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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도 트랜스젠더 출가자 인정
“누구나 자신의 성별 선택할 권리 있다”

2001년, 연예인 하리수씨가 처음 방송에 데뷔했을 때 우리 사회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 담론’으로 떠들썩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남성’이나 ‘여성’을 부여받고, 그 성(性)은 평생을 통해 변화하지 않는다는 인식과 성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그 사이 하리수씨는 주민등록상 ‘여성’이라는 법적 정체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5월 19일에는 결혼식을 올리는 등 ‘자신이 추구했던 성’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를 비롯해 ‘자신에게 주어진 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아직 배타적이기만 하다. 불교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불교학회(회장 이평래)는 ‘불교와 젠더(Gender)’를 주제로 5월 11일 동국대 다향관에서 ‘2007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안옥선 교수(순천대)는 ‘불교는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주제발표에서 초기불교 율장에 나타나는 트랜스젠더 사례와 대승불교의 ‘변성(變性)’ 개념을 통해 트랜스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불교의 입장을 살펴봤다.

안 교수는 우선 트랜스젠더의 개념을 살폈다. 흔히 ‘수술에 의해 성을 전환한 혹은 할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안 교수는 “외과적 수술을 통해 생물학적 성을 전환한 사람을 일컫는 정확한 용어는 트랜스섹슈얼(transsexual)”이라며 “이 보다 상위 개념인 트랜스젠더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즉 △태어날 때부터 자웅동주의 양성적인 사람 △외과적 수술을 통해 출생 시 주어진 성을 바꾸거나 바꿀 사람 △남자로서 여장을 하거나 여자로서 남장을 하는 사람 등이 모두 트랜스젠더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트랜스젠더를 불교에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초기경전 율장에는 여성 성징(性徵)이 나타나는 비구와 남성 성징이 나타나는 비구니의 예가 나타난다. 부처님은 어느 날 갑자기 반대의 성징이 출현한 출가자에 대해, 여성 성징이 나타난 비구에게는 비구니의 계를 따르도록 하고, 남성 성징이 나타난 비구니에게는 비구의 계를 따르도록 했다. 안 교수는 “부처님은 성전환을 병적인 현상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대승불교에서는 ‘변성’ 혹은 ‘전성(轉性)’의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안 교수는 ‘우리의 몸은 여성일 수도 있고 남성일 수도 있으나 실상은 남성도 여성도 아니다’라는 변성 개념에 대해 “변성에 대한 이중적 입장은 이에 대한 무집착의 메시지로 읽혀진다”며 “또한 이는 변성에 대한 적극적 독려나 금지보다는 변성행위 자체에 대한 무집착을 강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안 교수는 불교적 입장에서 ‘성전환 수술은 부당ㆍ불가하다’고 말한 근거가 없으며, 더 나아가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상의 성별변경 또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에게 성전환수술은 단순한 성지향성이나 성정체성의 표현이기 이전에 자아정체감 확보와 자기긍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안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성과 자신이 동일시하는 성별 사이의 괴리로 인해 고통 받는 트랜스젠더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방안을 불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05-11 오후 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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