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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11시 불교방송을 틀면 차분한 음성 하나가 주파수를 고정시킨다. 지난 4월 2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영화배우 김태연(32)이다. 스크린에서 파격적인 이미지와 개성 있는 캐릭터 및 깊이 있는 연기로 주목 받았던 김태연이 또 한 번 엔터테이너로서의 변신을 꾀했다. 2006년 9월 KBS 2TV 시트콤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 출현 이후 6개월 만에 영화음악실 DJ로 활동에 재시동을 당긴 것이다.
“라디오 방송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요. 반응이 순간순간 오기 때문에 바싹바싹 긴장해야 되지요. 하지만 방송하는 이 순간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면 신선하고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시작한지 1개월이 조금 넘었지만 김태연씨의 ‘영화음악실’은 항상 문자메시지가 넘쳐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씨의 인간적인(?) 진행 때문이다. 김씨의 방송은 틀에 박힌 깔끔한 어투보다는 오히려 이웃집 언니가 얘기하는 것처럼 정겹고 소박하다. 애교스런 실수도 가끔 있다.
“방송 시작한지 얼마 안 돼 큰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멘트를 잘못한 뒤 “에이~씨”하며 안타까워 내지른 소리가 그대로 방송에 나간 거에요. 집에서 모니터를 하는데 어찌나 낯이 뜨거워지든지 창피해서 혼났어요.”
쌀쌀맞고 차가운 인상이라 인터뷰하기가 녹록지 않을 거란 예상은 김씨와 얘기를 나눈지 채 10분도 안 돼 기우였음을 알았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 때문에 차갑게 느꼈을 거에요. 하지만 순정만화 여주인공처럼 심심한 역할은 딱 질색이에요. 개성 있는 역들이 맞는 것 같아요. 무엇인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것 같아 좋아요.”
그동안 출연한 영화 ‘거짓말’과 드라마 ‘올인’, 또 현재 출연중인 MBC 새 드라마 ‘신 현모양처’에서의 시나리오 작가 임태란 역 등에서 다양한 끼를 발산한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스크린이나 TV에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비쳐지지만 김씨는 사실 알고 보면 내성적인 성격이 많은 편이다. 취미도 독서와 음악듣기, 사색이다. 매일 2시간 동안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는 것 빼면 동적인 취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불교와도 잘 맞는 것 같다.
“원래 불교집안이지만 저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절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왜 살아야 하는지 갑자기 회의가 들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어요. 무엇엔가 기대고 싶을 때 가장 사람들이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종교잖아요. 가끔 강남 봉은사에 가서 참선도 하고 절도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아요.”
김태연씨는 모든게 우연한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처음에 영화배우로 데뷔한 것도 또 모델로 현재 DJ도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주변의 소개로 배우로 데뷔했고 잠깐 불교방송에 출연했다가 방송 진행을 맡게 됐다. 하지만 늘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삶의 태도가 현재의 인기배우 김태연을 있게 했다. 우연 같은 인연이 새 길을 열어주면 그 길에서 최선을 다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김태연씨의 ''인연 이야기''다.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데 의미를 두기 보다는 내게 맞는 작품을 선택하는데 신중을 기하려고 합니다. 올해 안에 새 영화 출연작 한 편을 고르고 있는데 배역이 주어지면 실망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며 자신이 하는 ‘영화음악실’이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전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는 김씨는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배우와 DJ로 남고 싶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