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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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안거 결제법어]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양변 떠난 참 경지 참구하라"
법전 스님
불기 2551년 하안거 결제일(5월 31일)을 맞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결제 법어를 내렸다.

법어를 요약하면 “당나라 시대 마곡보철 선사가 장경 선사와 남전 선사를 차례로 방문해 자기의 수행경지를 보이니 두 선사로부터 ‘옳다’와 ‘옳지 않다’라는 각각 다른 답변을 듣게 된다. 이 답변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양변을 떠난 그 참 경지가 무엇인지 이번 결제철에 용맹정진해 그 답을 찾아보라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마곡보철 스님은 마조 선사의 법을 이었으며 신라 구산선문의 하나인 충남 보령 성주산문 개창주인 무염낭혜(無染朗慧) 선사의 스승이기도 하다.

하안거 결제는 하루 전날인 30일 저녁, 결제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고, 입제 당일 오전 10시경 사찰별로 방장스님 등 큰스님을 모시고 결제법어를 청한 후 3개월간의 참선정진에 들어간다.

조계종은 매년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수좌스님들이 방부를 들여 수행에 매진하고 있으며, 일반사찰에서도 이 기간 동안 수행에 매진한다.

안거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차년도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다.

산스크리트어 바르사바사(varsavas)의 역어로 인도의 우기(雨期)는 대략 4개월 가량인 데, 그 중 3개월 동안 외출을 금하고 정사(精舍)나 동굴에서만 수행했다. 우기에는 비 때문에 도보여행이 곤란하고, 초목과 벌레 등이 번성해지는 시기이므로 외출 중에 이들을 꺾거나 밟아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은 법전 스님 하안거 결제법문 전문.

조계종정 해인총림 방장 도림법전 선사 정해년 하안거 결제 법어

옳도다, 옳지 않도다

마곡보철 선사가 석장(錫杖)을 들고서 장경회휘 화상의 회상으로 갔습니다.
그리하여 장경이 앉아있는 선상을 세바퀴 돈 후에 석장을 한번 흔들고는 우뚝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장경이 말했습니다.
“옳도다. 옳도다.”
선사가 다시 남전보원화상에게 가서 똑같이 스님이 앉아있는 선상을 세 번 돌고 석장을 한번 흔들자 남전이 말했습니다.
“옳지 않도다. 옳지 않도다.”

사실 장경이 옳다고 한 것도 마곡의 껍질에 빠진 것이요, 남전이 옳지 않다고 한 것도 마곡의 껍질에 빠진 것입니다. 그래서 설두중현선사는 옳다고 한 것과 그르다고 한 것이 모두 ‘틀렸다’고 착어(着語)한 바 있습니다. 장경은 왼쪽 눈이 반근이요 남전은 오른쪽 눈이 여덟 냥 밖에 되지 않습니다. 눈썹사이에 피 묻은 칼날을 간직하고 있긴 합니다만 세치 혀 위에서 바람과 우레를 일으켰을 뿐입니다.

따라서 참으로 눈 밝은 선지식이었다면 그가 선상을 돌기 전에 먼저 삽십방을 때려야 했습니다. 옳다 해도 옳을 것이 없고 그르다고 해도 참으로 그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올빼미와 닭은 밤과 낮을 따라 공연히 갈라질 뿐입니다. 총림에 구구하게 시비가 일어날 때, 그걸 듣고서 망설이게 된다면 바로 해골 앞에서 귀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 사람은 옳다고 하고 한 사람은 옳지 않다고 한 것을 듣고서는 분별하여 동의한다거나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공안에 대하여 개선선섬(開先善暹)의 법을 이은 천장보월(天章寶月)선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옳다고 말하든지 그르다고 말하든지 간에 그 말을 듣자마자 선상을 다시 한 번 돌고서 나가버려야 했다.”

그렇다면 결제대중에게 이 산승이 묻겠습니다.
도대체 한 바퀴를 다시 돈 것은 어떤 장처(長處)가 있는 것입니까?
이번 한 철 동안 옳고 그름을 떠난 ‘한 바퀴 더 돈 그 도리’의 낙처(落處)를 잘 참구해보시기 바랍니다.

차착피착절기염각 此錯彼錯切忌拈却하라
사해랑평백천조락 四海浪平百川潮落이로다
석장가풍고십이문 錫杖家風高十二門에
문문유로공허소삭 門門有路空虛蕭索이로다

이래도 틀렸다 저래도 틀렸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라
사해에 물결이 잔잔하고 모든 강물에 썰물이 빠졌구나
석장의 가풍이 열두 대문보다도 더 높은데
문마다 장안에 이르는 길이 있건만 텅 비어 쓸쓸하네


불기 2551(2007) 하안거 결제일에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7-05-30 오전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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