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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없이 말하고 귀 없이 들어야 진짜 좋은 시
지용문학상 수상자 오현 스님의 수상소감 청중들 사로 잡아

“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 하고 좋은 말을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 한다.”

5월 12일 오후 2시 30분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 제19회 지용문학상 시상식. 시조 ‘아득한 성자’로 올해 지용문학상을 받은 시조시인 오현 스님의 수상 소감은 이 한 미디가 전부였다.

오현 스님은 전국에서 모여든 문인, 정 관계의 귀빈과 축하객 앞에서 이 한마디를 던지며 “좋은 말을 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는 것이 정지용 선생을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염려 스럽습니다”는 사족을 달았다.

청중들은 그저 침묵으로 수상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현 스님은 다시 사족 하나를 더 내 보였다.


“산중의 중은 말을 적게 해야 합니다. 목격전수(目擊傳受)라. 그저 서로 바라보는 것으로 다 통하는 게 진짜 말하는 겁니다. 나는 여러분을 한 번 쳐다보고 여러분도 나를 한번 쳐다보는 것으로 수상소감을 다 한 것이니 이만 입을 닫겠습니다. 나는 입이 없어 말을 못합니다.”

비로소 청중들은 오현 스님의 수상소감에 깊은 감명을 받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청중들도 귀 없이 오현 스님의 말을 들은 것이다. 입 없이 말을 하고 귀 없이 말을 듣는 경지... 시의 궁극 역시 말로써 이르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말을 하지 않고 가야할 곳임을 시조시인 오현 선승은 갈파했던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 이어 열린 제20회 지용제는 도살풀이 춤으로 문을 열어 유자효 문정희 오세영 정끝별 이수익 시인시 정지용 선생의 시를 낭송하는 등 시낭송과 노래 등으로 흥겹게 진행됐다.


오현 스님의 수상작 ‘아득한 성자’ 전문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달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임연태 기자 | ytlim@buddhapia.com
2007-05-14 오후 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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