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단체들이 종단에 만연한 도덕불감증과 자정기능 상실을 비판하며, 불교단체 및 기구가 참여하는 종단 차원의 ‘불교 자정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수경), 실천불교전국승가회(공동의장 효림ㆍ성관),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준비위원장 만초)는 1월 24일 조계사 설법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단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준비위원장 만초 스님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단체들은 ‘종단에 만연한 도덕불감증과 자정 기능 상실을 비판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근 종단 내 각종 비리 사건을 접하며 종단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참담한 심경을 가눌 수 없다”며 “현재의 위기는 종단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으로 인해 청정교단의 근간이 훼손하고, 어렵게 이룩한 종단 기강과 질서를 뿌리 채 흔들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단체들은 또 “특히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이 교구본사 주지나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 지도층에 의해 발생한 점은 종법을 바로 세워 위계와 질서를 확립해야할 지도층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고 종단 내 만연한 도덕불감증을 쇄신할 자정 능력이 없다는 자기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차근차근 풀기 위해 종단 자정 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총무원과 중앙종회, 호계원의 조치를 촉구했다.

총무원에 대해서는 △모든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공개 △종단의 대국민 참회문 발표 △사건 해당자와 관련자에 대한 엄중 문책 △호법, 감찰 기능 강화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전과자 종무직 취임 차단 등을 요청하며 “종단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조사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는 세력이 있다면 단호히 밝혀 이 역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이 종단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종회에 대해서는 “승려법과 종무원법, 예산회계법, 선거법 등 허술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지 않고서는 종단의 구조적 병폐를 차단할 수 없으며 또한 그 일차적 책임은 중앙종회에 있다”며 현안 문제를 조속히 풀어가기 위해 임시중앙종회 개최를 요구했다.

종단 사법기관인 호계원에 대해서는 “인간 사안을 제외한 공개심리제도와 파기환송제, 주심위원 제도, 제척 사유 배제 등 대안 마련과 함께 적극적인 감시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또 다시 자의적 법해석과 판결을 내실 시에는 호계위원 불신임 운동 전개 등 강경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체들은 제 불교단체 및 기구가 참여하는 종단 차원의 ‘불교 자정 기구’ 설립을 제안하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교계단체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개최할 것이며, 이를 통해 상설화된 종단 차원의 자정 기구 설립을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은 “마곡사건도 사실여부를 떠나 승가가 도덕성이 있다면 참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구본사주지회의나 중앙종회에서도 ‘종교탄압’을 운운하고, 총무원 집행부도 해당기관에 연락해서 유감을 표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집단이 종교집단인가 수행종단인가 참담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수경 스님은 또 “이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참회를 통해 승풍진작을 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교단 내 단체들과 연대해 이번 기회에 종단 어른 및 중진스님들께 호소해 반드시 승단이 바로서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부집행위원장 지관, 중현,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수석부의장 법안, 국제불교위원장 부경, NGO/환경위원장 정휴, 사무처장 가섭, 교육/연수국장 효진, 국제사업국장 보림,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준비위원장 만초, 조직국장 종호 스님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종단에 만연한 도덕불감증과 자정 기능 상실을 비판 한다 존경하는 원로 대덕 큰스님과 중진스님 그리고 제방에서 수행과 포교에 진력하시는 사부대중께 존경의 예를 올립니다. 한국불교의 중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는 최근 종단 내 각종 비리 사건을 접하며 종단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참담한 심경을 가눌 수 가 없습니다. 지난 1994년 사부대중의 원력으로 일군 종단 개혁의 정신이 15년이 채 되지 않아 실종되고, 또 다시 구태를 반복하며 과거로 퇴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위기는 종단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으로 인해 청정교단의 근간이 훼손하고, 어렵게 이룩한 종단 기강과 질서를 뿌리 채 흔들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최근 마곡사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사찰에 대한 압수 수색이나 현직 본사 주지에 대한 구속 수감이라는 사법 당국의 강경한 태도 때문이 아니라 이번 문제를 풀어가는 종단의 자세와 우리 내부의 자정 능력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이미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승단의 잘못된 관행과 훈습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또한 비단 마곡사 뿐 만 아니라 종단 전체를 휩싸고 있는 부조리한 관행이 사법적 잣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즉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 집단에 대해서는 비록 종교계 내부의 문제라고 해도 ‘성역 없는 사회 일반의 원칙’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불교계 뿐 만 아니라 최근 타종교 기관의 압수 수색 등에서 보여지 듯 특정 종교에 대한 탄압이 아닌 투명한 사회를 향한 보편타당한 과정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마곡사 사건을 전후하여 봉원사, 흥천사 토지 불법 매매 사건과 강원도 모 사찰 토지 불법 임대 의혹, 일부 교구 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각종 사건은 우리 종단의 도덕성이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에 더욱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과연 이러한 현상이 일부 승가 구성원의 부도덕한 행각으로만 판단하고 넘어갈 문제인지 