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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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사]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인간과 우주는 하나의 경지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오늘은 부처님께서 샤카의 성자(聖者)로 사바세계에 오신 날 입니다. 이맘때면, 지구 북반구 도처에는 봄이 한창입니다. 샤카의 성자 석가모니가 태어나신 룸비니동산에도 봄의 향기가 그윽했고, 별이 막 빛나기 시작한 밤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부처님오신날을 기리는 참뜻 속에는 ‘하늘 위와 아래서 나 홀로 우뚝하다’는 인간선언(人間宣言)이 함축되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속박(束縛)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한 자유선언(自由宣言)이기도 합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으로 축약되는 이 말씀은 석가모니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시고, ‘인간으로서의 부처’를 미리 강조한 첫 고고지성(呱呱之聲)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을 우주의 한 존재로 여기신 석가모니는 인간을 중시한 나머지 일찍 인천(人天)이라는 말씀으로 인간과 우주를 하나의 경지로 보셨습니다. 하지만 우주를 관장하는 절대적 존재로서의 하늘 보다는 인간을 먼저 앞세워 “내 삶에서 일체의 인천을 이롭게 하리라!”고 선언하신 내용이 《불설인과경(佛說因果經)》에 나옵니다.

이렇듯 석가모니는 부처의 경지에 드시기 이전부터 절대자를 앞세우거나, 또 매달리지도 않으신 채 오로지 인간적인 깨침의 노력을 추구하셨을 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올바른 깨달음 정각(正覺)을 이루시어 ‘깨치면 모두가 부처’라는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 유정무정 실개성불(有情無情 悉皆成佛)의 대진리를 모든 삼라만상을 향해 고하셨던 것입니다.

부처님은 모든 중생을 가리시지 않고, 부처의 길에 오르도록 한 수레에 태우기 위해 사바에 태어나신 것이 분명합니다. 이를 《법화경》은 회삼귀일(會三歸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화경》서품에서 ‘부처님께서 미간(眉間)의 백호(白毫)로 동방을 비추니 1만 8천 국토 모두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는 내용이 보입니다. 미간백호(眉間白毫) 대광보조(大光普照) 조우동방(照于東方) 만팔천토(萬八千土) 개여금색(皆如金色)이 그것입니다.

참으로 밝고도 찬란한 광명이 빛나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불자 여러분은 부처님이 샤카의 성자로 세상에 오시어 정각을 이루신 대자대비의 광명에 따라 무명(無明)에서 벗어날 근기(根機)를 마련한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더불어 부처님 탄생의 참뜻을 기리게 되었으니, 오늘이 기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한국천태불교의 성지인 소백산 연화지에도 아름다운 봄 안개가 서운(瑞雲)처럼 가득 피었습니다. 곡우(穀雨)가 지나간 지도 벌써 한 달여가 넘었으니, 이제 농사철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일찍부터 벼농사를 숭상한 농경민족입니다. 부처님의 고향인 갠지스강 동북부 카필라바스투 방면에서도 벼농사가 흥성했던 터라, 부처님 속가의 부친인 정반왕(淨飯王)과 그 아우들 이름에 나오는 ‘다나’라는 말은 ‘밥’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네처럼 쌀이 생활문화의 일부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지난번 한미 에프 티 에이(FTA)서 쌀이 협상품목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농축산업 전반은 자동차나 섬유 같은 공산품에 비해 전망이 흐리다고 합니다. 이럴수록 우리 이웃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상월원각대조사께서 주창하신 애국불교의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불자들의 원력으로 이 땅을 연월(煙月)이 은성(殷盛)하는 강구(康衢)로 꾸밉시다!

오늘 봉축법회에 동참하신 불자 여러분과 내외귀빈들께 천태일승 묘법의 광명이 두루 하시어 늘 평안한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51년 5월 24일
대한불교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합장

김원우 기자 | wwkim@buddhapia.com
2007-05-15 오후 2: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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