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임기를 만료한 조계종 제13대 중앙종회에 대해 ‘낙제점’ 수준의 평가가 내려졌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창립준비위원회(위원장 만초)’가 지난 9월 출가자 100명과 재가자 115명을 대상으로 ‘조계종 중앙종회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중앙종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67%에 달했으며, 긍정적 평가는 8.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여 항목에 이르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매우 부정적으로 나와 중앙종회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드러냈다.
◇선거 혼탁 75%…금권선거 44%
중앙종회 활동이 미흡한 이유를 묻는 문항에서 절반이 넘는 54.4%가 ‘문중과 계파의 이해관계’를 꼽았다. ‘종단내 모순과 갈등구조’ 15.8%, ‘업무수행능력과 자질부족’ 14.9%가 뒤를 이었다.
중앙종회의원 선거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74.9%가 혼탁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여법하다는 답변은 2.4%였다. 혼탁한 원인은 ‘금권선거 만연’ 44.0%, ‘계파 주도권 싸움’ 35.2%, ‘문중 이해관계 대립’ 11.9%, 자질·능력 부족 7.8% 순으로 조사됐다.
중앙종회의원의 자질과 역량 평가에서도 낮은 점수가 주어졌다.
중앙종회의원의 윤리성과 청렴성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 5.3%만이 신뢰를 받고 있다고 답했고, 71.7%가 신뢰받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자질과 역량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는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절반(50.5%)에 달했고, ‘좋아졌다’는 의견은 14.6%에 불과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은 34.9%로 나타났다.
중앙종회가 결정한 주요 종책들의 종단발전 기여도를 평가하는 질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46.2%로 나타나 ‘그렇다(12.3%)’는 의견 보다 월등히 높았다.
◇감시·견제 필요 91%…표결실명제 확대 77%
중앙종회의 권한 집중을 우려하고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응답자의 67.8%가 중앙종회의 ‘권한과 역할이 크다’고 응답하고, 55.8%가 ‘권한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 90.9%의 응답자가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종책 결정에 있어 신도단체에게 의견제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7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출·재가자간 인식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재가자는 82.3%가 찬성한 반면, 출가자는 56.3%만이 찬성했다.
중앙종회 발전을 위해서는 비구니 종회의원수를 늘리고 의안 표결실명제 확대(77.0%), 중앙종회의원의 면책 특권 제한(76.6%) 등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상당수에 달했다. 비구니 종회의원수의 적정성에 대해 응답자들은 69.5%가 부족하다고 답하고, 현재 10명에서 20명 정도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46.2%)과 2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44.5%)을 제시했다.
◇체질 개선 등 과제 제시한 것
이번 설문결과는 중앙종회를 바라보는 불교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라는 점에서 중앙종회의 체질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금권선거 등으로 인한 신뢰 부족과 자질·역할 부재에 대한 지적은 중앙종회가 풀어나가야할 과제를 명확히 제시해 준 것과 다름 아니다.
설문을 분석한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중앙종회에 대한 이미지는 결국 종단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크게 영향을 주는 만큼 설사 잘 모르고 하는 비판이라 하더라도 방치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의 응답자는 중앙종회의원 2명, 본사 및 말사 주지 28명, 선원·율원 수좌 11명, 교역직 종무원 8명, 강주·강사 및 교수 28명, 평대중 19명, 학인 27명 등 출가자 100명과 신도회 임원 및 유관기관 22명, 종무원 34명, 불교언론 34명, 일반신도 11명 등 재가자 115명으로 분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