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율간경을 한다기에 모처럼 밀쳐놓았던 구멍 나고 해진 양말을 기웠다. 짬이 날 때 꿰매면 될 것을 바느질하기 싫어 구멍 난 쪽을 발등으로 오게 돌려 신다가 버리기도 아까워 따로 모아둔 것이 벌써 몇 켤레나 되었다. 참선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한 코 한 코 깁는다. 출가 이후 몇 번 바느질 하다 보니 이제는 마술사처럼 멋지게 요리조리 잘 꿰맨다.
항상 바느질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입산 첫날 받은 구멍 난 양말과 뒤축이 찢어진 검정 고무신이다. 출가 전 세속에 있을 때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바느질은 고사하고 조금만 입으면 마음에 안 든다고 새것으로 바꿔 입고 팽개친 것이 한두 가지였던가.
그러나 출가 대장부가 될 것이라고 입산한 첫 날 새로 받은 옷들은 낡아 해진 내의와 뒤꿈치에 구멍이 뽕 나있는 양말이었다. 그 양말을 뒤코가 찢어진 검정고무신에 9일간이나 냄새를 팍팍 풍기고 신다가 입방入房이 허락된 후 삭발하고 처음으로 발을 씻으면서 양말을 빨아 새로 꿰매 신을 때, 그때 그 기분과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경험으로 시주물을 아낄 줄 아는 마음을 알게 되었고, 청빈한 무소유 수행자의 삶을 살리라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그래도 살다보면 짐은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그때마다 과감하게 줄이려고 한다.
두 번째는 언제나 아련하게 떠오르는 어머니의 얼굴이다. 자다가 문득 눈을 떠보면 바느질하고 계신 어머니가 보였다. 그러면 잠결에 기어서 당신 곁으로 가 무릎을 베고 다시 잠들 때 그 포근하고 폭신한 꿀맛 같은 추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 당신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하던 일 모두 놓아버리고 훌쩍 출가하여 스님의 길을 갈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으랴…….
가슴 메여질 땐 동산 양개 화상의 ‘사친서’를 생각하며 구도에 대한 마음 다잡고, 또 ‘일족 중에 한 사람의 출가공덕은 구족이 천상의 복을 받는다’라는 「불설출가공덕경」의 부처님 말씀으로 위안을 삼으며 처음의 마음을 놓치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러면서도 지대방에서는 치문반 아니랄까봐 웃고 떠들지만…….
오늘도 어느 도반이 나를 꼬집는다. 내가 바느질하는 것을 보고 늦깎이 출가라 청승맞아 보였나보다.
“양말 없습니까? 하나 드려유~?”
아! 수행자란 무엇을 하던 향기가 나야 한다는데 난 뭐야?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