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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차 한 잔으로 봄을 맞이합니다”
전통 차와 함께 즐기는 전주화전놀이 현장
한국차문화협회(이사장 이귀례) 회원들이 4월 15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린 전주화전놀이 행사에 참가해 화전을 부치고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화전(花煎) 먹으며 풍년ㆍ건강 비는 춘경제 전통 되살려

스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스님이 계신 그곳 강원도에는 4월에도 큰 눈이 내렸다지요?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소비하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계절의 변화까지도 변덕스럽게 만드나 봅니다.

하지만 남녘땅에선 푸른 찻잎이 고개를 내밀고 산등성이에는 빨간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봄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5일, 저는 봄이 포근히 내려앉은 전라북도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회와 한국차문화협회가 마련한 ‘전통 차(茶)와 함께 즐기는 2007 전주 화전놀이’에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로부터 음력 삼월 삼일, 삼짇날을 봄의 시작으로 여겼다지요. 삼짇날 즈음이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추녀 밑에 집을 짓고, 겨울잠 잤던 뱀도 깨어나고, 나비와 새도 너울너울 날며 봄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그 예전 사내아이들이 물 오른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고, 여자아이들은 풀을 뜯어 각시인형을 만들어 놀며 봄을 만끽했던 즐거움을 요즘 아이들이 알 수 있을까요?

송하진 전주시장과 한국차문화협회 이림 전북지부장 등이 전주 비빔밥을 함께 비비며 화합을 기원했다. 사진=박재완 기자

15일 전주한옥마을에서 열린 ‘전주화전놀이’는 잊혀져가는 우리네 봄맞이 풍습을 되살려보기 위해 마련된 행사입니다. 산과 들에 핀 진달래며 유채꽃을 따다 찹쌀가루에 반죽해 지져내는 화전(花煎)을 만들고,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한해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고 복을 빌어주는 풍습 말입니다. 눈과 귀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봄을 먹는’ 행위를 통해 몸과 마음으로 흠뻑 봄기운에 젖어 드는, 그야 말로 진정한 ‘봄맞이’가 아니겠는지요.

이날 전주한옥마을에서는 한국차문화협회 회원 500여 명이 둘러 앉아 갖은 꽃과 봄나물로 화전을 부쳐냈습니다. 산 하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을 보니, 정말 봄이 왔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화전 하나 입에 넣으니 진달래 꽃잎이 짙은 향기를 풍겨 냅니다. 이 봄기운을 스님께도 보내드리고 싶어, 서울에 오자마자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봄을 맞는데 스님들의 수행을 도와주는 차도 빼놓을 수 없지요. 곡우인 4월 20일에는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찻잎을 따기 시작합니다. 찻잎 하나하나를 정성껏 따서 덖고 말려 햇차를 만들고, 이를 경건한 마음으로 우려 부처님께 올리는 헌공다례(獻貢茶禮)는 그 기원이 신라 경덕왕 때 충남 스님의 차 공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지요. 충담 스님은 해마다 삼짇날과 구중일(음력 9월 9일)이면 미륵세존께 지성으로 차 공양을 했다고 합니다.

햇차를 우려 손님들에게 권하는 차문화협회 회원들. 사진=박재완 기자

한국차문화협회 회원들도 햇차를 꺼내 우려냅니다. 상대가 남자건 여자건, 아이건 어른이건,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맑은 차 한 잔 앞에 둔 서로는 그저 ‘다우(茶友)’이자 ‘도반(道伴)’일 뿐이지요. 찻잔을 주고받는 손길에 서로의 건강과 평안을 빌어주는 마음이 실립니다.

저는 경건하기까지 한 봄맞이 행사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그저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 틈에 섞여 차와 화전만 욕심껏 즐겼습니다. 몇 시간씩이나 봄 호사를 누린 끝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차 한 잔으로 작은 기원을 올렸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는 따뜻한 봄이 오게 해 달라고요. 그때가 오면 제 마음에 불성(佛性)의 씨앗이 싹을 틔워 만개하겠지요. 스님이 걸으시는 수행의 길에도 따스한 봄기운을 보내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청안하십시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04-19 오후 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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