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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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불교교류, 일방적 전파 아닌 상호교류”
한국불교연구원, 한중불교교류 세미나
한국불교연구원(원장 정병조)은 북경대 종교연구소와 3월 30일부터 31일까지 북경대에서 한중 불교교류 세미나를 개최했다.

4세기에 불교가 이 땅에 처음 전래된 후 새로운 불교를 익히기 위한 구법승(求法僧)들의 행렬은 끊임없이 중국과 인도로 이어졌다. 신라 원광(圓光) 자장(慈藏) 스님을 시작으로 통일신라시대에 이르기까지 1000여 명에 이르는 스님이 중국에 유학하며 불법을 익히고, 국내에 돌아와 법을 전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과 중국의 불교교류 관계를 논할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파되는 일방적인 흐름만을 주목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불교연구원 석길암 전임연구원은 “고려시대 한국불교가 중국불교로 역수입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월 30일부터 31일까지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열린 ‘한중 불교교류 학술세미나’에서 ‘고려시대 해동불교 전집의 중국 유통에 대하여’를 발표한 석 연구원은 “한중 불교교류는 중국의 일방적인 시혜가 아닌, 상호교류를 통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석 연구원은 “한국불교가 중국에서 성립된 한문 불교전적(典籍)의 바탕 위에 전개됐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동일한 한문(漢文) 문화권이었기 때문에 한국불교가 중국불교로 역수입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소> <대승기신론별기> <이장의> 등의 저서는 늦어도 690년대에 중국에 전해졌으며, 오월왕이 고려에 천태종 장소(章疏)를 구한 일 등은 역사적 사실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송대(宋代)에는 원효 스님의 <금강삼매경론>과 균여 스님의 <보현십종원주가>가 전해졌다. 이어 대각국사 의천은 항주 혜인원에 <화엄경> 50권과 <당측천시역> 80권 <덕종조역> 40권 등을 기증했다. 원대(元代)에 들어서도 고려의 대장경이 중국에 수출됐으며, 많은 사경승(寫經僧)들이 원에 진출해 대장경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석 연구원은 “한중 불교교류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교학불교 전적들이 중국으로 역수출되는 교류현상도 볼 수 있다”며 “한중간의 문화교류를 다각적은 측면에서 조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국시대(民國時代) 불교 간행물에 게재된 한국불교사료에 대한 고찰’을 발표한 황심천 교수(북경사회과학원)는 한중불교를 연결시킨 옥혜관(玉慧觀)이란 인물에 주목했다. 옥혜관은 조선에서 태어난 중국인으로, 어렸을 때부터 조선에서 자라 태허(太虛)대사에 귀의해 중한불교 교류에 진력했다. 중국 상해에 거주하며 중국불교회에서 활동했으며, 회보 <해조음(海潮音)>의 사장을 맡아 한국불교계의 소식을 중국에 전한 것은 물론 고려 의천 스님이 항주에 설립한 고려사의 중건사업을 추진하는 등 한국불교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황 교수는 “옥혜관이 살해당한 후 중국불교 간행물에서 더 이상 한국불교에 관한 소식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며 “한중불교교류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옥혜관에 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불교연구원(원장 정병조)과 중국 북경대학교 종교연구소(소장 루유열)가 공동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정병조 원장의 ‘백운 경한과 임제종’, 정병삼 교수의 ‘신라 구법승의 구법과 전도’ 등 국내 교수들의 연구 성과와 위상해 교수(북경대 철학과)의 ‘중한불교교류에서 의천의 공헌’ 등 총 14편의 논문이 소개됐다.

한중 불교교류 프로젝트란?
한국불교연구원(원장 정병조)이 중국 북경대학교 종교연구소(소장 류우열)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한중 불교교류 연구’ 프로젝트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됐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기 위해 중국이나 인도 등에 목숨을 건 구법여행을 떠났던 구법승들의 자취를 찾고, 그들의 중국 내에서의 활동과 치열한 구도정신을 되새김으로써 한국불교의 원류를 추적해 보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특히 단순한 문헌학적 연구뿐만이 아니라 구법승들의 활동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그들의 흔적을 찾아가 불교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용되는 과정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3월 30일 열린 세미나 개막식에서 정병조 원장(제일 왼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병조 원장은 “1000여 명이 넘는 구법승들의 역사적 자취를 찾는 일은 한국불교, 나아가 중국불교의 잊혀졌던 역사를 복원한다는 문화사적 의의가 있다”며 “구법승들에 대한 엄밀한 학문적 재평가 작업이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3년간 진행된 ‘한중 불교교류 연구’ 프로젝트는 오는 8월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한국불교연구원은 그간 발표된 논문과 자료를 묶은 책으로 펴내고, 8차에 걸친 현장답사에서 찍은 사진을 토대로 구법승들의 경로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구법 지도’도 작성할 계획이다.

한국불교연구원 문무왕 연구원은 “구법승들의 자취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곳도 많아 연구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3년간의 연구와 현장답사 등을 통해 그간 조망되지 않았던 구법승들의 교류통로를 복원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04-09 오전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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