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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산 길섶에 장승을 세우기 위해 이운하고 있는 참가자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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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권 가야산이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관통도로, 송전철탑, 골프장 건설로 시름하고 있다. 옛부터 많은 문화유적을 간직한 명산 가야산은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상왕산 기슭의 ‘서산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을 비롯해 보원사지(사적 316호), 백암사지 등 100여개의 폐사지와 보덕사 개심사 일락사 문수사 보원사 등 현존 사찰이 있는 불교유적의 보고이다.
가야라는 말은 코끼리를 뜻하는 말이고 상왕은 코끼리의 왕으로 흰 코끼리가 석가모니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의 태에 들어온 부처님의 상징인 것이다. 가야산은 백제 시대 때부터 중국과 사신왕래, 유학, 무역을 통하는 길로서 금강 하구와 한 축을 이루는 중요한 장소였다. 뿐만 아니라 가야산은 충청남도 서북부에 돌출된 태안반도의 동쪽을 남북으로 달리면서 동쪽으로는 예당평야지와 서쪽으로는 서산 태안지역으로 나누는 곳이다.
내포지방은 이중환의 <택리지>에 서쪽 해안의 포구가 내륙쪽으로 들어와 있는 서산 당진 태안 예산 등 10여개 고을이라고 처음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곳에 충청남도가 450억원의 예산으로 계획하고 있는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 남연군묘에서 시작해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보원사지에 이르는 폭 7~10m, 길이 10.059km에 이르는 ''가야산 순환도로''와 ‘고압전선철탑’을 건설할 계획이다.
가야산 남연군묘 앞에 가야산을 지키기 위해 환경운동가, 지역주민, 불자 등 300여명이 5월 25일 1시 3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가야산 오르는 산길에 ''백제의 미소 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길의 숨소리와 문화유산의 보고를 보고 느끼고 지키기 위해서다.
‘백제의 미소 길’ 명명식에서 가야산연대 집행위원장 정범 스님(보원사 주지)은 “이 산은 차가 다니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가 좋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어이없는 탁상행정으로 천년역사와 비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길을 ''백제의 미소 길''로 명명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산을 지키기 위해 이들은 새로운 도로가 날 가야산 자락 길가에 부부장승을 세웠다. 신랑 장승은 머리에 백제의 5층석탑을 의미하는 관을 쓰고 ''천하 대장군'' 대신 ''백제의 미소 길''이라는 문구가 쓰여졌다. 각시 장승은 ''백제의 문화를 밝히라''는 뜻에서 족두리에 검은 해가 그려졌다. 장승을 깎은 방유석(48·충남 예산군)씨는 "가야산에 순환도로가 생긴다는 말에 기막혀 장승을 만들게 됐다"며 "현재까지 밝혀진 80여곳의 사지에 장승을 세워 이 산이 불교 성산임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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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가야산 숲길을 서로 손을 잡고 걸으며 자연속에 파묻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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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오르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모두 맨발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평소에 맨발로 걸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산길을 걷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아름다운 산을 바라보며 눈길을 멈추지 못했다.
예산 공주대 지역사회개발학과 강선영 학생은 가야산 개발과 개발 저지 운동에 대해 수업 시간에 알게 돼 참가했다며 “맨발로 가야산을 오르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가야산의 느낌을 알게 돼 기쁘다”며 “이 산이 지켜질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었다.
마가 스님은 가야산을 오르는 중에 참가자들에게 “가야산과 나와 남을 느끼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조용히 한발한발 나아가라”며 말하고 자연을 지키고 남을 위하길 원한다면 “성 안내는 얼굴을 공양구로 삼고, 부드러운 말 한마디와 진실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하라”고 조언했다.
산을 내려오면서 진행된 한 사람은 눈을 가리고 한 사람은 길을 안내하는 프로그램에 동참한 모녀는 “눈이 안보여 불안하다기보다 눈이 안 보이니까 다른 감각들이 더 예민해져 바람소리 물소리 가야산의 향기를 더 많이 느끼게 돼서 좋다”며 모녀는 팔짱을 끼고 호흡을 맞추며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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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산 관통도로(주황색선)와 새송전탑(노란색선)이 설치될 도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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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길에는 포장도로를 만들기 위한 경계 표시로 빨간 깃발들이 꽂혀 있지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때죽나무, 산초나무, 물푸레 나무, 취손이 풀, 께풀이 자리 등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고 꾀꼬리, 새매, 소쩍새, 닥이, 다람쥐 등은 자신들에게 찾아온 위험을 모르는 듯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