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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사적 관점에서 사용되는 불화(佛畵)라는 용어와 신앙심을 가지고 제작된 불교예술을 지칭하는 화불(畵佛)이란 용어는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허흥식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대학원)는 4월 17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동국포럼(이사장 정재철) ‘고려화불 특별초대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허 교수는 이날 ‘고려화불에서 불화로, 다시 화불로 부활’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회화의 일부를 지칭하는 ‘불화’와 신앙의 대상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화불’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허 교수는 <고려사>에서 ‘화불’이란 용어만 사용된 점에 주목하고 “화불은 불교가 국교였던 시기나 신앙심을 가진 이들이 사용한 언어이고, 불화는 회화이론이나 유학자들이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불이나 괘불과 더불어 신앙의 대상으로 사용된 언어인 화불은 고려를 정점으로 조선전기까지 주로 쓰였고, 조선후기와 일제시대를 거치며 불화란 용어가 더 널리 사용됐다는 것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허 교수는 또한 “장엄을 위해 제작된 판화와 변상도 같은 작품은 화불이라 볼 수 없으며, 불상을 대신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을 화불이라 지칭한다”며 “때문에 규모가 큰 작품이라도 장엄에 쓰인 후불(後佛)은 화불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화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법과 신앙심이 일치되어야 한다”는 허 교수는 “불화란 불교와 관련된 회회라는 넓은 의미로, 화불은 독립된 부처로 신앙되는 기능이 있다는 뜻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세미나에서는 이인자 명예교수(경기대)가 ‘고려화불과 고려불화 재현의 의의’를, 정우택 교수(동국대박물관장)가 ‘고려불화의 전통과 현대적 해석’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한편, 고려불화 복원에 힘써온 혜담 스님(계태사 주지)의 작품이 선보인 ‘고려화불 특별전’은 18일부터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1실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