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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 봉축문화를 업그레이드 시키자
일시 : 2007년 5월 11일
장소: 현대불교신문사
참석자 : 수암 스님(서울 화계사 총무), 박상희 조계종 총무원 행사기획단 팀장, 권두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사무국장
사회자: 남동우 취재부 기자
봉축행사가 종교행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찰에서는 연등달기 수준을 넘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봉축행사의 꽃인 연등축제는 타종교인과 외국인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콘텐츠가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고 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봉축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마련했다.
봉축행사, 불교문화에 문제의식 제기
사회자 : 먼저 봉축행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박상희 : 봉축행사는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을 축하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두 번째는 전법을 신행활동과 연계시켜서 신행단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문화적인 방식으로 신행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전법과 신행단체 활성화, 문화적인 활동 이 세 가지의 맥이 통해야 봉축행사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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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현 : 불교라는 종교가 어떤 문화적인 흐름을 가져왔는가를 이해한다면 지금 봉축행사의 가치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현재 한국불교는 종교는 있지만 문화는 상당히 잃어버렸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많이 훼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축행사는 한국불교문화에 커다란 문제의식을 던져준 것이 분명하다.
박상희 : 봉축행사를 진행하면서 단체들이 공감하며 달라진 부분이 ‘부처님의 진리를 상징하는 등을 밝히면서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다. 즉 경쟁이 치열한 것은 불교적이지 않다.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불교를 공부하면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것들이 행사 속에서 표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암 : 당위성들은 많이 발전했다. 그런데 봉축행사가 무슨 행사이고 왜 하는지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불교는 ‘하지마라’ 문화가 강하다. 이것으로는 축제를 못한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즉 깨달음 증득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역할론이 교육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두현 : 연등 상징물 만들고 동자승 캐릭터 만들어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봉축행사의 뜻이 있다. 즉 봉축행사는 한국불교의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오늘 좌담회도 그런 뜻에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자 : 이제 봉축행사의 현재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현실을 직시해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성적표를 매겨 달라.
박상희 : 일단 선택과 집중을 확실히 했다. 하나를 확실히 해야 다른 것이 풀리는데 그 하나를 찾았다. 봉축행사는 민중적인 축제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을 가장 중심에 두고 그 사람들의 자발성을 키워내는 것이 축제의 핵심이다. 참가자들과 소통하고 주인으로 성장시키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금 성과를 내고 있고 축제의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두현 : 우선 연등을 불교 대표 이미지로 만들었고 연등 문화를 창조했다는데 가장 의의가 있다. 이전에는 등은 있었지만 문화는 없었다. 연등이 봉축행사 통해 굉장히 많은 대중성을 획득했다. 이것은 한국축제사나 불교사적으로 상당한 의의가 있다. 불교의 전통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보편적인 상징성으로 불교가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거점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수암 : 아직 봉축행사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몇 만 명이 참석하는 법요식을 할 때 전체 대중이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는 법요의식이 돼야 한다. 현재는 너무 도식화된 의식과 단어들로 채워져 있다. 봉축행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집중도를 높여 가야 한다. 이것은 봉축행사뿐 아니라 불교행사 전반에 대한 지적이다.
권두현 : 등은 하나의 사례다. 흥겨운 노래나 율동을 영상매체에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들을 해왔다. 또 이것들을 체계화된 작업을 통해 전달하자 신도들이 새로운 봉축문화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또 대중적 에너지를 표출했다. 봉축행사만큼 신도들에게 자극제를 준 것이 있는가. 누구도 봉축행사가 이렇게 성공할 것인지 몰랐다. 봉축행사는 불자들의 자신감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자발성 키워내
사회자 : 이제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자. 봉축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서울시청 앞 점등식을 비롯해 연등축제, 봉축법요식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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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현 : 진주 유등축제는 시민들에게 등을 걸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국 기술과 재원, 규모의 미학이다. 시리즈 탱화 형식도 검토해볼만한 하다. 대만의 축제를 예로 들면, 대형 조각물로 12지신상을 만든다. 높이 7~8미터, 직경 1미터 정도의 상징물에 레이저를 이용해 빛과 레이저쇼를 펼친다. 문제는 개당 9~11억원 드는 제작경비다.
수암 :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는 사람들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수렴해야 한다. 지금 조형물보다 화려해도 괜찮다. 보는 사람 역시 화려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실질적으로 들어가 보면 한국불교계 전체가 움직여야 함에도 점등식이나 연등축제 참여도가 매우 낮다. 장엄물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사찰이나 종단에서 제작에 참여해야 한다. 상징물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범종단적인 참여만 이뤄지면 해결할 수 있다. 또 봉축행사를 준비하는 전략기획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봉축행사를 위해 1년 동안 준비하지만 한 달이나 일주일 내에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봉축행사팀 내에 전략기획팀을 반드시 만들고 인재를 지속적으로 키워 내야 한다.
