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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 출토유물(국보 제126호)의 반환을 둘러싸고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과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의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3월 26일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 개관에 앞서 이관될 것으로 알려졌던 석가탑 출토 유물에 대해, 현재 위탁 관리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이 15일 보존능력 미비를 이유로 반환 불가를 통보했다.
1966년 발굴된 석가탑 출토유물에는 세계 최고(最古) 목판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은제사리합, 비단에 쌓인 종이뭉치(묵지서편), 구슬 등 29점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조계종이 유물 보관 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해 1967년부터 지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 위탁 보관되어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 조계종에 보낸 ‘석가탑 삼층석탑 내 발견유물 이관 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화재ㆍ도난ㆍ항온항습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보관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과학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국민의 의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물관은 “3월 2일 불교중앙박물관에 대한 현지 점검을 실시한 바, 진열장 골조공사 중이어서 신축건물 자재의 유해성분이 ‘무구정광다라니경’과 같은 보존과학적으로 민감한 지류(紙類)유물에 미칠 해독도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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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은 16일 오전 회의를 열고, “석가탑 출토유물은 불교중앙박물관으로 이관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계종 문화부는 “불교중앙박물관의 수장고 및 전시 시설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이관에 대해 논의해오다 돌연 입장을 번복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부는 “유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 반환 후 실무자 협의를 통해 진행하거나, 전시가 불가능하다면 수장고에 보관하는 등 다각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일방적으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지난해 10월 국립중앙박물관에 석가탑 출토유물의 이관을 요청한데 이어 11월 경 유물에 대한 보험평가액 위임을 요청하는 등 실질적인 이관 준비를 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3월 5일 유선상으로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고, 이에 조계종이 3월 7일 다시 반환 요청 공문을 발송하자 15일 공식적으로 반환 불가 입장을 통보해 왔다. 지난 12일에는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총무원장 지관 스님 면담을 요청했으나, 총무원은 “반환 이외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며 면담을 거부했다.
한편 조계종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에 대한 심각한 유감을 표하고, 해당 유물의 반환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