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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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순례기도회 경국사 순례
계율 호국정신 배우고 농촌살리기 발원
경국사 경내를 가들메운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

‘서울의 진산 삼각산 남쪽 기슭, 맑은물 여러 계곡 이루어 흐르고 한 갈래 정릉천으로 뻗어 빽빽한 수림과 만나 산수좋고 풍경 좋은 곳. 이승만 대통령이 참배 후 단청하시는 보경 스님의 인격에 감화돼 참다운 승가의 모범이 이곳에 있다고 칭송한 곳. 1953년 닉슨 미국 부통령이 방한해 한국문화의 참모습이 이곳에 있다고 극찬한 곳.’ 여기까지만 듣고는 어느 사찰일까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 있다. 하지만 한국불교 계맥을 이어온 자운 스님의 원력이 부도탑에 머무는 사찰이라는 부연 설명을 듣는다면 웬만한 불자들의 입에선 곧바로 ‘경국사’란 답이 주저없이 나올 것이다.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삼각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경국사. 이곳에서 1월 25일 도선사가 주최하는 ‘혜자 스님과 함께 떠나는 108산사순례기도회’ 법회가 열렸다. 지난해 10월 17일 통도사를 시작으로, 해인사, 송광사에 이어 네 번째 순례법회였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국사 경내엔 1천5백여 불자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볐다. 추위도 단박에 녹일 수 있는 뜨거운 열기 그 자체였다. 순례법회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순례단은 우선 ‘관세음보살’ 정근과 순례기도법회 발원문을 낭독하며 속세에서 잠시 풀어졌던 마음을 다잡았다.

법회를 진행하고 있는 혜자스님

정근이 끝나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한국불교계의 대표적 학승인 지관 스님은 1979년부터 경국사에 주석하시며 활발한 포교활동과 불교학 연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국도량인 경국사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문을 연 지관 스님은 “3천명이 넘는 순례단들이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을 참배하며 개인의 신심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사찰 인근의 농촌을 살리기 위한 보살행도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도선사 108사찰 순례는 한국불교 1700년 역사에 큰 불사로 기억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경국사 주지 종근 스님은 처음 찾은 순례객들을 위해 경국사를 소개했다. “경국사는 고려 충숙왕 12년 자정율사가 창건해 청암사란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충혜왕 1년 증축을 거친 후 조선 인종 1년 조선왕실의 도움으로 대대적인 중건이 이루어 졌습니다. 그러다가 명종 5년에 문정왕후가 국가에 경사가 끊이지 않도록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경국사라고 사명을 바꾸었지요. 당시에는 서울에서 가장 인접한 호국기원도량이었으며, 임진왜란당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이곳에 구국승병을 이끌고 와서 총지휘를 하기도 했던 곳입니다. 그러니까 경내가 비좁고 작다고 해서 우리 경국사 얕보지 마세요.” 귀를 쫑긋 세우고 설명을 듣던 순례객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트려 경내는 일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경국사 주지 스님이 참가자의 108산사순례 책에 낙관을 찍어주고 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은 “경국사는 자정국존의 창건이래 엄격한 계율을 지켜온 고승대덕의 수행지였습니다. 특히 한국불교의 대표적 율사였던 자운 스님의 부도비가 경내에 있습니다. 이제 그 향훈을 느끼기 위해 탑돌이를 시작하겠습니다.”라며 순례객들을 일주문 위에 있는 자운 스님 부도탑으로 안내했다. 혜자 스님을 선두로 긴 행렬은 1시간 가량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탑돌이를 했다.

탑돌이가 끝난 불자들에게는 이날 법회 참석 증명서인 낙관을 혜자 스님이 펴낸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책 속 경국사 편에 찍어 주었다. 아울러 경국사 글자가 깨알같이 새겨진 염주알도 하나씩 증정됐다. 네 번째알이 궤어진 염주를 보며 순례객들은 뿌듯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정심 보살(60 서울 성북동)은 “근처를 지나가다가 몇 번씩 사찰 표지판을 보면서 수많은 절중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경국사가 이렇게 유서깊은 사력을 가진 사찰인줄 몰랐었다”며 “특히 11세기경 중국 요나라때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명부전 철조관음보살상을 보고 환희심을 느꼈다”고 즐거워했다.

자운스님의 부도를 돌고있는 순례단

한편 2007년 경국사에서 힘찬 첫발을 내딛은 ‘108산사순례기도회''는 2월 28일 논산 관촉사를 찾아간다.

법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에게 혜자 스님은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는다. "우리는 사찰 순례만 하는 모임이 아닙니다. 위기에 처한 사찰 인근의 농촌도 살려야 합니다. 아예 순례법회 2~3일전부터는 시장에 가지 마세요. 사찰 참배하러올 때 장보신다고 생각하시고 지역 특산물도 많이 애용해 주세요. 우리 농산물 많이 사가서 우리 마음의 고향인 농촌도 살립시다. 그게 부처님의 뜻입니다.”

참가자들은 일제히 씩씩한 어조로 “예”하며 합장 반배하고 경내를 빠져나갔다. 한달 뒤 지금한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발원을 가슴속에 담고서.

한사람 한사람 모두에게 염주알을 나눠 주는 혜자 스님

<총무원장 지관 스님 법문 요약>
부처님법은 넓고 높으며 미묘해서 한마디로 단정지어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말씀 중에서 좋은 인연 공덕을 짓고 살라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고 돌아가시길 발원합니다.

불자들은 좋은 인연을 만나야 하며 그 후에는 인연을 통해 좋은 공덕을 지어야 합니다. 설사 나쁜 인연을 만났다 하더라도 인연을 좋게 만들어야 하지요. 우리가 장사를 하려고 해도 위치와 환경이 좋아야 하듯이 우리 중생들의 삶도 나쁜 인연 공덕앞에서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께서도 제자들에게 틈만나면 “초심자들은 나쁜 환경을 버리고 삼보를 공경하며 신심으로 믿어라. 또한 좋은 인연 공덕을 쌓아 마음을 편안히 해야 모든일이 순탄하게 풀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변 환경이 안좋으면 물이 오염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여러분들은 주변 환경부터 좋게 만들도록 노력하세요. 그래야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은 행운아들입니다. 이 세상에서 부처님 법을 만나는 것 만큼 더 좋은 환경이 어디 있겠습니까? 매일 연탄을 나르는 연탄장사는 온 몸에 연탄가루를 묻히고 살 듯이 여러분들이 매일 불법을 만나게 된다면 연꽃처럼 향기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물질이 많다고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현실에 지족할줄 알고 불법에 의지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마음자세만 돼 있다면 분명 여러분들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부디 동체대비하신 마음으로 108순례를 무사히 회향하시기 바랍니다.
글=김주일 기자, 사진 고영배 기자 | godory700@hanmail.net
2007-04-18 오전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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