되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이 교구본사 주지나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 지도층에 의해 발생한 점은 종법을 바로 세워 위계와 질서를 확립해야할 지도층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고 종단 내 만연한 도덕불감증을 쇄신할 자정 능력이 없다는 자기 고백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에 우리는 종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동안 방관과 무관심이 불러온 종단 현실에 대해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난마처럼 얽힌 현하의 문제를 차근차근 풀기 위해 종단 자정 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며 아래와 같은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 그 첫 번째로 우리는 총무원 차원의 일벌백계의 징계와 호법, 감찰제도 강화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현재의 문제는 우리 종단의 구조적 병폐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전통사찰의 토지를 불법으로 매매하고도 경미한 징계를 받거나 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된 승려가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재심호계원 등 주요 종정기구가 종헌 ․ 종법 질서를 해치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 오늘날 우리 종단의 단상입니다. 안으로는 기강이 사라지고 밖으로는 국민적 불신감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총무원을 비롯하여 종단은 이와 같은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최근 총무원 호법부가 여러 사건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 작업을 단행하고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는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사건에 일관되게 적용될 때 종도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흥천사의 경우처럼 신촌 봉원사 사건 역시 소위 토지 브로커가 개입된 사건으로써 종단의 제 증명서 위조 등 명백한 불법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임 소임자에 대해 아직 징계 절차를 밟지 않는 것은 종무 집행의 일관성과 형평성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에 우리는 종단 차원의 ▲모든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공개 ▲ 종단의 대국민 참회문 발표 ▲사건 해당자와 관련자에 대한 엄중 문책 ▲호법, 감찰 기능 강화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전과자 종무직 취임 차단 등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또한 호법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종단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조사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는 세력이 있다면 단호히 밝혀 이 역시 일벌백계 하여 종단 내 만연한 비승가적 분위기를 쇄신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 중앙종회는 법과 제도의 완비로 자정 기능을 강화해야합니다. 우리는 종단의 입법기관인 중앙종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바이며, 현재와 같은 모습이 계속된 다면 개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바입니다. 승려법과 종무원법, 예산회계법, 선거법 등 허술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지 않고서는 종단의 구조적 병폐를 차단할 수 없으며 또한 그 일차적 책임은 중앙종회에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중앙종회의원들이 진지한 자세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줄 것을 당부 드리며, 현안 문제를 조속히 풀어가기 위해 임시중앙종회 개최를 요청합니다. 과도한 면책특권을 가진 채 혼탁한 선거 문화를 조장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중앙종회가 종단의 도덕불감증을 확산시키고 있는 진원지임을 중앙종회의원들은 명심해야합니다. 또한 진정한 참회와 성찰로부터 제도적 대안 마련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 종단의 사법기관인 호계원의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합니다. 종단의 사법 기능이 마비되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폭력사태나 토지 불법 매매 등 비승가적 행위가 고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사건에 대해 판결을 연기시킨 결과가 오늘의 종단 현실을 자초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법 집행에 대해서 공정성과 형평성도 없는 이러한 호계원의 태도가 계속된다면 제아무리 종단의 자정을 외치고 제도적 대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종단의 기강은 살아 숨 쉴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신임 호계원장 스님 이하 호계위원 스님들의 공정한 법집행을 거듭 요청하는 바이며 앞으로 인권 사안을 제외한 공개심리제도와 파기환송제, 주심위원 제도, 제척 사유 배제 등 대안 마련과 함께 적극적인 감시 활동을 진행 할 것입니다.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또 다시 자의적 법해석과 판결을 내릴 시에는 호계위원 불신임 운동 전개 등 강경히 대처할 것입니다. -. 제 불교단체 및 기구가 참여하는 종단 차원의‘불교 자정 기구’설립을 제안합니다. 종단의 각종 병폐에 대해 우리의 비판 의식은 무딘 칼날이 되었으며, 현실을 외면하는 무관심은 종단 위상과 권능의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정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시스템에 대한 보완과 법과 제도의 개선은 일부의 공허한 외침으로 전락되고 있고 종도들의 비난과 상실감만 키워오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제 불교단체와 기구가 참여하는 종단 차원의 ‘불교자정기구’ 설립을 총무원, 중앙종회 등 종단에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현하의 상황은 종단 주요 기관과 불교단체 등 제 기구가 모여 종단의 현실을 분석하고 구조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종단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고 법과 제도 개선안 등 구조적 대안을 만듦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교계단체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개최할 것이며, 이를 통해 상설화된 종단 차원의 자정 기구 설립을 공식 요청하고자 합니다. 종단의 그릇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종도 여러분과 제 단체의 많은 참여와 성원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51(2007)년 1월 24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불교환경연대,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