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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사회의 국회에 해당하는 조계종 중앙종회. 1962년 통합종단이 출범하면서 시작한 중앙종회는 94년 종단 개혁을 거치면서 위상과 권한을 증대시켜 왔다. 특히 98년 종정중심제를 주장하는 세력과 갈등을 겪으면서 역할과 기능이 더욱 강화됐다. 그러나 현재 중앙종회는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종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포교사회학과)가 제13대 중앙종회 활동실태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도출한 뒤 해결점을 제시했다. 이 자료는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창립준비위원장 만초)가 발간한 ‘13대 중앙종회 활동에 대한 평가와 종단과 제14대 중앙종회의 올바른 방향을 위한 제언 대중공사 자료집’에 실렸다.
△선출과정부터 바꿔야
중앙종회는 구성과정에서 이미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직능직 중앙종회의원 선출이 계파나 종단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고 있다. 교구별 직선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지나친 과열이나 금권선거 등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직능직은 종단 각 직능별 의견이 반영되고, 대표성 있는 스님들이 선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선직의 경우 과열경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후보자 등록 없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교구 내 모든 유자격자들이 투표하고, 1위가 투표참여자의 과반수를 넘을 때까지 반복투표를 하게 한다면 사전 선거운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중앙종회가 유력인사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해 2회 연임한 종회의원은 1회는 수행에 전념하도록 유도하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상임분과위 운영 확대 및 전문화 필요
제13대 중앙종회에서 발의된 총 43개 종법개정안 중 통과된 의안은 11건, 차기로 이월된 안건은 27건, 종결 3건, 부의 2건이다. 종헌개정안도 총 7건 발의됐지만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중앙종회 입법기능의 효율성을 의심케 하는 수치다. 중앙종회의 의안처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임분과위원회 운영을 확대하고 상임위 활동에 각종 여론 수렴과 연구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 상임위원회에서 심도 있고 전문적인 논의와 토론을 거쳐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특별위원회가 종단 정치의 산물이 아니라 특별한 사안이 있고 반드시 필요할 때 구성하도록 제한할 필요도 있다.
△권한 분산하고 종책 결정 역할 확대해야
중앙종회 권한이 총무원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부여되고 있지만 원활하게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선출기능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분산하고 대신 종책 결정에 대한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원로회의 의원 추천권은 원로회의에, 종립학교 임원은 종립학교관리위원회에 주는 것이 필요하다. 호계위원 선출은 각 율원장과 총무원장, 중앙종회 의장단으로 구성된 선출위원회에서 담당하면 종단 정치로부터 중립을 기할 수 있다.
△윤리장전 제정하고 징계 제도 만들어야
서울 흥천사 토지 불법매매로 중앙종회의원의 도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앞으로 종교계는 종교지도자들의 자질과 역량, 지도력이 성장과 쇠퇴를 결정하게 된다.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도덕적 우월성을 점하기 위해선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분야의 연수와 전문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중앙종회 내에 외부인사 및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청정승가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종무원과 중앙종회의원의 윤리장전을 제정해 이를 어길 경우 징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각급 단체들과 활발한 의사소통 모색
중앙종회가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종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자문을 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종단 발전을 위한 비전과 종책을 제시하고 그에 수반하는 종헌종법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종회는 중앙종무기관, 각 교구본사, 신도회 및 단체, 일반 사회의 유관조직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종회는 정기적인 간담회, 청문회, 토론회, 세미나, 연석회의 등과 같은 모임을 자주 개최해야 한다. 또한 이들 단체들이 중앙종회에 옵서버로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수 증원 필요
종단 승가의 과반수에 육박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수를 증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비구니 중앙종회의원들도 해당분야의 전문성과 활동력을 갖춘 스님들로 구성해 상징성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비구니 스님의 수가 많은 교구본사나 직능직 중 비구니 스님의 활동이 필요한 분야에서 비구니 스님의 선출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종책모임 연구모임으로 전환시켜야
중앙종회 내 여러 종책모임이 계파적 이해관계의 중심이 되기보다 종책 산출을 위한 연구모임이 되도록 전환시켜야 한다. 또 중앙종회사무처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종회 사무처에 입법과정에 밝은 출재가 인사로 전문위원제를 둬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앙종회가 지속적으로 개혁 아젠다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만초 스님(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창립준비위원장)은 “이번 조사와 분석을 시작으로 중앙종회 활동 연구와 대안 마련이라는 명제가 종단 내에 공론화되고 많은 대중들의 올바른 뜻이 전달돼 중앙종회가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