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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조계종
수경 스님이 조계종의 ‘공개된 비밀’ 끄집어냈다. 종도의 한 사람으로서 조계종단이, 나아가 불교계 전체가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될지언정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해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스님은 “지금 조계종단은 ‘권력’과 ‘돈’이라는 두 바퀴의 수레를 타고 위태로운 질주를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마곡사 주지 구속사태다.
본사 주지가 바뀌면 공찰(公刹)인 말사 주지는 대부분 교체된다. 차기 선거를 위해서 자기 사람을 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력과 돈이라는 악순환의 사슬이 더욱 공고해진다. 묵계에 의해 비리는 구조화됐으며, 비리와 모순의 관성이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국립공원 내 사찰 입장료 문제도 현재 조계종이 얼마나 자본주의의 논리에 충실한지를 비극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승가(僧伽)가 승가(僧家)가 아닌 것처럼, 승가의 재산은 승가 ‘공동체’뿐 아니라 사회적 공공재로서 ‘공동체적’이라는 것이 전제돼 있다. ‘재산권’을 ‘정당하게’ 행사할 뿐이라는 조계종의 주장이 옹색해지는 대목이다.
△사부대중 참여한 ‘자정기구’ 세워야
종단이 잘못 굴러가도, 승풍이 무너져도, 이를 경책하는 종단 어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산중총회나 대중공사, 임회(林會)와 같은 전통이 상당수 단절됐기 때문이다. 있다 하더라도 세속화한 주지 선거 방식 때문에 유명무실해져 버린 것이다. 문중ㆍ파벌 의식과 중앙종회 계파의 폐해도 한 몫 한다.
현재 조계종은 수치심마저 상실한 도덕불감증에 빠져 있다. 그러나 종단 지도부는 자자(自恣)와 포살(布薩)의 정신도 망각하고 있다.
그래서 수경 스님은 “원로스님과 재가불자를 포함한, 그야말로 사부대중이 참여한 자정기구를 세워서 사찰 재정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립 율원’ 세워 승풍 바로잡아야
스님은 또 “‘종립 율원’을 세워 승풍을 바로잡자”고 요구한다. 수행자로서의 위의를 수행자 ‘개인’에게 맡겨 놓으면 집단 윤리 의식의 구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계체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계율의 ‘보편성’을 강화하자는 의미에서도 종립 율원이 필요하다. 계율의 현대적 해석에서 자의적 오류나 독단에 떨어질 위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종립 율원은 총림 율원의 독자적 영역을 보장하고 연구 역량을 강화시키면서, 조계종 승가 전체의 계율 체계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율을 독려하는 기능도 있다. 종단 차원의 율장 연구를 통해 불교가 이 시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술 권하는 사회’에 불교가 해 줄 일이 무엇인지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종립 염불원’ 설립을 제안한다
간화선 과잉 분위기는 깨닫기만 하면 누구나 부처라는 ‘막연한 오만’과 깨닫지 못하는 한 누구나 중생이라는 ‘오만한 평등주의’를 낳았다. 이 대열에 끼지 못한 다수의 불자는 근거 없는 열등감에 시달리고 맥없이 주눅이 든다. 심지어 지장기도나 산신기도를 하는 불자들은 기복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매도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한국불교의 외호 대중이 누구인지를. 바로 이들이다. 대부분의 불자들의 신앙 행위가 간화선 위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종단 차원의 배려는 없다.
수경 스님은 “만시지탄이나 실천적 대안으로 ‘종립 염불원’ 설립”을 제안한다. 염불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참선 이외의 많은 수행 방편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 대해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총무원 집행부, 세상과 소통해야
조계종 총무원은 일선 사찰과 구실이 다른 집단이다. 큰 물줄기를 관리하면서 샛강에 해당하는 개별 사찰을 품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때문에 불교 전체의 이미지는 총무원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는 세상을 향해 눈과 귀를 꽉 닫고 있는 것 같다. 원인이야 어찌 됐든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주지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종교 탄압 운운할 뿐, 대국민 사과나 공개 참회도 하지 않고 있다.
총무원은 최우선 과제로 총무원장, 중앙종회의원, 교구본사 주지 자리가 돈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부터 해결할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이를 보장할 구체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
수경 스님은 또 구업을 지었다고 생각한다. 조계종단의 일그러진 모습에는 스님에게도 크고 작은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기 때문이다. 수경 스님의 ‘참회록’은 〈불교평론〉 봄호에 ‘조계종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