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마을 후원금 횡령 사건(1995년), 불교방송 공금횡령 사건(1997년), 조계사 공금횡령 사건(1999년), 범어사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2001년), 화엄사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2002년), 신촌 봉원사 토지 불법 매매 사건(2005년).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이후 발생한 대형 비리 사건들이다. 개별 사찰에서 발생한 사건을 포함하면 사실상 매년 단위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공주 마곡사가 검찰에 의해 야간압수수색 당했으며, 100억원 대에 달하는 서울 흥천사 토지를 불법 거래한 사건이 발생해 불교계 내외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건의 관련자 대부분이 종단 주요 소임자 및 교구본사 주지 등 소위 고위층이어서, 종단 내 만연한 도덕 불감증과 비승가적 행태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종단 자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총무원은 최근 각종 사건에 대해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또 자정 강화 대책 등 총무원 차원의 방안도 발표하지 않아 위기관리능력에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중앙종회 또한 마곡사 사건에 대해 자숙과 참회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법난’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법당국을 비판하는데 초점을 뒀다. 종단의 사법적 기능을 담당하는 호계원도 서울 보광사 폭력 사건에 대해 문서견책 결정을 내리는 등 비승가적 행위를 묵인ㆍ방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수경), 실천불교전국승가회(공동의장 효림ㆍ성관),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준비위원장 만초)는 1월 14일 조계사 설법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교단체 및 기구가 참여하는 ‘불교 자정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 3개 단체와 더불어 조계종 중앙신도회,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대한불교청년회, 불교포럼, 사찰생태연구소 등 9개 단체는 2월 1일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회의실에서 불교계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열었다.
단체들은 회의에서 종단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실무자 회의는 상시로 열고, 연석회의는 3개월에 한 번씩 열기로 했다. 또 2월 초 재가단체들을 중심으로 공동입장을 표명하고, 총무원장ㆍ중앙종회의장ㆍ호계원장 등 주요 종단 지도자를 방문해 종단 자정 기능 회복 및 강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2월 말 경에는 종단 자정 강화를 촉구하는 공청회(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교단 내 자정 운동을 공론화하고 종단 현안에 대한 원인 분석과 자정 기능 회복 및 강화를 위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불교계 단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불교계 대형 비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정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일회성으로 그쳤을 뿐만 아니라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광서 前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는 “이번에는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등 주로 승가단체에서 움직임을 선도해 이전과 분위기가 다르다”며 “재가단체도 이름만 걸기 보다는 3~4개 단체가 되더라도 끝까지 함께 할 단체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