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 문화 > 학술·문화재
“게송은 당대 일상생활 드러내는 거울”
박재금 교수, 한국불교학회 워크숍서

불교적 깨달음을 읊은 ‘게송(偈頌)’을 통해 당대의 일상생활을 살펴볼 수 있을까? 박재금 연구교수(청주대)는 ‘그렇다’고 말한다. 불가(佛家)에서 전통적으로 다양하게 짓고 불리어진 게송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일상문화로, 게송 속에는 사찰에서의 실제 생활상이 반영되어 있고 이를 통해 깨달음과 일상생활과의 관련성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10~11일 구례 화엄사에서 열린 한국불교학회(이사장 이평래) 겨울 워크숍에 참가한 박재금 교수는 ‘고려 후기 게송을 통해 본 선(禪)과 일상’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고려 후기 게송에는 선가에 보급된 차문화와 채식 위주의 식생활, 청규의 간행으로 인한 생활의 법도 정비, 노동활동을 수용한 풍토 등이 담겨 있어 고려 전기의 귀족적 불교에 비해 더욱 현실적 삶과 밀접해진 선종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사들은 게송을 통해 법리(法理)를 들러내 보이는 데 있어 일상적 삶의 공간과 사물을 주로 이용했다”고 말하는 박 교수는 나옹 혜근 스님과 혜심 스님, 충지 스님의 게송을 예로 들었다.

‘전에는 스승의 손에 있더니/이제는 제자의 손에 들어왔네’라는 혜신 스님의 게송 구절에 등장하는 부채는 번뇌 망상을 쫓는 것은 물론 전법의 상징물로 쓰이고 있으며, ‘아침이면 함께 죽을 먹고/ 죽 먹고 나면 발우를 씻네’라는 충지 스님의 게송에서의 죽과 발우는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사 속에 존재하는 도리, 즉 ‘도(道)’를 뜻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울력을 통해 노동의 의미를 드러내고 차 마시는 행위로 진리 자체를 상징하는 것처럼, 일상적 소품에 일관된 주제를 담아 거론하는 것은 선사들의 관습적 표현방식”이라고 말한다.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신다’는 나옹화상의 게송과 같이 일상생활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게송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 일상사를 떠나지 않은 일임을 드러내 보이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범부의 일상처럼 보이는 선사들의 생활은 치열한 수행을 통해 도달한 ‘도’의 궁극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소재로 읊은 게송은 결국 깨달음의 자취를 숨기며 흔적조차 드러내지 않는 선사들의 경지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게송을 통해 일상생활과 도를 합치시킴으로써 일상적 삶의 의의를 새롭게 인식시킨 점은, 선가의 범주를 넘어 고려시대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불교문학을 통해 그 시대를 읽어보려는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문화, 불교에 녹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워크숍에는 이미향 조계종 포교연구실 상임연구원이 ‘사원에서 만나는 법의 소리와 음악상징들’을, 유마리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이 ‘한국의 불화’를, 불교전문번역가 진우기씨가 ‘불교와 영화-길위의 인생’을, 유근자 동국대 박사가 ‘간다라 불전도와 불교도상’을 각각 발표했다.

한편, 학회지 <한국불교학> 47집은 2월 말 경 발간될 예정이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02-20 오전 10:23: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