박상희 : 지금까지 사찰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봉축위가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현장의 요구를 못 따라 가는 실정이다. 기술개발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 이끌어내야
수암 : 각 사찰에서 산사음악회를 개최한지 10년이 지났다. 그러자 산사음악회로 먹고 사는 사람이 생겼다. 그들은 각 사찰의 입맛에 맞게 산사음악회를 기획하고 만들어준다. 봉축행사도 좀 더 전문적인 인력이 결합해야 한다. 내부에서 해결이 안 되면 외부에 전략기획팀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박상희 : 봉축행사의 기본은 참가자에 뒀지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이 받쳐주고 프로그램이 같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가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장엄등, 전통등, 기술, 음향, 의상 등은 외부 인력과 공동 작업을 해왔다. 좀 더 영역을 넓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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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 우리는 차별이나 분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봉축행사를 통해 종단이나 사찰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법을 전하기 위해 어떻게 특성화해서 드러내 보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즉 각 종단이나 사찰들이 추구하고 내세우는 것을 어떻게 문화적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권두현 : 지역적인 것들과 종단적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 각 사찰을 장엄할 수 있는 방식, 예를 들면 일주문이나 경내를 장엄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연등으로 사찰을 장엄하는 목표점을 제공해 준다면 연등축제가 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박상희 : 중요한 것은 연등축제는 개인등의 축제라는 것이다. 즉 개인 정성을 다해 다양한 등을 만들어 나오는 것이 중심이다. 이런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데 아직은 중간 단계다. 현재 각 사찰에서 등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어떤 등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연등축제의 핵심이다. 앞으로 개별등이 다양해져서 볼거리를 풍성하게 해야 한다.
수암 : 밤길에 등을 들고 갈 때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등을 공장에서 인쇄했나, 직접 만들었나가 중요할까? 아니면 내용이 중요할까? 현재 등 크기가 작다. 잘 보이지 않는다. 등을 크게 하면 밝지가 않다. 밝게 하려면 현실적인 문제 부딪친다. 잘 보이고 밝고 화려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사찰 주지스님들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 이것은 순수 투자다.
박상희 : 장엄등 때문에 개별 등이 위축되면 안 된다. 그러나 지금껏 그렇게 해왔다. 서울의 경우 장엄등 시상은 안한다. 오히려 개인등 시상은 하고 있다. 연등축제는 개인등 축제인데, 장엄등은 한 개 정도 만들고 개인등을 발전시키자.
권두현 : 1년에 한번 절에 오는 사람들은 뭘 즐겨야 할지 모른다. 사찰 문화를 대중화, 보편화시키는 노력이 부족하다.
수암 : 문화마당이 사찰로 가야 한다. 문화마당이 부처님오신날 하루 종일 사찰에서 진행됐으면 좋겠다. 다만 이것을 하려면 교육된 인력이 필요한데 부처님오신날 당일 공양 수발에 인력이 모두 소진된다. 또 한쪽에서는 등을 접수하고 다른 쪽에서는 등을 단다.
박상희 : 부처님오신날 다른 일을 벌이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공양 수발이 큰일이다. 그러나 연등축제를 준비하면서 지역에서 다른 일들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지역차원에서 점등식을 하고, 개 사찰별로 손수 만든 등을 가지고 주차장이나 마당을 빌려 연등축제 출정식 형식처럼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면 된다. 일종의 미니 연등축제다. 이렇게 하면 내부적인 결속력도 다질 수 있고 지역주민들에게 문화 서비스도 할 수 있다. 또 부처님오신날 당일에 등을 밝히는 방법도 있다. 연등축제 전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수암 :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 마련돼야 한다. 붓다콘서트에서 록 공연을 한 번 본적 있다. 그런데 그것은 불자들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불자 자녀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문화코드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문화코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
박상희 : 축제음악을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율동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맞는 우리 음악이 없다. 한두 곡의 찬불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중음악이다. 우리 음악의 필요성을 느껴 국악을 접목한 축제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다. 아이들은 시큰둥한 반면에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은 좋아하는 것 같다.
수암 : 문화라는 것은 모든 계층을 아우르기 힘들다. 계층별 문화가 혼재돼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다.
사회자 : 마지막으로 질문 한 가지씩을 드리겠다. 거기에 대한 답변과 마무리 발언을 해 달라. 먼저 권두현 사무국장님에게 질문하겠다. 연등축제가 매년 변화하고 있지만 크게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권두현 : 축제는 만드는 과정이 더 즐거운 것이고 축제를 하는 순간은 짧다. 또 경험이 쌓여야 잘할 수 있다. 경험을 많이 제공하면 더 나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연등도 기존의 것을 없애고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업그레이드시켜 가는 과정에서 경험이 축적된다. 한꺼번에 변화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조그만 변화에 집중하자. 지금은 개별 사찰 단위에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봉축위가 지원해야 한다. 연등축제를 하는 기분으로 사찰문화를 만들면 지금의 연등축제처럼 사찰문화도 만들어질 것이다. 변화는 조금씩 쌓아 나가는 과정이다.
이벤트적 사고로 보지 말아야
사회자 : 수암 스님에게 질문을 드리겠다. 부처님오신날 서울 조계사에서 진행되는 봉축법요식이 일반인들이 보기에 너무 정적이고 딱딱하다는 주장도 있다.
수암 : 의식은 의식일 수밖에 없다. 딱딱한 것이 전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제안한다면 봉축법요식 때 기도문과 발원문이 중복되는데, 종단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진행되는 것은 제외하고 총무원장스님 기원문과 종정 스님 법어만 하고 나머지는 다양한 것을 진행하면 좋겠다. 불자들은 봉축법요식을 아무도 안 본다. 보는 사람은 비종교인이나 타종교인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식적인 행위는 제외하고 하나의 흐름 속에서 흥겹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또 봉축가는 지금보다 조금 흥겨운 것을 해도 좋을 것이다.
사회자 : 내년부터 연등법회를 할 장소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동대문야구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담당자로서 계획은?
박상희 : 고민스럽다. 일단 단체들의 참여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전환해도 크게 영향 받지는 않을 것이다. 같이 고민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서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그 즐거운 축제 마당을 할 수 있느냐가 고민이다. 참가자들이 운동장 안에서 어떤 열정을 쏟아내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신심을 갖게 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열망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 고민하고 해결할 것이다. 검토는 많이 하고 있는데 당장 구체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다만 이벤트적인 사고로 봉축행사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봉축행사를 이벤트로 보면 매년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내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환희심을 가지며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