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책과 집기 등의 물건을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탁송회사를 방문하였을 때의 일이다.
담당 직원은 달갑지 않은 태도로 서류를 꾸미고, 포장상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퉁명스럽게 지적했다. 그 때 나의 미국 친구는 그에게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하루 동안에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갖 이삿짐을 맡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요? 당신에게 오늘은 유별나게 힘든 날인 것 같이 느껴지는군요. 내가 도와드릴 테니 천천히 하세요.” 그러자 그는 갑자기 부드러운 인상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사실 그날 아침에 사장에게 꾸지람을 받고 하루 종일 기분이 언짢은 상태였다”고.
친구는, “당신은 최선을 다하려고 애쓰는군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힘내세요.”라고 격려해주었다. 그는 매우 협조적으로 변하였고, 우리는 기분 좋게 일을 끝낼 수 있었다. -<의사소통의 심리학> 본문 125쪽 중에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한시도 동떨어져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다.
우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대화를 주고받고,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면서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원하는 바가 전달되고 수용되면 만족과 행복감을 느끼고, 그것이 묵살될 때는 불만족, 좌절감과 더불어 갈등과 불행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대인관계에서 자기를 표현하고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은 대화이며,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의 시작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평소에 기분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발전시키며 대인관계의 문제점과 갈등을 효율적으로 풀어 나가는 의사소통의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
대화를 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울창한 숲을 헤치고 산등성이에 올라갔는데 저쪽 건너편 언덕에 알록 달록한 색깔의 물체가 눈에 띄었다고 하자. 그것은 거대한 호랑이였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어떤 이는 기절할는지도 모른다. 가장 바람직한 행동은 먼저 호랑이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그 녀석이 배가 고픈 상태인가? 낮잠을 자고 나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가? 혹은 햇볕을 쬐려고 나온 것인가? 호랑이를 주시하고 그 상태를 파악한 다음에 그에 합당한 조처를 취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문제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대화할 때도 이와 같은 태도가 요청된다.
대인관계에서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서로 표현하며 의견 차이나 갈등을 타협하고 조절하는 의사소통의 기술을 다룬 책이 발간됐다. 대화의 심리학 시리즈 3권이 그것. 1권 <대인관계의 심리학>, 2권 <자기주장의 심리학>, 3권 <의사소통의 심리학>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에서 저자인 홍경자(前 전남대 교육학과 교수)박사는 “의사소통의 시작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밝힌다.
특히 날마다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생활하긴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존재해야 할 사랑, 관심, 행복을 느끼지 못한 채 생활하는 부부들을 위해 ‘바람직한 부부간의 대화기법’도 심도 있게 다룬다.
가정의 주체는 부부이다. 부부가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때 모든 가족이 행복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그 가정은 불행하다. 단란한 부부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대화의 기술이 더더욱 필요하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생활은 관계요 대화다. 단 하루도 누군가와 말하지 않고 아무런 생각과 감정 없이 지낸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기와 타인과의 관계, 자기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만족스럽게 영위하기 위하여 의연하고, 담담하며, 공감적으로 자기 주장하는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상대방에게 억눌리지도 않고, 이와 반대로 화를 내거나 상대방을 위협하지도 않으면서 피차간에 허심탄회하게 할 말을 하고 인격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사례를 들어 친절하게 소개한다.
또 공간적 거리의 활용, 신체적 접촉, 표정, 시선 맞추기, 몸 움직임 등을 통한 의사소통의 기술은 물론 분노를 조절하고 원활하게 대화하는 법 등 대화의 기술들을 들려준다.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하는 방법과 확신과 배짱을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기술, 특히 세련된 방법으로 부탁하고, 거절하며, 비판하는 사례도 살핀다.
이밖에도 주로 일 대 일의 대면관계에서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서로 표현하며 의견 차이나 갈등을 타협하고 조절하여 풀어 나가는 의사소통, 즉 기분 좋고 문제해결적인 대화, 즉‘멋진 대화’의 기술을 다루고 있다.
멋진 대화란 문학적이고 감미로운 표현 방식의 대화라기보다는 서로 마음이 통하고 진실한 마음을 나누는 대화일 것이다.
대화의 심리학 세트(전3권)
홍경자 지음 | 이너북스 | 2만6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