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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동안거 해제일을 맞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해제법어를 발표했다.
법전 스님은 해제법어에서 “해제를 해도 행동거지는 담판한이 돼 앞만 보고 걸어갈 일이지 절대로 곁눈을 팔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화두 역시 담판한처럼 절대로 망상을 붙이지 말고 한 길로만 쭉 밀어붙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법전 스님은 “‘담판한’은 널따랗고 긴 판대기를 등에 지고 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사물의 한 면 만을 볼뿐 전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한 말로서 단견에 빠져있는 외골수 내지는 외고집이라는 뜻”이라며 그런 외고집이 또 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이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법전 스님은 “결제는 앉아서 몸을 담판한을 만드는 것이요, 해제는 서서 마음을 담판한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몸과 마음이 함께 담판한이 돼 도반과 선지식으로부터 ‘정말 담판한!’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참으로 담판한을 벗어나는 도리가 그 속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해 해제시에도 부단 없는 정진을 계속하라는 경책을 했다.
한편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전국 선원의 정진대중 현황을 정리한 ‘병무년 동안거 선사방함록’에 따르면 전국 91개 선원(총림 5곳, 비구선원 53곳, 비구니선원 33곳)에서 정진대중 총 2144명(비구 1102명, 비구니 843명, 총림 199명)이 용맹정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해제법어 전문.
조계종 종정예하 도림법전 대종사 동안거 해제법어
목주도명선사가 납자를 불렀습니다.
“대덕이여?”
납자가 고개를 돌리니 말했습니다.
“담판한擔板漢이구나.”
‘담판한’은 널다랗고 긴 판대기를 등에다가 지고 다니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머리를 돌릴 수 없기 때문에 한쪽 면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물의 한 면 만을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한 말입니다. 단견에 빠져있는 외골수 내지는 외고집이라는 뜻입니다. 조주선사도 시원찮은 납자를 ‘담판한’이라고 꾸짖었습니다.
남방에서 온 납자가 조주선사 회상에 참여하고자 하니 선사께서 물었습니다.
“남방에는 불법이 매우 성한데 그대는 거기에서 무엇을 했는가?”
“불법이 어찌 남북에 매여 있겠습니까?”
“그대가 설봉의존 선사나 운거도응 화상의 회상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담판한 일 뿐이다.”
설봉이나 운거 역시 당대의 대선지식들입니다. 누구 밑에서 공부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안목이 열렸는가 열리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육조혜능 선사의 나무꾼 행자시절 수준으로, 그것도 모방해서 한마디 대답했으니 ‘담판한’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석 달 공부살림살이를 마치고 동안거 해제를 하는 날입니다. 해제를 해도 행동거지는 담판한이 되어 앞만 보고 걸어갈 일이지 절대로 옆눈을 팔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화두 역시 담판한처럼 절대로 망상을 붙이지 말고 한 길로만 쭉 밀어붙여야 할 것입니다. 결제는 앉아서 몸을 담판한을 만드는 것이요, 해제는 서서 마음을 담판한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담판한이 되어 도반과 선지식으로부터 ‘정말 담판한!’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담판한을 벗어나는 도리가 참으로 그 속에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담판한擔板漢이 낙수가落誰家오
일척안一隻眼으로 여하변如何辨고
심산오야월명중深山午夜月明中에
규곡석인심중전叫哭石人心中箭이로다
담판한이라는 말이 누구에게 떨어질 것인가를
한쪽 눈만 가지고서 어떻게 가릴 수 있겠는가?
깊은 산 한밤중에 달은 밝은데
울부짖는 돌장승은 심장에 화살을 맞은 탓이로다.
불기 2551(2007) 동안거 해제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