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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직자, 대만 불교 교육현장을 가다!
땀이 온몸을 적신다. 햇볕도 따갑기만 하다. 그래도 대만불교 현장을 찾은 조계종 교직자 스님들의 눈과 귀는 강의실을 비롯한 각종 교육시설에 쏠린다.
조계종 전국 승가대학 교직자 스님들이 대만불교 현장을 탐방하기 위해 5월 26~29일 불광산사(佛光山寺)와 중태선사(中台禪寺), 법고산사(法鼓山寺)를 찾았다. 스님들은 철저한 교육 과정과 시스템 등을 둘러보며 한국 승가대학의 방향성을 점검했다.
#''인간불교''의 시작은 교육에서!
5월 26일 오후 4시 까오슝에 도착한 60여명의 조계종 교직자 연수단은 곧바로 불광산사를 찾았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불광산사는 싱윈(星雲) 스님이 개산한 사찰로 대만과 전세계에 200여 곳의 사찰을 세우고 불법홍포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불광산사는 특히 ''세계화''에 역점을 두고 사찰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불광산사에 도착하자 주지인 신페이(心培) 스님이 입구까지 나와 연수단을 맞는다. 대웅전에서 인사와 예불을 마친 양국의 스님들은 저녁에는 여래전(如來殿)에서 양국의 교육체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설명에 나선 불광산사 도감원장 훼이추안(慧轉) 스님은 "불광산사는 3대 교육체계로서 승가교육, 사회교육, 신도교육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스님에 따르면 불광산사는 불학원(佛學院)에서 출발했다. 불광산사가 창건(1967년)되기 전에 싱윈 스님은 교육을 위해 2년 전에 이미 불학원을 설립했다. 불광산사가 오늘날에 이른 것은 불학원에서의 출재가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훼이추안 스님의 말이다.
현재 불광산사에는 남녀 불학원이 따로 있으며, 출재가 구분없이 교육을 하고 있다. 불학원 신입생의 99%가 재가자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출재가에 대한 구분이 없다보니 사부대중이 모두 평등하며 또 재가자의 80~90%는 불학원 과정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출가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영어와 일어 불학원은 물론 인터넷 불학원도 개설돼 있다. 외국인중에서도 불학원에 입학해 언어 과정을 마치고 입학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학제는 2년제와 4년제로 나뉘어 있으며, 2년의 기본과정을 마친 사람은 3학년으로 진급해 공부를 심화할 수 있다. 2년과 4년에 상관없이 졸업 후 진로는 불광산사가 보장해 줌으로써 학생들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다.
여자불학원 주임인 쥐에위(覺愚) 스님은 "불광산의 인간불교 이념은 철저한 교육에서 출발한다"며 "승가교육뿐만 아니라 신도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여 사회 속에서 불교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명이 끝나자 한국 스님들은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범어사 승가대학 학장 지오 스님은 "폭넓은 교육을 시키려면 교재가 중요한데, 어떤 교재를 쓰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쥐에위 스님은 "12권짜리 불광 교과서와 싱윈 스님이 편찬한 불광 총서 등을 주 교재로 쓰고 있다"며 "교리와 역사, 계율은 물론 동성애와 같은 현대사회의 이슈들에 대한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과목도 따로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훼이추안 스님은 유마사 승가대학 학장 일장 스님의 승려노후대책 관련 질문에 대해 "불광산사는 재작년부터 퇴직제도를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며 "노장 스님들은 따로 마련된 시설에서 즐겁고 편안하게 수행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백양사 승가대학 학장 법광 스님은 "교육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며 "특히 전통강원의 틀을 극복하고 외국어 교육 등에서 현대화된 시스템을 도입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덕사 강사 원산 스님도 "교리뿐만 아니라 계율 교육에도 철저하기 때문에 불광산사에 많은 불자들이 올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 승가교육체제에서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선종총림과 세계불교교육단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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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불광산사의 구석구석을 돌아본 연수단은 타이중에 있는 중태선사를 찾았다. 중태선사는 37층 높이로 다보탑과 흡사하게 생겼으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할만큼 규모가 큰 사찰이다.
중태선사 부주지 지엔다(見達) 스님은 "중태선사는 선종도량으로 중국 임제종 법맥을 잇고 있다"며 "학술, 과학, 예술, 교육, 생활불교를 중심에 놓고 불법(佛法)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태선사에서는 현재 300여명의 학승이 불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특히 전세계에 100여곳의 선수행센터를 설립해 수행중심 도량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불학원은 4년제로 운영되며, 3개 도서관에 10만권이 넘는 책을 배치해 스님과 학생들은 물론 불자들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설립해 9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기공식을 하기도 했다.
