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계종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유권 논란의 한 편에서는 석가탑 내 출토유물(국보 제126호) 중 묵서지편(墨書紙片, 먹으로 쓴 종이뭉치)과 비단에 쌓인 지류뭉치의 ‘연구’가 학계ㆍ언론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묵서지편은 1966년 불국사 석가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과 함께 발견된 것으로, 여러 문서들이 한데 뭉쳐있어 그동안 판독이 이뤄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이 묵서지편을 촬영하고 판독한 후 3월 9일 “110여 쪽에 이르는 묵서지편은 ▷보협인다라니경 ▷1024년 불국사무구정광탑중수기 ▷1038년 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佛國寺西石塔重修形止記) ▷보시명공중승소명기(布施名公衆僧小名記) 등 최소 4종으로 구성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불국사무구정광탑중수기(이하 중수기)’ 사진 3장과 판독문 전문도 공개했다.
| |||
한 언론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중수기 내용을 두고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물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함에 따라 더욱 논란이 확대됐다.
그러나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은 3월 24일 열린 신라사학회에서 “중수기의 전후 문맥상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신라시대에 제작되어 석가탑에 안치된 것으로, 석가탑 해체 보수 시 다시 넣은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3월 28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신라 특유의 서체와 종이 가공법, 섬유의 치밀도 등을 분석해 볼 때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제작 연대는 신라시대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재 공개된 중수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안승준 연구원이 해독한 바에 따르면, 석가탑은 신라 경덕왕 1년(741)에 개창해 혜공왕 대(765~780)에 완성됐으며, 285년이 지난 뒤 중수했다. 탑의 해체 수리를 현종 15년(1024년)에 시작돼 사리함과 무구정광다라니경을 다시 안장했다. 또한 중수기에는 불국사에 주석하는 많은 스님들이 중수를 위해 공양한 물품 목록과 중수할 때의 날씨, 먹은 음식 등을 기록한 ‘중수 일기’가 덧붙여져 있다.
안 연구원은 “중수기의 제목에 ‘월함산(月含山) 유가업(瑜伽業) 불국사 무구정광탑 중수기’라고 적힌 것을 볼 때 중수 당시 불국사는 교종 계열인 유가종(瑜伽宗) 사찰이었다”며 “‘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의 내용이 공개된다면 더 자세한 정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묵서지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히 연구한 후 원문과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국가기관이 문화재를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