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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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사찰에서 노래하고 춤춰요
조계사 ‘유아법회’ ‘회화나무합창단’
유아법회 어린이들이 어린이 오계를 지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중심 조계사(주지 원담)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유아법회’와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회화나무합창단’이 그것이다.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사찰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부처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포교의 블루오션’을 개척한 조계사. ‘요람에서 무덤까지’ 신행문화의 변화가 꿈틀거리는 현장을 들여다봤다.

△유아법회
한 아이가 바닥에 엎드려 있다. 다른 한 아이는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장난감 더미 속에서 무언가 열심히 만드는 아이. 최신 유행가를 목청껏 부르는 아이. 여느 유치원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미소를 지으며 이러한 모습을 내려다보는 부처님이 여기가 법당임을 일깨운다.

조계사 유아법회가 호응을 얻고 있다. 2006년 8월 6명으로 시작한 유아법회가 60여명으로 늘어났다. 법회에는 보통 30명 정도 참가하지만 그래도 놀랄만한 증가세다. 1회 졸업생도 15명 배출했다.

조계사 유아법회는 ‘불교 생태 활동 법회’를 큰 주제로 진행된다. 어려서부터 자연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불교생태 및 불교문화를 저절로 몸에 배게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1월에 친구들과 눈썰매장도 가고, 6월에 가족과 함께 사찰순례도 한다. 특히 11월에는 여행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체험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배운다. ‘눈높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다.

3월 11일 조계사 소설법전. 유아법회가 시작됐다. 황연경 유치부 주임교사(나무쌤)가 “이제 정리하고 자리에 앉자”고 외치자 30여명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주섬주섬 치운다.

한글반야심경을 읽고 있는 어린이.

열매반과 별꽃반, 꽃잎반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을 모으고 불(佛)ㆍ법(法)ㆍ승(僧) 삼보(三寶)에 귀의한다. 열매반과 별꽃반은 7살, 꽃잎반은 5~6세 아이들로 구성됐다. 이어 한글반야심경을 봉독하는 아이들.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이 선창하면 따라한다.

다시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가부좌를 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아예 다리를 쭉 편 아이도, 바로 엎드려버리는 아이도 있다. 선생님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명상음악이 흘러나오자 아이들 표정이 달라진다. 눈을 연신 감았다 떴다 하는 아이도 있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하다. 지난주에는 이 시간에 아픈 엄마를 위해 기도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스물을 셀 때까지 생각을 정리했다.

새로 오신 남자 선생님과 여자 선생님 소개에 이어 ‘어린이 오계’를 낭독한다.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으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어른들의 그것과 같다. 음행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 것 대신 ‘친구들과 싸우지 않겠습니다’ ‘스님과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겠습니다’라고 다짐한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아이들.

이제 즐거운 율동 시간. 선생님과 함께 ‘숫자송’을 따라 부르며 춤추기 시작한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박수치며 팔짝팔짝 뛰기도 한다. 그야말로 천진불 세상이다. 법회의 마지막은 서로 마주보며 합장 반배로 서원하는 것. ‘성불합시다.’

아이들은 이날 대웅전과 일주문, 회화나무, 백송 등을 둘러보며 조계사가 ‘우리 절’임을 어렴풋이 느끼기도 했다.

보현이 엄마 윤은실씨는 “아이가 유아법회에 참석한 뒤부터는 사람들을 만나면 합장을 한다”고 귀띔했다. 또 “일반 유치원과 달리 민속놀이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 때문인지 법회일이 되면 아이가 먼저 가자고 조른다”고 덧붙였다.

국제포교사인 그녀는 “유아법회가 자연스럽게 포교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한 뒤 “조계사에도 유치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회화나무합창단
“만다라화 향내음이 시방세계 두루 하네 그 향기 맡는 이는 마음마다 연꽃 되어 사바의 속진 번뇌 모두 다 사라지고 이루는 곳곳마다 연화장 세계로세.”

회화나무합창단 어르신들이 악보를 보며 실버하모니를 내고 있다.

3월 15일 조계사 극락전. 80여명의 어르신들이 김진영 선생님(조계사 합창단 부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찬불가 ‘연꽃 피어오르리’를 부르고 있다.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박자를 맞춰보지만, 때로는 박자를 놓치기도 때로는 틀린 음을 내기도 한다. 그래도 표정만은 일류 합창단 못지않다.

지난 2월 창립된 조계사 회화나무합창단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창립 2개월도 안 돼 회원수가 190여명에 이르렀다. 기도나 산사순례 외 특별한 신행프로그램이 없었던 어르신들에게 음성공양이라는 새로운 선물이 나타난 것이다.

황옥선 보살님도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진다. 도반들도 만날 수 있고 노래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탓인지 들어도 자주 까먹고 힘에도 부치지만 즐겁기만 하다. 찬불가뿐만 아니라 ‘어머나’ ‘가는 세월’ 등 유행가를 배우는 것도 재미다.

회화나무합창단은 3월 넷째주 일요법회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그들은 소망한다. 실버하모니로 봉축법회 무대를 장식할 날이 어서 오기를.
글=남동우 기자/사진=박재완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7-03-19 오전 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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