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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봉은사 주지에 취임한 명진 스님(사진)의 첫 일성이었다. 이후 스님은 바깥출입은 물론 언론과의 접촉도 피하며 절수행과 기도에 매진했다. ‘봉은사’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과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위치한 도심포교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컸기 때문일까? 스님의 이러한 행보는 불교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처음엔 저 자신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지요. 그래도 100일 정도 지나니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명진 스님은 12ㆍ7 법난 규탄대회와 94년 종단개혁에 참여했고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는 등 소위 ‘운동권 스님’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스님은 다른 사람의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소신을 끌고 왔다. 한 달에 한 번 직접 빗자루를 들고 사찰 청소에 나섰고, 대중들과 함께 공양하며 봉은사 발전 방안을 고민했다.
3월 14일 열린 1000일 기도 100일자 법회 때는 ▷전통사찰에 걸맞는 가람정비 ▷신도조직의 활동 강화 ▷해외포교의 전진도량 건설 ▷이웃과 함께하는 대사회사업 ▷ 도심사찰에 맞는 포교프로그램 실시 등 5대 영역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공표했다.
“발전방안의 핵심은 ‘수행하는 사찰’ ‘아름다운 사찰’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사찰 불사나 포교 모두 수행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신도들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사찰, 다시 와보고 싶은 아름다운 사찰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현재 근린공원 지구로 묶여 건물 하나 세우기 힘든 여건이지만, 이를 개선해 숲과 산책로가 있는 도심공원으로 만들고 시민들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참선수행센터도 건립할 예정이다. 신도조직의 활동을 강화해 4년 내에 1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확보하는 등 대 사회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직장인이나 CEO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과 일요법회를 강화하고 장학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포교를 위해 오는 6월 경 중국 연변에 수월선사 추모사찰 ‘수월정사(水月精舍)’도 개원한다.
의사결정이나 업무 처리를 스님 개인이 아닌 종무실을 중심으로 하는 실무자들이 직접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발전계획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중창불사는 단순한 도량 정비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봉은사가 새로운 포교의 지평을 열어 가는 역할모델이 될 수 있도록, 발전계획을 하나하나 차근히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