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일부 유물을 제외하고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조계종은 3월 26일 해당 유물의 전시부스를 비워둔 채 불교중앙박물관을 개원할 예정이다. 사진=박재완 기자

“반쪽짜리 귀환은 있을 수 없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포함한 석가탑 내 출토유물 일괄이 반환되어야 한다.”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의 석가탑 내 출토유물(국보 제126호) 반환요청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이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의 지물류(紙物類)를 제외하고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계종은 “일부만 반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괄 반환을 요청하고 나섰다.

불국사가 소유주로 명기되어 있는 석가탑 내 출토유물은 1966년 발견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 위탁 보관되어 온 문화재로, 3월 26일 불교중앙박물관이 개관함에 따라 조계종이 반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불교중앙박물관의 시설 미비와 보존ㆍ연구를 이유로 이관을 거부하다 조계종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자 결국 ‘반쪽짜리 반환’을 결정했다. 석가탑 내 출토유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계 최고(最古)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비단에 쌓인 종이뭉치(묵서지편) 등을 반환 목록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22일 국립중앙박물관과 실무자회의를 열고 “해당 유물이 빠짐없이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3일 현재 “석가탑 유물을 이관 받은 것은 1967년 문교부장관의 ‘문화재이관 명령’에 따른 것이었으므로 조계종으로의 이관을 위해서는 위 명령을 해제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며 문화재청에 이관에 관한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26일 이전에 행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불교중앙박물관 내 석가탑 출토유물 전시장은 비워둔 채 개막식을 진행하게 된다.

조계종이 석가탑 내 출토유물의 반환에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갖는 성보로서의 가치 외에도, 문화재 위탁 기관이 보존이나 연구를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는 선례를 남긴다는 점 때문이다. 조계종 문화부 박종학 팀장은 “유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 반환 후 실무자 협의를 통해 연구를 지속할 수 있음에도 무조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