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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이 올해 화두로 ‘수행종풍 회복과 전법’을 제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1월 23일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수행과 전법으로 정진하는 조계종’ 실현을 위해 매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종풍 진작과 수행승가 진흥, 대중 원융살림 회복, 전법과 복지 진흥, 사회와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수행종가 등을 4대 비전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른 7대 전략과제로 △종풍진작 △대중원융살림 회복 △전법과 복지진흥 △수행종풍의 사회화 △한국불교 세계화 △남북불교협력사업 △한국불교진흥 인프라 구축 등을 선정, 수행종풍을 회복하고 전법에 진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계종은 20대 핵심사업을 선정했다.
20대 핵심사업은 △포살·자자 정례화 △종장회의 설치와 삼장해제살림 정례화 △봉암사 결사 60주년 사업 △수행 진작을 위한 국가법령제도 개선 △득도이후 대중승가 결제 및 소임의무화 제도 추진 △노후복지 제도화 △종무행정 교구 이양 △종단 자정기능 향상 방안 추진 △어린이·청소년 포교 진흥 △저출산 고령화 대응방안 추진 △신도시 거점 전법도량 건립 추진 △한국불교전통문화센터 건립 △간화선 대중화사업 추진 △조계사 국제간화선센터 건립 △한국전통사상서 영역사업 △재외한민족 거주지역 전법도량 건립 △스리랑카복지타운 준공 및 남방비구니 승가복원 지원 △신계사 복원불사 완공·후속사업 △불교중앙박물관 개관 △전법회관 및 문화관 건립 등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마곡사·흥천사 문제와 관련해 “대중이 살다보면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 중에 유감스러운 일도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종단의 기강이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해부터 감사, 호법 활동을 대폭 강화해 종헌종법을 위반하는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신속히 의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회견문 전문.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 9일 취임 1주년기념간담회시 주요 종책기조 및 추진방안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신년이 되어 마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하여 마련된 자리이니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올해는 연두부터 새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한 일로 세간이 분주합니다. 달리거나 헐떡거릴 때는 주위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나아가 욕심이나 분노로 요동칠 때도 더욱이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없습니다. 일체중생을 위하여 나의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하심(下心)만이 깊은 바다와 광대한 명경(明鏡) 같아서 세간의 실상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어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은 분들도, 새 대통령을 맞이할 국민들도 모두 큰 거울을 닮은 지혜로운 마음으로 한해를 보냈으면 합니다. 나아가 우리 종도들도 수행승가의 종통을 이어온 종가답게 일용사위의시에 동서와 남북을 분별하지 않는 청정한 마음을 견지하여, 국민을 위한 지혜의 강물이 되도록 겸허히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해가 서산으로 지기 때문에 동녘에 매일 해가 떠오를 수 있고, 월동을 위해 강남으로 돌아갔던 새들이 봄날 다시 북녘의 하늘을 날을 수 있는 것입니다. 치우친 마음으로는 절대 세간을 복되게 할 수 없으며 복된 세간에서 살 수도 없습니다. 창공을 왕래하는 해와 달빛이 동서와 남북을 가리지 않고 널리 비추듯이, 오직 국민모두가 서로 자애하고 나아가 그 화평한 국민이 다시 또 다른 국민들을 자애할 수 있을 때, 지구촌 평화도 한민족의 평화도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 무유정법의 금강반야 종풍을 간단없이 1700여년간 전승해온 조계종단이 수행승가진흥을 그 제일의 지취로 삼는 뜻은, 한국의 출가수행승가는 세계불교사에 전승되고 있는 더 없는 인류의 공동체유산이기 때문입니다. 