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남쪽 도시 까오슝. 한국의 부산처럼 불심(佛心)이 강하기로 유명한 도시다. 까오슝의 대표적인 사찰 원조사(주지 경정) 대중들이 한국 불자들을 위한 선물을 들고 부산을 찾는다. 대만 불자들이 준비한 선물은 지장보살의 전생 이야기를 경극으로 꾸민 ‘지장보살전-바라문녀 어머니를 구하다’와 대만의 불교 성가(聖歌). 대만의 사찰이 한국을 방문해 공연을 여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평소 지장보살의 원력을 닮고 싶어 지장보살 사상 연구와 포교에 힘써온 원조사 주지 경정 스님의 오랜 원력이 담긴 방문이기도 해 더욱 의미가 깊다. 안국선원(선원장 수불)이 한국에서의 공연 준비 일체를 도맡았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원조사 사부대중은 194명. 원조사 신도들로 구성된 ‘김교각 경극단’ 단원 60명과 대만 불교 성가를 들려줄 고웅시 고산부녀합창단, 원조사 여래저성 합창단 단원 120명 등이다. 4월 7, 8일 오후 7시 부산 금정문화회관에서 하루 한차례씩 열리는 공연을 위해 전세기를 이용해 입국한다.
4월 5일부터 10일까지 4박 5일 동안 이뤄지는 이들의 방문 목적은 아주 뚜렷하다. 신라 왕자였던 김교각 스님의 고향땅을 찾아 교각 스님의 은혜를 갚겠다는 지극한 마음으로 한국 불자들을 위한 공연을 여는 것이다. 공연에 차질이 없는 일정 내에서 통도사, 불국사, 운문사를 방문해 한국 불교를 체험하고 배우는 시간도 갖는다.
이들은 이미 1년 전부터 꼼꼼한 사전 준비를 해왔으며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5차례나 부산을 방문, 최상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미 대만에서는 여러 차례 공연을 가져 호평을 받은바 있지만 무대가 바뀌고 언어가 다른 한국 공연이라 소품, 분장, 조명, 특수음향 등에 한층 더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교각 스님의 고향땅에서 올리는 공연인 만큼 조금의 차질도 없는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지장보살의 대비심과 원력을 오롯이 전하겠다는 원조사 대중들의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엄청난 경비에도 불구하고 일체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는 것도 경정 스님의 뜻이다. 교각 스님의 땅에 살고 있는 한국 불자들에게 선물을 드리는 마음으로 준비했기 때문이란다.
이날 무대에서는 불교 성가도 불려진다. 불교 성가는 대만에서 음악계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황우지 교수가 곡을 쓰고 경정 스님 등이 작사한 곡으로, 대만 불교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 준비를 맡게 된 수불 스님은 “중생 제도의 원력으로 중국 땅에서 교화와 덕행을 펴 보이신 교각 스님의 은혜를 갚기 위한 대만불자들의 신심에 새삼 감탄한다”며 “이번 공연은 이분들이 한국 불자에게 올리는 공양이니 많은 분들이 와서 그들의 신심과 원력에 화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무료이며 7일은 경극, 8일에는 합창이 공연된다.(051)583-0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