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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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부처님오신날과 Buddha's Birthday
아기부처의 탄생을 형상화한 캐릭터.
한 불자가 불평을 한다. “왜 불교에서는 나라마다 부처님 생신날이 다릅니까?” 나도 몰랐다.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내가 아는 것은 오직 그 어느 부처도 태어난 적이 없고, 따라서 살아가는 세계도 없고, 마땅히 죽음도 없다는 경전 말씀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생일(birthday)이라니, 이 무슨 사건인가? 불교의 눈으로 본 Buddha’s Birthday는 망어(妄語)다. 탄생은 이미 절대적 오류다. 이미 있는 것은 다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처란 무엇인가?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석가모니라는 말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샤카(Sakya)무리의 무니(muni)를 석가모니라 부르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음역(音譯)일 뿐이다. 능인(能仁) 적묵(寂默)이라 하면 뜻이 분명해진다. 적묵한 자리에 무슨 오고 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여기 무슨 따질 생일이 있을 것인가? 어느 날에 부처를 얽어매지 말자. 그러면 진정 부처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육체와 영혼이라는 대립을 궁리한 최초의 생명체인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부처의 존재를 색신(色身)에 국한시키지 말자.

물론 안다. 성인의 탄생을 기리는 것이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마치 크리스마스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축제’에 집착하는 것은 부처의 뜻이 아니다.

산스크리트어 타타가타(tathagata)를 한자로 여래(如來)라 한다. 스스로 현현(顯現)하시는 분, 온 곳이 없는 분이라는 얘기다. 이런 분의 출세(出世)를 어찌 Birthday라 할 것인가.

크리스마스도 사실은 예수의 탄생일이 아니다. 태양 신행의 날을 예수 탄생일로 정한 데서 비롯되었다. 희랍 정교에서는 1월 6일을 예수 탄생일로 여기는데 이를 에피파니(epiphany)라 한다. 에피파니는 ‘나타나다’는 뜻의 희랍어에서 유래했다. ‘성(聖)스러운 자의 현현(顯現)’이라는 뜻이다. 카톨릭에서는 한자로 ‘예수 공현 축일’이라 부른다. 이와 비교해도 Buddha’s Birthday는 옹색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영어로 the day of Buddha’s coming 또는 Buddha’s coming day라고 표현하자는 주장도 있다. 의미로 본다면 Buddha’s Birthday보다는 본의에 가까이 다가간 듯한데,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어느 하루에 부처의 출세를 묶지 않는 것이다. 연등불(燃燈佛)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출현하고 있는 중이다.
묘봉 스님(화계사 문화원장) |
2007-05-22 오전 10:59:00
 
한마디
이치와 현실의 연기적인 이해와 이에 근거한 중도적인 실천의 삶이 조금 더 부처님의 모습에 가깝다고 보는 저의 관점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그 불자의 의문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모순들은 현실적인 노력으로 해결 혹은 최소한 적절한 해명이 가능할 것인데 자꾸 이치적인 측면만을 내세우고 현실적인 부분을 경시하는 듯한 설법들은 자칫 불교를 무아병 혹은 공병에 걸려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사료되옵니다.
(2007-05-24 오후 8:06:09)
116
원리적인 측면을 말하는 동시에, 현실적으로 남방과 북방사이의 불기년도의 차이나 부처님 오신날의 차이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사료 되옵나이다. 부처님 탄생과 입멸시기에 대해서 남방혹은 북방에서 전승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오류가 발생했음이 분명한데 이러한 문제점들을 묻어버리고, 원리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보입니다.
(2007-05-24 오후 7:34:29)
128
스님의 말씀이 이치상으로로야 일면 타당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부처님 오신날이 남방불교국들과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요. 신도들에게 원리적인 측면만 말하고 현실적인 측면은 눈감으라는 식은 불교의 진리를 말 그대로 옹색하게 할 뿐이라 사료되옵니다.
(2007-05-24 오후 7: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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