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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란 무엇인가?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석가모니라는 말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샤카(Sakya)무리의 무니(muni)를 석가모니라 부르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음역(音譯)일 뿐이다. 능인(能仁) 적묵(寂默)이라 하면 뜻이 분명해진다. 적묵한 자리에 무슨 오고 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여기 무슨 따질 생일이 있을 것인가? 어느 날에 부처를 얽어매지 말자. 그러면 진정 부처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육체와 영혼이라는 대립을 궁리한 최초의 생명체인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부처의 존재를 색신(色身)에 국한시키지 말자.
물론 안다. 성인의 탄생을 기리는 것이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마치 크리스마스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축제’에 집착하는 것은 부처의 뜻이 아니다.
산스크리트어 타타가타(tathagata)를 한자로 여래(如來)라 한다. 스스로 현현(顯現)하시는 분, 온 곳이 없는 분이라는 얘기다. 이런 분의 출세(出世)를 어찌 Birthday라 할 것인가.
크리스마스도 사실은 예수의 탄생일이 아니다. 태양 신행의 날을 예수 탄생일로 정한 데서 비롯되었다. 희랍 정교에서는 1월 6일을 예수 탄생일로 여기는데 이를 에피파니(epiphany)라 한다. 에피파니는 ‘나타나다’는 뜻의 희랍어에서 유래했다. ‘성(聖)스러운 자의 현현(顯現)’이라는 뜻이다. 카톨릭에서는 한자로 ‘예수 공현 축일’이라 부른다. 이와 비교해도 Buddha’s Birthday는 옹색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영어로 the day of Buddha’s coming 또는 Buddha’s coming day라고 표현하자는 주장도 있다. 의미로 본다면 Buddha’s Birthday보다는 본의에 가까이 다가간 듯한데,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어느 하루에 부처의 출세를 묶지 않는 것이다. 연등불(燃燈佛)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출현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