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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새 생명을 싹틔우는 봄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아직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불편한 몸과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힘들어하는 이웃들. 그들에게 따사로운 자비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80세 독지가, 치료비 700만원 지원
올해 9살이 되는 효준이에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형종양제거수술을 받은 효준이는 난청과 선천적으로 입천장이 뚫려 있는 구순구개열을 앓고 있다. 청각장애 1급으로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효준이에게 시급한 것은 구순구개열 수술. 그러나 택시운전을 하던 몇 달 전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어머니는 암투병중인 외할머니의 병 수발로 수술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1월 말,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진행하는 ‘환우돕기’에 효준이의 사연이 소개되고 난 후 도움이 손길이 닿았다. 80세의 한 노 보살님이 수술과 1년 동안의 언어재활치료에 필요한 700만원을 선뜻 내놓았기 때문이다.
2월 2일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전화를 건 노 보살님은 익명을 요구하며 “효준이를 돕고 싶다”며 700만원을 지정 기탁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보살님은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며 3월 12일 열린 전달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도 환우 돕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만 전해왔다. 덕분에 효준이는 2월 23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12일 성금을 전달받은 효준이 어머니 김경미(36)씨는 “선뜻 치료비를 지원해주신 어르신께 감사드린다”며 “직접 뵙지 못해 아쉽지만, 앞으로 재활치료를 열심히 해서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이웃을 위한 등’이 남매의 건강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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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부처님오신날. 서울 조계사에 ‘이웃을 위한 등’이 밝혀졌다. 나보다 조금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조금씩 마음을 내어 단 등 500여 개가 모였고, 그만큼 성금도 쌓여 그 중 1000만원을 강수진(11) 민석(8) 남매의 수술비로 지원하게 됐다. 남매는 유전성 강직성 하지마비를 앓고 있어 수차례의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매의 아버지 역시 같은 병을 앓고 있고 어머니는 소아마비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상황.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 지원금을 받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수술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물리치료와 병원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2년 가까이 미뤄져왔다. 그러다 마침내 올해 말 민석이가 수술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계사 사회국장 범성 스님은 3월 13일 서울 가회동에 있는 남매의 집을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민석이는 수술을 하면 더 잘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요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아버지 강대생(44)씨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불자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몇 차례 더 수술을 하고 물리치료도 해야 하지만 밝고 건강하게 키우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웃을 위한 등’은 2000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지금까지 11명의 환우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했다. 올해도 조계사에는 이웃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는 ‘자비의 등’이 내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