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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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 사상 영기문으로 불교문화 꽃 피워
선종 보급은 한국 문화사의 가장 큰 사건

“선종(禪宗)의 보급은 한국 문화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며, 불교사상의 변화는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8세기 무렵, 우리나라에 선종이 전래된 후 불교미술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살펴보는 논문이 발표됐다. 강우방 교수(이화여대)는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공동대표 강동균ㆍ김용환)가 4월 28일 부산 안국선원(선원장 수불)에서 개최한 제3회 학술대회에서 ‘선(禪)이 한국 미술에 끼친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그간 자신이 제시해 온 ‘영기화생(靈氣化生)’ 이론을 통해 선종의 유입 이후 나타나는 조형미술의 변화를 살펴봤다. 강 교수가 주장하는 영기화생이란 우주의 신령한 기운인 ‘기(氣)’를 ‘영(靈)’으로 보고, 조형미술 전반에서 이 ‘영’을 형상화하려는 시도와 일련의 미술양식을 일컫는 말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비롯해 불상과 부도, 불화에 등장하는 구름, 덩굴, 당초, 불꽃, 용 문양은 이러한 ‘영기’를 구상화해 표현한 것이라고 강 교수는 주장한다.

강 교수는 8세기 중엽 조성된 ‘여래형 비로자나불’을 살펴봤다. 비로자나불의 경우 선종사찰이 창건되기 시작하는 9세기 무렵부터 조성되었는데, 구산선문의 주불이 된 비로자나불의 출현과 함께 대좌 형식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여래나 보살의 도상을 보여주는 수준에서 벗어나 대좌에 영기에서 화생하는 용이나 사자를 표현함으로써 비로자나불의 ‘영기화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어 강 교수는 신사와 고려, 조선시대의 선사탑, 즉 부도에 나타나는 문양과 마곡사 괘불 등의 조선시대 괘불에 나타나는 현란안 영기화생에 주목했다. 강 교수는 “고승의 부도가 화려하게 전개되고 비석 받침의 거북이 얼굴이 용으로 바뀌는 것, 건축의 공포에 용의 조각으로 장엄한 것 등이 영기화생의 형상화이며 이는 곧 선종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조선시대 괘불에 이르러 더욱 심화된다. 강 교수는 “영기문이 폭발적으로 꽃피운 조선시대의 괘불의 역동적인 영기 표현은 곧 선종의 산물이다”고 강조했다. “인간인 무의식적으로 건축이나 그림, 공예에 영기문을 표현하는 것은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근원적이기 때문”이라는 강 교수는 “이러한 본성을 회복하는 선의 가르침과도 맞닿아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 불교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강석근 교수(동국대)가 ‘한국 문학과 선시(禪詩)’란 발제를 통해 선시가 고려가요와 고려한시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고, 김봉근 교수(동의대)는 ‘차(茶)와 선종의 만남’ 발표에서 백장청규(百丈淸規)와 끽다거(喫茶去) 화두로 차와 선종의 관계를 설명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자유발표에서는 구자상 교수(동아대)가 ‘불전에 나타난 성차별적 교설의 분석’을, 이태호 연구원(한국과정사상연구소)이 ‘불교와 화이트헤드의 존재론’을, 김현남 교수(원광대)가 ‘복장 의식에 나타난 만다라적인 특징에 관한연구’를 각각 발표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05-04 오후 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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