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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프리허그(Free hug)’ 혹은 ‘따뜻하게 안아드립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본 적 있으세요? 낯선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프리허그 동영상은 지난해 최고의 UCC(User Created Content,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영상물)로 선정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편으론 낯선 사람과는 악수를 나누는 것조차 꺼리는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신체언어’이자 ‘아직은 쑥스러운 애정표현’인 포옹을 어떻게 하면 우리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 따뜻하게 안아드립니다, 프리허그
‘백 마디 말보다 소중한 단 한 번의 포옹.’
거리에서 낯선 사람과 포옹을 나누는 ‘프리 허그 운동’이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프리허그 운동은 2001년, free-hugs.com의 설립자인 헌터(Jason G. Hunter)가 최초로 시작했다. 이후 2004년 호주의 후안만이라는 청년이 프리허그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상륙해 ‘프리허그코리아(www.freehugskorea.org)’ 등 몇몇 단체를 중심으로 프리허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포옹이라는 하나의 실천행위를 넘어 한 인간과 인간 간에 긴밀한 연대’를 지향하는 프리허그코리아는 최근 거리에서 펼치는 프리허그에 이어 가족 간에 포옹이나 스킨십을 생활화하자는 ‘예스터치(Yes-Touch)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참가자들이 집안에 ‘예스터치’ 스티커를 붙이고 하루 다섯 번 가족을 안아주는 것은 물론, 매달 11일을 ‘허그데이’로 정해 가족 간에 사랑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 안으면 건강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행위’라고는 해도, 남을 껴안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부모와 자식 관계라 해도 껴안거나 쓰다듬기, 손잡기 등을 스스럼없이 하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타인과의 단절’이 심한 오늘날에는 모르는 사람을 안는 행위는 ‘위험한 일’이라고까지 인식되고 있다.
프리허그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포옹에는 치유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껴안는 행위를 통해 서로가 다르지 않고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더욱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자비명상’을 지도하고 있는 마가 스님(천안 만일사 주지)은 “상대방의 존재를 마음으로 인정하며 안아주고 호흡을 느끼다보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며 “포옹은 관세음보살님이 우리를 어루만지는 것 같이 마음을 순화시켜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심리적 효과 외에 신체 접촉은 우리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2002년 7월,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포옹을 통해 피부가 서로 닿으면 ‘애정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한다. 논문을 기고한 스웨덴 살리렌스카대학병원 하칸 올라우손 교수는 “기분 좋은 포옹은 신경계를 자극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말한다. 2003년 미국정신신체학회 역시 ‘안아 주면 건강해진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포옹요법’을 제안한 미국의 정신간호학자 캐슬린 키딩은 포옹을 하면 기분전환에 좋고 외로움을 덜어주며, 두려움을 이기게 해주고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불면증을 없애준다는 등의 10가지 효능을 제시하며 ‘포옹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포옹의 효과 덕분에 지난해 프리허그 운동을 시작한 육군 백골부대에서는 부정적인 설문결과와 사고발생율리 5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포옹을 포함한 스킨십은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안겨 있을 때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물질들은 기분을 좋게 하고 기억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안아 주면 아이들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이 생겨나게 된 근거이기도 하다.
아직도 배우자나 자녀를 꼭 안아주기 쑥스러운 사람이라면, 프리허그코리아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자. 프리허그와 예스터치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후기와 실천방법, 스티처 신청방법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안아주기는 ‘방법’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