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세를 바르게 하고 10초간 유지합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세요.”
1월 3일 찾아간 인천 용화선원 문화센터 선단공 수업 현장. 10여 명의 회원이 선단공 특유의 몸동작과 단전호흡을 익히는데 열중하고 있다. 선단공은 산중에서 전래돼 온 것으로, 기와 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심신수련법이다. 문화센터에서 2년째 선단공을 배우고 있는 김민정(43)씨는 “선단공을 배우고 나서 추위도 덜 타게 되고 체력도 한결 좋아진 것을 느낀다”며 “조만간 남편도 함께 배울 예정”이라고 말한다. 지도강사 유인열(51)씨는 “선단공을 오래 수련하면 자세가 바르게 되고 호흡도 깊어진다”고 말한다.
선단공 수업이 끝나자 서예 강좌가 이어진다. 회원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글씨를 연습하거나 경전을 사경하면, 지도강사 이순월씨가 한 명씩 서예 지도를 한다. 아직은 서툰 솜씨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집중해서 써 내려가는 모습이 수행자 못지않게 진지하다. 이씨는 “서예와 마찬가지로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강좌 대부분이 취미활동으로만 그치지 않고 수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꾸려져 있다”고 말한다. 서예 강좌 후에는 다도강좌와 비즈공예, 중국어 교실 등이 쉴 새 없이 진행된다.
용화선원 문화센터가 2006년 겨울학기에 운영하고 있는 문화강좌는 70여개, 수강인원만도 500명에 이른다. 2001년 겨울 처음 문화센터가 문을 연 이후 계절마다 빠지지 않고 이어 온 강좌라 용화선원 신도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이웃종교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여름ㆍ겨울학기에는 방학을 맞은 유아ㆍ초등생을 위한 도예ㆍ암산ㆍ동화구연ㆍ과학교실 등의 강좌를 보강해 학생들의 참여를 높인다. 직장인을 위한 주말반과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무료특강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강의에 참석하기 힘든 사람에게 적합한 1일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굳이 강의를 듣지 않더라도 언제든 문화센터를 찾아와 차도 마시고 책도 읽으며 쉴 수 있다.
용화선원문화센터 윤현숙(40) 실장은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불교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절에 첫 발을 들여 놓기 어려운 초심자들도 문화센터의 문은 쉽게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들으며 익숙해진 사람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터놓고 대화를 하다 보면 불교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며 조금씩 불교를 가깝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톨릭 신자였던 한 회원은 문화센터에 다니며 불교에 호감을 갖고 개종을 하기도 했다.
| ||||
하지만 문화센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들을 위한 ‘무한투자’는 아까워하지 않지만 자기 자신에게 돈과 시간을 쓰는 일에는 인색했던 부모들이, 부담 없는 비용으로 취미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 사찰들의 문화강좌는 바쁜 현대인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강의를 듣기 위해서라도 사찰을 찾게 되고, 강의 후 법당에 들러 기도나 참선을 하는 등 짬짬이 수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 역시 문화강좌를 들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사찰음식 연구가로 유명한 선재 스님이 사찰음식을, 한국명선차인회 이사장 혜성 스님이 다도를, 연화정사 주지 정명 스님이 꽃꽂이 강의를 하는 등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지도를 맡아 인기가 높다. 비구니회관에서 요가 강의를 들은 이선숙(47)씨는 “스님들이 직접 강의를 해서 믿을 수 있고 강의가 끝난 후 스님에게 고민 상담도 하고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서예 요가 다도 등의 강좌에서 벗어나 특색 있는 강좌를 개설한 사찰들도 있다. 김포 용화사는 서양악기인 오카리나를 배울 수 있는 ‘오카리나반’을 운영 중이다. 점토나 도자기로 만든 피리의 일종인 오카리나는 음색이 곱고 아름다워 찬불가나 명상음악 연주에 어울리는 악기다. 수강생들은 부처님오신날이나 송년음악회 등에서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낼 수 있다.
양산 통도사성보박물관이 운영하는 문화강좌도 이색적이다. 불교문화를 토대로 불자 및 일반인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통도사성보박물관은 단청ㆍ불화ㆍ서각ㆍ한국차 등의 강좌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용화선원 문화센터 윤현숙 실장은 “규모가 작은 사찰이라면 불자들이 원하는 문화강좌 한두 가지만이라도 지속적으로 운영하다 보면 지역 주민이나 무종교인들도 부담 없이 사찰을 찾아오게 된다”며 “강좌를 통해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포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눈에 띄는 사찰문화강좌
지역 | 사찰명 | 개설강좌 | 연락처 |
서울 | 조계사 | 다도 요가 불화 서예 찬불가 꽃꽂이 단소 | 02-732-2183 | 불광사 | 꽃꽂이 동양화 서예 | 02-417-2551 | 봉은사 | 다도 태극권 불교영어강좌 참살림행복프로그램 | 02-3218-4822 | 전국비구니회관 | 요가 천연화장품 민화 다도 불화 꽃꽂이 | 02-3411-8103 | 법룡사 | 서양화 도자기 사찰음식 서예 | - | 능인선원 | 꽃꽂이 사군자 서예 피아노 일어 영어 퀼트 | 02-571-2988 |
부산 | 통도사 | 다도 성보박물관강좌(불화 단청 서각 한국차 중국차) | 055-382-7182 | 삼광사 | 삼광문화연수 다도 선무도 선요가 | 051-808-7111 | 홍법사 | 영어템플스테이 가야금 사찰요리 | 051-508-0345 | 미타선원 | 홍승 스님과 함께하는 사찰음식 다도 | 051-253-8687 | 해인정사 | 다도 어린이다도 어린이참선 | 051-291-1176 |
대구 | 관음사 | 영남불교대학요가 다도 바라춤 컴퓨터 불교기초영어 | 053-474-8228 | 불광사경북불교대학 | 산악 서예 합창 다도 수지침 풍물 일본어 축구 | 053-792-1353 | 불광사불광불교대학 | 수지침 불화 일본어 서예 다도 수묵화 한문 한지 가요 꽃꽂이 | 053-656-6766 |
광주 | 원각사 | 합창 요가 | 062-223-3168 | 덕림사 | 니르바나문화교실 불화 사경 다도 | 062-362-2091 |
울산 | 정토사 | 다도 요가 사군자 중국어 | 052-258-9944 |
경기 | 김포 용화사 | 오카리나 요가 합창 불화 | 031-452-1603 | 부천 석왕사 | 산악 사군자 합창 사진 풍물 다도 | 032-663-7771 | 수원 용주사 | 사경 다도 한지공예 외국인한글교실 요가 | 031-234-0040 |
인천 | 용화선원 | 선단공 수채화 한국무용 리본아트 프레스플라워 연필초상화 선물포장 퀼트 도예 꽃꽂이 은공예 다도 비즈공예 | 032-875-27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