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버지의 술냄새>
이미령 지음
불광 펴냄/7000원
불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경전인 <팔만대장경>의 방대함에 먼저 기가 질리거나 불교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책이 나왔다.
팔만대장경을 우리글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이미령 동국역경위원의 <그리운 아버지의 술냄새>다. 제목만 언뜻 보면 불교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지 모르지만 책 곳곳에는 분명 부처님 말씀이 녹아 흐른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행복을 찾아주는 붓다의 메시지’라는 부제가 친절히 붙여져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부처님의 말씀을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풀어냈다는 것이다.
가령 ‘그리운 아버지의 술 냄새’라는 글에서 저자는 “술에 취한 아버지는 언제나 어두운 골목길을 비틀비틀 걸어 올라오며 가족을 향한 사랑의 노래를 흥얼거린 가장이었다”며 평소 자주 술을 즐기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정감 있게 그려낸다.
이어 저자는 “성불하신 뒤에 고향을 찾은 부처님은 여전히 사랑으로 애타 하는 야소다라를 따로 만나 그녀의 마음을 달래준 ‘지아비’였고, 자식인 라훌라를 출가시킨 뒤 사람들의 정신적 스승으로 우뚝 서도록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자비롭게 가르침을 베푸신 ‘아버지’였다. 삶이 버거워 술에 취해 주정을 부려도 ‘우리 아버지’라며 따뜻하게 안아주고 받아주는 내 편이 있어야 술마실 기분이 나지 않겠느냐”며 부처님의 인간적인 면모와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을 연결시켜 소개한다.
무엇보다 글이 간결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는 것도 이 책이 빨리 다가오는 또 하나의 이유다. 원래 이 책의 글들은 <현대불교신문>에서 2년 여간 연재하며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던 것들이다. 이것을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성공을 돕는 붓다의 처세술’ ‘진리의 바다에서 삶을 충전하다’ 등 네 주제로 나눠 편집했다.
“이 책은 불교경전을 접하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주옥같은 부처님 말씀 한마디씩을 들려주며 거기에 절실한 해석의 덕담까지를 곁들여 주고 있어 큰 감동과 여운이 남는다”는 소설가 한승원씨의 추천사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편편마다의 글들이 마음속에 깊이 큰 울림으로 박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