 심리연구소나 복지시설 등에서 심리치료의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
만다라 심리치료 연구가들은 만다라를 그리는 동안 일상의 근심이나 걱정을 잊고 편안하게 몰입하게 되며, 또한 호흡이 규칙적으로 이뤄져 정신상태가 균형을 이뤄 내적 충만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여주 교수(원광대 미술치료학과)는 “만다라를 그리거나 만다라를 보고 명상에 잠김으로써 자기 감정을 알아내거나 수용하게 된다”며 “삶에서 어려움과 위기를 겪는 시기에 만다라를 그림으로써 자신을 발견하고 자아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이나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어른들에게 만다라 미술치료를 적용한 결과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강박 증세나 거식증, 폭식증, 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만다라 미술치료를 받을 경우 분열된 인성을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으며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만다라 미술치료는 그림 문양이 있는 만다라를 색칠하는 방법과 직접 만다라를 창작하여 그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초급자들은 문양이 그려져 있는 원에 색칠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만다라를 표현하는데 익숙해지면 직접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문양을 그린다.
만다라 미술치료에 필요한 준비물은 종이와 단단한 밑판, 문양그림과 자, 연필, 색연필, 물감 등.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주변을 정돈하고 마음은 편안하게 갖는다. 매트나 담요 위에 누워 숨을 깊게 들이 쉬며 호흡이 규칙적으로 이뤄지도록 한다. 집 근처 공원이나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와 느낌을 만끽한 후 집으로 돌아와 그 느낌을 만다라로 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자신이 쓰는 색이나 형태 등의 상징에 마음을 두지 않고 자신의 직관과 현재의 기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다. 그림을 잘 그렸는지를 평가하거나 색채가 갖는 상징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만다라 미술치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술치료사는 상담자가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가고 어떤 색과 도구를 사용하는지 등을 관찰해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상담과 심리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통 1장의 만다라를 완성하는 데 1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개인차가 있으므로 시간이 좀 더 걸리거나 몇 차례에 걸쳐 완성해도 상관없다. 여러 명이 함께 그릴 때는 대화를 가급적 삼가고 조용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림을 다 그린 후에는 서로 그림에 대한 느낌이나 그릴 동안 느꼈던 마음 상태를 이야기해도 좋다. 단, 만다라 그림에 대해 옳다 그르다 하는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완성된 만다라는 가까운 곳에 걸어두고 감상하거나 차곡차곡 모아 두면 자신의 그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참고문헌: <만다라를 통한 미술치료>(학지사, 1998) <만다라와 미술치료>(학지사, 2001), <만다라는 통한 내적치유>(해와달을그리는사람들, 2006) <미술치료의 실제 만다라>(미진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