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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시간과 공간을 통털어 무시무종
태고총림 방장 혜초 스님 해제법어
태고총림 방장 혜초 스님이 2월 28일 동안거 해제법어를 발표했다.

스님은 미리 배포된 법어를 통해 "매번 해제일이 되면 어떤이는 마음이 가볍고 홀가분할 것이고, 어떤이는 마음이 무겁고 어두울 것"이라며 "하지만 세상은 시간과 공간을 통털어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따라서 결재해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요. 대혜종고선사의 말씀대로 진정한 수행인은 때(時)를 가리지 않고 정처(靜處)와 요정(鬧井)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님은 "부디 만행(萬行)을 떠나 세상을 둘러보면서 보다 큰 그릇이 되어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태고총림방장 정해년 해제법어 전문

또 한해가 바뀌어 병술년 동안거 해제일입니다.
매번 해제일이 되면 어떤이는 마음이 가볍고 홀가분할 것이고, 어떤이는 마음이 무겁고 어두울 것입니다.

마음이 가볍고 홀가분한 사람은 수행을 한답시고 간절한 생각없이 그저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사람일 것이고, 마음이 무겁고 어두운 사람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진일보(進一步)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진에 임했으나 이번 안거(安居)에도 크게 얻은 것이 없구나 하는 허탈한 심정을 가진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수행자가 몸뚱이만 산사(山寺)에 머물러 선방(禪房)에 앉아 있는다고 하여 모두가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스스로 수행자임을 내세워 오만(傲慢)하고 공고(貢高)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차별(差別)하여 산란심(散亂心)을 부추기고 형상(形相)과 모양을 갖추어 시비(是非)를 일삼는다면 그런 사람은 아무리 조용한 산사에 머물러 있어도 진정한 수행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대혜종고(大慧宗杲)선사는 묵조선(黙照禪)을 공(空)에 치우쳐 고요만을 찾는것(沈空趣寂)이라 하여 묵조선을 하는 사람을 칠통배(漆桶輩)라 폄하하고 간화선(看話禪)을 권장하였습니다.

간화선은 한국선가(禪家)에 대종(大宗)으로 고요한 것과 시끄러운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靜鬧一如) 자나깨나 끊임없이 화두를 놓지 않고(寤寐一如) 일념으로 정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수행은 내가 수행자라는 생각은 물론 화두(話頭)를 들고 있다는 생각까지도 지워버려야 합니다.

그대들이 진정 깨달음을 얻고자 하거든 먼저 관념(觀念)의 노예(奴隸)가 되는 마음을 버리시오. 마음을 버리면 분별심(分別心)이 없어지고 분별심이 없어지며 대상(對象)과의 차별(差別)이 없어집니다.

대상과의 차별이 없어진 이상 어찌 시비(是非)가 있을 것이며, 시비가 없어진 이상 어찌 생사(生死)와 열반(涅槃), 중생(衆生)과 부처(佛),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이 다를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분별과 차별이 없어진 경계(境界)가 부처가 머무는 곳입니다.

만일 수행자들이 이같은 분별과 관념(觀念)의 세계를 벗어난다면 모두가 곧바로 부처를 이룰 것입니다.

임제(臨濟)선사께서는“도(道)를 배우는 벗들이여 참부처는 형상이 없고 참된 법은 모양이 없다.(眞佛無形, 眞法無相) 그대들은 그와같은 변화로 나타나 허깨비(幻像)여서 이런모양 저런모양을 짖는구나 설사 그것들을 구하여 얻는다 해도 모두 여우(狼)의 혼령들이며 결코 참된 부처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였습니다.

또한 선사께서는“큰스님들이여 착각하지 말라. 나는 그대들의 경(經)과 논(論)을 잘 알고 있는 것을 높이 사지않으며, 그대들이 폭포수처럼 유창(流暢)한 말솜씨를 높이 사지도 않는다. 총명한 지혜를 가졌다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오직 그대들의 진정한 안목을 갖기를 바랄뿐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상은 시간과 공간을 통털어 무시무종(無始無終)입니다.
따라서 결재해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대혜종고선사의 말씀대로 진정한 수행인은 때(時)를 가리지 않고 정처(靜處)와 요정(鬧井)을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부디 만행(萬行)을 떠나 세상을 둘러보면서 보다 큰 그릇이 되어 돌아오기를 기대합니다.

自笑一聲天地驚(자소일성천지경)
苦輪獨照江山靜(고륜독조강산정)
木牛昨夜遭燒炭(모우작야조소탄)
金獅法床含咆哮(금사법상함포효)

스스로 웃음소리에 천지가 진동하고
달빛 홀로 비치니 강산이 고요하네
지난밤 목우가 불에 타 재가 되고
금사자가 법상에 올라 진리를 전하네.
김원우 기자 | wwkim@buddhapia.com
2007-02-28 오후 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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