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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승려·교사의 삶 “숭고하여라”
2월 4일 김달진 탄생 1백주년…5월에 심포지엄 9월에는 문학제
김달진 시인
불교적 철학사상이 녹아있는 시세계를 남긴 시인 월하(月下) 김달진(1907~1989)은 1907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만일 그가 살아 있다면 올해 그의 생일인 2월 4일 1백세가 된다. 이에 김달진 선생의 생애와 불교적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행사가 전국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2001년부터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열어온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는 김달진 선생과 더불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소설가 이효석(1907∼1942), 시인 신석정(1907∼1974) 등 10여명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5월 11일 서울 신문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갖는다.

이날 행사에서는 탄생 1백주년을 맞는 각 시인들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문학가와 국문학자들이 발제자로 나와 시인들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조명하고 그들이 작품속에서 남긴 문학철학을 활발하게 토론한다.

또한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김달진문학제’도 9월 15~16일 양일간 경남 진해 김달진 문학관과 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탄생 1백주년을 맞은 시인들중 시인이자 승려였으며, 한학의 대가이며 교사로 일생을 살아온 김달진에게 불자들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계광보통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던 1929년 순수 문예지 ‘문예공론’지에 무애 양주동 선생의 추천으로 시, ‘잡영수곡’이 실리면서 등단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계광보통학교가 폐교되고, 민족 현실의 절망과 좌절의 끝자락에서 어느 날 밤 찢어진 벽지 사이, 초벌 신문지에 뚜렷이 보이는 <불(佛)>자를 발견한다. 빛으로 여는 세상이 그의 마음에 섬광처럼 빛났다. 그리고 그는 입산 수도 했다.

김달진은 ‘산거일기’에 자신의 입산 동기를 밝혔다.
“나는 원래 산을 좋아했다. 이것이 입산 동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으나, 스님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칼은 구렁이 같이 흉물스러운 내 자신의 집착성에 대한 반발이 아니었나 싶다. 장삼을 입고 합장하였을 때, 내심의 정제에서 느껴지는 화평한 심정 - 이것은 높고 아름다운 덕인 양, 나를 황홀한 경지로 이끄는 듯하였다.”

김달진은 1934년 봄, 금강산 유점사에서 김운악 주지스님을 은사로 하여 득도한다. 이듬해, 백용성 스님을 모시고 함양 백운산의 ‘화과원(華果院)’에 들어간 김달진은 반선반농의 수행생활을 하면서 용성 스님이 번역한 <화엄경>의 윤문에 온 마음을 다한다.

30세 때 중앙불교전문학교에 입학, 문단생활을 하면서 1940년 9월 시집 ‘청시’를 낸다. 유점사로 돌아와 강론에 전념하다가 일본경찰을 눈속에 처박은 사건으로 유점사를 탈출, 용정에 잠시 머물러 있기도 했다.

1945년 광복 후 청년문학가협회 일을 하다가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대구, 진해로 내려온다. 1949년 6년제 진해중학교에 있으면서 교지 ‘탑’ 창간호 권두시를 쓰기도 했다.

창원남중학교 교장 퇴임 후 고려대장경 번역 사업에 몰두하여 20여년간 200자 원고지 15만장 정도의 불경을 번역했다. 1983년 그는 불교정신문화원으로부터 ‘한국의 고승석덕’으로 추대된다.
1989년 6월 7일, 시인은 향년 82세를 일기로 세상살이의 한 갈피를 접었다. 작고 직후 간행된 <한국한시> 세 권이 민음사에서 나왔다. 세상을 달리 했지만, 그의 책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계속 발간되어 나왔다.

1990년부터 김달진 선생의 문학 정신과 뜻을 기려 ‘제1회 김달진문학상’이 제정되어 서정시인과 문학평론가들이 오늘날 문학의 순결함과 위대함을 지켜나가고 있다. 1991년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시인이기 이전에 금강산 유점사, 함양 백운산 등에 입산 수도한 스님이었던 김달진 선생은 60년대 이후 <한국고승시문집>을 비롯해 불경 번역 등 문서포교에 열정을 바쳤다. 또한 <법구경><붓다차리타><보조국사전서>, 원효의 <금강삼매경론>등 다수의 경전들을 번역해 많은 업적을 남긴 불교계 최고의 시인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경남시사랑문화인협의회 회장인 최동호 시인(고려대 교수)은 “그 어떤 것도 꾸미지 않는 무위자연적인 삶의 태도, 자유자재한 세계의 인식이라는 점에서 김달진 시가 지닌 맑고 깨끗한 불교적인 철학 세계는 탄생 1백주년을 맞아 더욱 새롭게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고 평 했다.

이성모 김달진문학관장은 “김달진 문학제는 무용공연, 시낭송페스티벌, 문학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지난해부터 규모가 커져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지역 문학제로 자리잡았다”며 “올해는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해 지역민들은 물론 전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을 경남시사랑문화인협의회와 기획하고 있는 중”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7-01-24 오전 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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