지엔다 스님은 승가교육과 관련해서 "모든 공부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며 "문자화된 교재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진행하는 마음공부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셋째날 찾은 진샨의 법고산사 역시 불교교육 우선이었다. 법고산사는 ''세계불교교육단지''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8만평 부지에 사찰 자체를 거대한 대학캠퍼스와 같이 구성해 놓아 연수단 스님들의 주목을 받았다.
법고산사 수좌 훼이민(慧敏) 스님은 "법고산사는 3대 교육 목표로 대학원교육(승가교육)과 대보편화 교육(사회교육), 대관심교육(구호봉사 교육)을 설정해 놓고 있다"며 "이러한 것은 모두 불법(佛法)에서 출발해 불법(佛法)으로 회향한다"고 말했다.
훼이민 스님에 따르면, 법고산사 불학원에는 출재가 모두 입학해 계율 관련 강의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함께 교육을 받으며, 재가자는 1학년을 마치고 시험을 통과해야 출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불학원에는 4년제 불학과와 2년제의 승려양성반, 6년제의 선학과가 각각 개설돼 있다. 교과과정은 계정혜 삼학(三學)을 두루 섭렵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고 한다. 불학원이 정부인가를 아직 받지 못해, 법고산사 스님들은 연수학원을 통해 대학원 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
훼이민 스님은 운문사 승가대학 강사 명법 스님의 연수학원 운영 과정 관련 질문에 대해 "연수학원은 재가자들에게도 입학기회가 주어진다"며 "출가자들의 입학이 저조해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법고산사 불학원 부원장인 궈징(果鏡) 스님은 "한국 스님들은 어떻게 참선공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선종(禪宗) 운영 방법을 묻기도 했다.
청암사 승가대학 학장 지형 스님은 "3개 사찰 모두 교육뿐만 아니라 복지와 문화 등 국민들의 마음 공부를 주도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계종 전통강원 시스템이 결코 대만에 비해 열악하지는 않지만, 현대교육 부분에서는 배울 것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광사 승가대학 강사 무애 스님도 "조계종도 학인 스님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대만 불교가 ''교육을 중심으로 한 생활불교''에 역점을 둔 모습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찜통 더위 속에서 숨돌림 틈도 없이 대만불교 교육현장을 둘러본 교직자 스님들은 5월 29일 ''전통과 현대 교육의 조화''라는 화두를 들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터뷰
“한국불교 세계화 위한 단초 마련”
연수단장 법장 스님(교육원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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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강원교직자 연수에서 조계종을 대표해 단장 역할을 수행한 교육원장 법장 스님이 내린 이번 연수의 성과다. 스님은 “애초에 강원교직자회의에서 교육의 직무연수의 일환으로 사기진작과 종단 관심유도 차원에서 해외연수가 마련됐다”며 “준비과정에서 연수에 맞는 알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특히 이번 연수에서 배울 점은 철저한 교육에 기초해 40여년 밖에 안 된 역사성을 가지면서도 국제화에 성공한 대만불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우선 시설 측면에서 열악하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눈뜨지 못한 점과 우수한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한 우수한 교육인력 양성이 부족함을 지적한 스님은 “이 부족한 점이 바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불교의 교육체계가 대만불교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음도 확인했다는 스님은 “현재 대만정부 차원에서도 승가교육체계에 대해 정부가 인정하는 교육기관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보며 우리나라도 1000년여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강원에 대해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데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간에서 국가 기관 감사들의 연수가 외유성으로 밝혀져 눈살을 찌푸렸지만 강원교직자 스님들의 해외 연수는 허투른 시간이 전혀 없었다는 스님은 “이번 연수를 계기로 빠듯한 종단예산이지만 앞으로 정기적인 해외연수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현실화된 불교 접해 보았다”