브라만사제전통의 비밀교단인 성역과 출산과 잉여, 교환 등을 주업으로 삼는 세속사 등 성속의 두 전통을 모두 비판하고, 대중이 지킬 법을 신탁이 아닌 대중이 공개논의하여 창출하고 지켜가는 수범수제의 전통에 의해 전승된 수행승가는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제입니다. 승가의 범어인 Sam(共)gha(和)는 어원 그대로도 공화의 의미입니다. ‘성스럽고 조용하다’고 하기 보다는 ‘힘차고 밝다’고 함이 특히 선종승가의 적절한 수식일 듯합니다. 조계종단의 가끔은 떠들썩한 야단법석의 가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남방승가는 비구니승가가 단절된 지 오래되었고 중국 또한 이제야 승가복원에 힘쓰고 있을 뿐 입니다. 남방비구니승가복원과 중국수행승가복원을 위한 외국 승가들의 한국조계종단의 지원요청과 세계지성들의 연이은 수행승가탐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수행종가를 여법히 전승해야함은 구족승가인 한국조계종단의 특별한 의무이며 나아가 우리사회가 원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종단정화불사와 봉암사결사운동으로 급속히 회복된 출가수행승가인 조계종단은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종풍수행과 원융살림에 산중종가들의 위풍은 당당하였습니다. 한국이 산업화의 진보를 이룩하고 자본이 우리의 마음을 앞서가기 시작하면서 수행종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수행종가가 국립공원이라는 커다란 울타리에 편입되어 관광의 길목에 비켜서게 된 일도 이 때부터입니다. 공생공존의 사하촌과 농경공동체를 이루어 자급자족하던 상생의 공간은 파괴되어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과 고깃집으로 변하였으며, 곡식과 일용할 소채를 공급하던 유순한 사하촌 외연들은 영악한 자본에 오염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수행환경은 물론 원융살림마저 급속히 오염되었으니, 그 많은 대중을 위한 소채까지 도시로 나가 돈을 주고 사야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무모한 여타의 현대화는 세속화와 구분하기 힘들게 되어 종단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묵묵히 수행승가를 지키고 있는 4부대중들의 정진력과 애종심으로 우리종단의 오늘이 있게 되었습니다. 관광의 길목에서 오염된 수행종가를 세심(洗心)과 안심(安心)의 본분으로 돌아가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입니다. 물론 우리 종도들 특히 출가한 본분납자들의 분심과 실천이 제일조건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이는 금수강산에 별처럼 흩어진 사원들의 유형무형의 문화유산들이 국민과 인류를 위한 정신의 복전으로 되돌아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율장에 이르길 수행승가는 여덟 가지 공덕의 바다와 같다고 하였습니다. 첫째, 바다는 갑자기 깊어지지 아니하니, 수행함이 오래되어야 그 심연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둘째, 바다가 육지로 넘치지 아니하니, 목숨을 버릴지라도 약속한 계율과 배움을 넘어서서는 안되며, 셋째, 불숙사시(不宿死屍)라. 바다는 죽은 시체와 공주하지 아니하나니, 시체나 죽은 것들은 모두 해안으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악법과 부정한 일들은 마침내는 수행승가에 머무를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넷째, 세간에 수많은 강들이 자기의 이름으로 흐르다가 큰 바다에 이르면 그 이름을 버리듯이, 수행승가는 세간의 명리와 차별을 모두 버린다. 다섯째, 강물이 흘러 들어와도 비가 내려도 바다는 크게 증감이 없으니, 많은 수행자들이 열반에 들더라도 열반의 세계는 넘침이 없다. 여섯째, 바다는 단지 짠맛 하나일 뿐이니, 수행승가에는 해탈의 맛 외에는 다른 맛이 있을 수 없다. 일곱째, 바다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배들이 있듯이, 사념처, 칠각지, 팔정도 등 마음을 보배로 장식하고 싶은 자 누구에게나 선물한다. 여덟째 몸이 큰 생류들의 주처이니, 수행승가는 대중생 즉 마음을 크게 깨우친 이들의 주처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부대중이 평생 계정혜(지계와 명상과 지혜) 삼학(三學)으로 수행하고 경율론(경전과 율장과 주석서) 삼장(三藏)의 바다에서 공부하여, 위와 같은 대해의 공덕을 성취할 수 있도록 종풍진작과 수행승가진흥에 매진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만이 우리사회 나아가 인류를 위한 봉사에도 더욱 큰 공덕을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행종가진작을 위한 사부대중들의 정진과 화합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불기2551(2007)년 1월 2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