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 직원 사명열씨는 “입장객 절반가량이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소식을 들은 후 공짜로 입장하는 줄 알았다가 문화재관람료를 받는다는 말에 항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하동 쌍계사, 구례 천은사 등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에서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법주사측은 “일반 언론이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해 관람객들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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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문제''
불교계가 정해년 새해 벽두부터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1일부터 국립공원입장료가 일제히 폐지되면서 사찰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일정부분 인상한 금액으로 단독 징수했기 때문이다.
현재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는 사찰은 67곳. 이 가운데 22곳은 국립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다. 국립공원입장료와 통합 징수를 해 왔던 이들 사찰 중 몇 곳이 일반 관람객 및 등산객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항의하는 사람들 일부는 “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측은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재 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계종측에 따르면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 507곳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보유사찰의 13%만이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다. 또 67개 관람료 사찰의 문화재를 유지하는데 연간 807억원이 필요하며, 그 중 관람료를 통해 320억원 정도를 충당하고 있다. 징수된 관람료는 문화재를 보수 관리하고, 사찰 및 주변 탐방로를 정비하며, 문화재 보전을 위한 스님들의 교육과 수행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화재관람료 인상이 문제에 불을 붙였다. 구례 화엄사와 보은 법주사는 2200원에서 3000원으로, 공주 동학사와 갑사는 1600원에서 2000원으로, 평창 월정사는 1800원에서 25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16개 사찰에서 100원에서 800원까지 30~40% 인상한 것이다.
사찰측은 “국립공원입장료 수입의 10~30%를 문화재 유지 보수 명목으로 지원받았지만, 입장료가 폐지돼 지원금이 끊기는 바람에 문화재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보다 직접적인 문제는 매표소 위치다. 즉 “문화재 관람 의사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왜 문화재관람료를 받느냐”는 항의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조계종측에 따르면 현재 징수하고 있는 위치는 대부분 사찰 경내지이고, 문화재관람의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라 판단돼 오랜 세월을 거쳐 자리잡은 곳이다. 단 사찰과 거리가 너무 먼 경우 문화재관람료 징수 최적위치를 재평가하고 위치를 잡기 위해서는 약 6개월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인제 백담사, 구례 연곡사, 정읍 내장사 등 9곳은 매표소가 사찰 경내지가 아닌 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책은 없나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자 조계종 총무원의 안일한 준비 자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예견된 사안이었고 대처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몸에 와 닿는 홍보가 요구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문화재관람료 묻고 답하기’ 등의 내용이 들어있는 리플렛을 제작해 전국 사찰에 22만부 정도 배포했고, 불교계 신문 등을 통해 ‘국립공원입장료 폐지와 문화재관람료 단독징수에 따른 입장’을 표명했지만, 보다 대사회적으로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매표소 위치도 사찰 입구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정부분 재정적인 감소가 예상되지만 포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한다면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인제 백담사는 문화재관람료 폐지 및 유보를 요청했고, 남해 보리암, 평창 월정사 등은 매표소를 이동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가 불거지자 조계종은 “유럽의 웨스트민스트 사원 관람료 7300원, 노트르담 성당 관람료 6600원, 일본의 동대사 관람료가 5000원”이라며 “이에 비해 우리나라 문화재관람료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찰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문화재 홍보물 제작 및 비치, 탐방 시스템 정비, 문화유산 해설 안내원 상주 등 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서 보면 문화재관람료를 폐지하는 대신 문화재 관리 및 보존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여기에는 많은 사찰들이 문화재관람료 수입에만 의존해 자생력을 잃어버렸다는 자성이 들어있다.
이 외에도 문화재관람료 징수 금액을 공개해 투명하게 처리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형성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계종 재무부장 정만 스님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필요하다면 매표소를 이동하거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폐지해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며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찰 소유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정부로부터 받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