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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드신지 몰랐어요”
노인생애 체험센터 현장
서울 효창동에 있는 노인생애 체험센터에서는 특수 장비를 착용하고 어르신들의 생활을 체험해 봄으로써 생활의 불편함과 개선해야 할 점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사진=노인생애 체험센터
‘고령화 사회’를 둘러싼 담론이 무성하다. 그러나 어르신들에게 담론이나 정책은 아직 ‘먼 일’일 뿐, 실제 생활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생활의 편리’다. 팔 다리는 나날이 무뎌지고 신문 한 줄 읽으려 해도 돋보기에 의지해야 하며, 손 짚을 곳 없인 집 안을 돌아다니기도 벅찬 어르신들의 생활. 그 ‘불편’을 이해해보고 집안을 좀 더 편안한 생활공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인생애 체험센터’를 다녀왔다.

“아얏!” “너무 무거워.” “힘들어서 못하겠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2월 27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노인생애 체험센터를 찾은 부천대 건축학과 학생 14명이 특수 장비를 착용한 채 가정집과 유사하게 만든 체험관에서 이리저리 부딪친다. 자리에 앉는 것도 걸어가는 것도 마냥 힘들게만 보인다.
이들이 착용한 장비는 팔다리, 등을 둔하게 만드는 억제대와 모래주머니, 손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장갑과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하는 귀마개, 시야를 좁게 만드는 안경 등이다. 장비를 착용하고 나면 몸은 구부정해지고 팔다리는 천근만근. 게다가 앞도 잘 보이지 않고 말소리도 희미하게 들린다. 일반인에겐 ‘비정상적인 상태’이지만, 80대 어르신들의 신체 상태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안내에 따라 처음 도착한 곳은 현관과 주방, 거실 등을 재현해 놓은 ‘공공 생활 체험공간’. 뻑뻑해진 무릎 관절 때문에 현관에서 신발을 꺼내 신는 일부터 ‘노동’으로 느껴진다. 모래주머니와 억제대를 찬 팔로는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다 떨어뜨리기 일쑤고, 식탁 의자에 앉는 일에도 한참 주저하게 된다. 심지어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숟가락과 젓가락도 잘 집어지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신발을 신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현관에 의자를 하나 놓아두세요. 그리고 의자도 팔걸이가 있는 것이 앉고 일어설 때 지지할 수 있어 편리하답니다. 숟가락도 납작한 것보다는 손잡이 부분이 굵은 것이 사용하기 쉽습니다.”
최근에는 주방 싱크대와 서랍장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가구와 어르신들을 위한 수저와 고개를 뒤로 젖히지 않고도 물을 마실 수 있는 컵, 식탁 위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흡착 그릇 등이 판매되고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사용하는 가정은 많지 않다.
가장 ‘난코스’로 꼽히는 것은 바로 단추 채우기. 좁은 시야와 둔감한 손가락 움직임 때문에 보통 때와 달리 중간에서부터 단추를 채우게 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40여 분간의 체험이 끝나고 옮겨간 곳은 침실과 욕실 등이 있는 ‘개인 생활 체험 공간’이다. 흔히 ‘어르신들은 온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체험자들도 직접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다. 동그란 문손잡이는 손 안에서 자꾸 헛바퀴를 돌고, 앉은 자리에서는 불을 켜고 끄는 스위치에 팔을 뻗어도 닿지 않아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보행 체험 공간’에 도착했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휠체어를 타고 경사면을 올라보다 보면 바깥세상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가 된다. 1시간에 걸친 체험이 끝나고 특수 장비를 풀고 나자 입에서는 절로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갑작스런 신체 변화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힘들었다는 반응이다.
김영희(20)양은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며 “앞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주거공간을 설계할 때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장명화(21)양은 “가까이 사시는 할머니댁을 얼른 찾아가 문 손잡기를 바꿔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과 함께 체험에 참가한 소준영(40) 교수(부천대 실내건축과)는 “우리나라에도 아직 어르신들을 위한 건축설계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복지시설 디자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매 학기 센터를 찾아 체험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 10월 개관한 노인생애체험센터는 현재까지 1500여 명이 체험에 참가했으며, 전화나 인터넷(www.aging-simulation.or.kr)으로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이용료는 무료. (02)712-6400

<어르신 있는 가정에선 이렇게 하세요!>
▷ 현관에 의자와 구두주걱을 놓아두면 신발을 신고 벗기 편하다.
▷ 물통은 작은 용량의 용기에 담아 냉장고 중앙 부분에 둔다. 어르신들이 자주 먹는 음식도 손이 닿기 쉬운 부분에 둔다.
▷ 수저는 손잡이가 굵어 손에 쥐기 쉬운 것으로 준비한다. 부분 마비나 손 사용이 자유스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특수 수저도 판매하고 있다.
▷ 의자는 팔걸이가 있는 것이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편하다.
▷ 세탁기는 세탁물을 꺼내기 쉬운 위치로 받침대를 설치한다.
▷ 좌식 생활을 한다면 스위치 높이를 바닥에서 80~90cm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한다.
▷ 침대는 바닥에서 50cm 정도 높은 것이 적당하다.
▷ 방문이나 가구의 손잡이는 원형보다는 바(bar)형으로 바꾼다.
▷ 욕실에도 팔걸이가 있는 샤워용 의자를 둔다.
▷ 욕조를 사용하는 집에는 욕조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자나 보조 탁자를 둔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03-02 오후 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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