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용하던 산사에 시끌벅적한 장이 섰다. 11월 29일 오후였다. 조계총림 송광사 일주문 앞에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린 것이다.
순천시와 지역 농협이 간이천막을 치고 쌀, 김치, 뽕잎차, 친환경 밤, 산나물 등 30여 가지 지역 특산물을 펼쳐놓았다. 손님은 서울에 사는 불자들이다.
이날 서울 도선사 신도들이 사찰순례차 송광사를 찾았다. 대중이 무려 3000여명으로 송광사 창건 이래 최대였다. 이들은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과 함께 전국 사찰을 찾아 기도정진하는 ‘108순례 성지순례단’으로 통도사, 해인사에 이어 세 번째 순례길이었다.
농산물 시장은 사찰 참배와 기도정진이 끝난 오후에 시작됐다. 천막마다 농민과 순천시 나승병 부시장, 순천농협 강성채 조합장 등 관계자들이 직접 나와 농산물 판매와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귀경에 앞선 불자들은 너나없이 양손에 먹거리를 사들고 나섰다.
친환경 밤을 구입한 도선사 신도 무위행 보살(63.인천)은 “사찰순례 때마다 지역 특산물을 찾는데 믿음이 가지 않았다”며 “믿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찰에서 선물을 받아가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번 농산물 직거래 장터는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의 요청으로 송광사와 순천시, 지역 농협이 뜻을 모아 이뤄졌다.
송광사 참배에 앞서 혜자 스님은 인사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촌 피해가 가장 크게 우려된다”며 “사찰참배뿐 아니라 농산물 장터를 활성화시켜 농촌 살리기에 불자가 앞장서자”고 말해 사찰순례 때마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설할 뜻을 밝혔다.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도 “사찰에서 열리는 농산물 장터는 도시와 농촌사찰, 도심 불자와 지역민이 상생하는 자리로 새로운 사찰순례 문화로 정착되기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날 농산물 장터에서 순천시와 순천농협은 송광사와 도선사에 쌀을 선물했고, 혜자 스님은 지역 복지시설에 성금 108만원을 기탁했다.
한편 도선사 순례단은 송광사 대웅전 앞 마당에서 108참회정진, 발원 등 기도정진을 하고 국사전-수선사(선방)-응진당-관음전-승보전 참배로 송광사를 순례했다.
이로써 ‘도선사 108성지 순례단 농산물직거래 장터’는 괘불이 내걸린 야단법석은 아니지만 사찰과 지역주민, 도시와 농촌간의 상생을 향한 ‘장터법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