참가자대표-전국강원교직자회장 우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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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교직자 해외연수에서 참가자를 대표한 전국강원교직자회장 우진 스님(통도사 강주)은 명약관화한 평가를 내렸다. 이번 연수는 일선 주지스님들이 동참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스님은 “대만불교에서 배울 점은 계율을 중시하는 풍토를 통해 승가의 위의를 지키고, 신도들에 대한 봉사, 자비, 섬김으로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수천억에 달하는 불사금이 신도들의 보시에 의해 이루어지고, 매머드급 종합도량이 신도들의 원력과 신심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 이를 증명해 주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한국불교가 출재가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고 사찰에 신도들을 위한 공간을 배려해 수행과 포교를 출재가자가 함께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 없이 수행과 사회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대만불교를 통해 알 수 있었다고 강조한 스님은 “한국불교가 세계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찰이 철저한 교육을 중심에 두고 승려교육, 신도교육, 사회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스님은 “3박 4일 일정이어서 주마간산식의 하드웨어만 접할 수 있어 구체적인 소프트웨어 배우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강원교직자들에 대한 외국어의무교육 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마련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원교직자 대만연수 이모저모 | |||||||||||
대만 불교계 조계종 환대
O...이번 연수에 대해 대만불교계의 적극적인 환대가 눈에 띄었다. 불광산사, 중대선사, 법고산사 등 주요 대만 불교계는 창건주인 방장스님이 해외 출타해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불광산사는 공항에까지 나와 손님을 맞이했으며, 대웅전 앞까지 차량을 진입시켜 적극 환영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대만에 조계종에 대한 이해도가 깊기도 했지만 3일 앞서 선발대를 파견해 꼼꼼하게 준비한 교육원 실무진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계속된 질문 연수 분위기 고조 O...3일 동안 진행된 연수에는 많은 질문이 쏟아져 고조된 연수분위기를 대변해 주었는데. 특히 첫날 불광산사에서는 밤 늦도록 불광산사 승가교육 체계에 대한 질문이 이어져 제대로 잠도 못잤다. 이튿날과 셋째 날에도 계속된 질문공세에 연수 일정이 차질이 생길 정도였는데. 하다못해 마지막 날에는 일정진행상 공식질의 응답을 한정해 개인적으로 질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중대선사, 10만여 권 장서에 놀라움 표시 O...둘째날이 중대선사를 견학하는데 들른 곳 가운데 한곳이 도서관이었는데. 그곳에는 5만권에 달하는 장서가 소장돼 있어서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사찰 규모의 놀라움도 컸지만 어마어마한 불서를 소장하고 있는데 놀라움이 컸다. 사찰측은 이곳 말고도 중대선사에는 도서관이 있으면 합하면 총 10만여 권이 넘는 불서가 있다고 말했다. 중대선사에서 한국 반기는 무지개 떠 O...둘째날 중대선사에서는 드문 일이 벌어졌는데. 점심공양을 마치고 사찰견학에 나선 스님들이 돌아올 때 쯤 되자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갔다. 처음 모인 자리에 도착하자 중대선사 앞에 있는 사찰을 배경으로 큰 무지개가 떴다. 사찰견학을 안내했던 중대선사 스님은 “한국 스님들에게 드리는 중대선사의 선물”이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한국 스님들이 떠나려하자 무지개도 소나기도 뚝 그치기도 했다. 한국 승가교육 체계 관심 높아 O...연수 3일 째인 법고산사에서 간담회가 마련됐는데. 부방장급에 해당하는 중국불교학연구소장 후웨이 미안(慧敏) 스님이 최근 한국 승가교육 개혁바람에 대해 언급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이 자리에서 스님은 “해인사가 승가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방문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그리고 과거에 가능했던 강원졸업생들의 동국대학교에 편입이야기를 꺼내 한국의 조계종단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법고산사서 함께 발우공양 해 O...마지막 날인 진샨(金山) 법고산사에서는 한국과 중국측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모두 동참한 가운데 발우공양이 진행됐다. 공양실에 함께 한 한국의 사부대중들은 3개의 그릇과 1개의 접시에 젓가락으로 진행된 중국식 발우공양 체험을 했다. 처음 중국식 발우공양을 하는 관계로 묵언으로 공양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시작하기 전에 마이크를 동원해 발우공양 방법에 대한 사전교육도 진행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중국서 동문수학 스님 만나기도 O...세계가 좁아서인가. 대만 법고산사에서는 한국스님과 대만스님의 만남도 이루어졌는데. 한국의 동학사 교수로 재직 중인 명선 스님은 대만 법고산사 과경(果鏡) 스님을 만나 해후의 정을 나눴다. 이들 스님들은 일본 교토불교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선후배 사이였다. 선배인 명선 스님은 “대만 어디에서 강의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여기서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측, 강원교재 선물로 전해 O...강원교직자 대만연수에서 각각의 사찰에서는 선물이 전해졌는데 한국측은 세군데 모두에 강원교재를 선물로 전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이번 연수에서 확인한 부분은 한국의 강원교육 시스템이 대만에 비해 외국어 영역을 제외하고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그래서인지 전통한지에 전통방식으로 제본해 보자기에 싼 강원교재를 받은 각 사찰에서는 큰 보물을 받은 듯 고마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