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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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부처님가르침대로 살아보세요"
“이 선생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질문을 꽤 많이 받습니다. 불교교리와 관련된 질문이라면 제가 공부한 내용들을 어떻게든 설명해보겠는데 살아가면서 몸으로 부딪치는 문제들 앞에서 저는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의 연륜과 사회에서의 이력을 놓고 보자면 저는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애송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장경>에 지금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간사 하나하나가 적혀 있어서 ‘그럴 땐 이렇게 살라’라든지, ‘그럴 땐 이렇게 대처하라’라는 처방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교의 세계에 몸을 담고 지내오는 동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대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지, 그 일들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의 원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던진 질문에 조심스레 내 생각을 털어놓을 때 의외로 불교공부를 어느 정도 해서 불교가 뭔지 대충은 안다고 하는 분들일수록 손사래를 칩니다.
“아, 그런 건 경전에서나 하는 말이고….”
또는 “역시 스님들 말이나 다를 게 없군. 아직 이 선생이 세상을 몰라서 그렇게 대답하는 거요”라고 까지 말합니다. 이 말까지도 좋습니다. 그러나 경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놓고는 “그런 건 부처나 가능한 일이고, 살아 보슈, 그렇게 되는지…”라며 일소에 붙여버리는 일을 겪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기는 하셨습니까?”

이렇게 되묻는 제게 “살아보기는 뭘 살아봐? 그렇게 살다간 거지되기 십상이고 행복해지지 않는데…”라는 대답이 돌아오기가 다반사입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입니다. 그런데 ‘깨달으면 어떻게 되느냐’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깨달으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 불교입니다.
불교라고 하는 세계를 만나서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에 네 단계가 있습니다.

첫째는 믿음(信)입니다. 당연히 부처님을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덮어놓고 믿겠다는 것은 불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과연 부처님이란 분을 믿어볼만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부처님의 기본 입장이 무엇인지를 일단 파악해야 합니다.

둘째는 이해(解)입니다. 과연 부처님이 무엇을 깨달아서 부처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그 깨달음의 내용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경전을 읽는다거나 강좌나 법문을 듣는 일입니다.

셋째는 실천(行)입니다. 경전에 쓰인 대로 그렇게 한번 살아보는 것입니다. 몸과 입과 뜻으로 선업을 지어야 하고 팔정도를 실천하고 보시하고 계율 지키고 힘들거나 모욕을 잘 견뎌내고 쉬지 않고 노력하고 참선하고 지혜를 키우는 등의 6바라밀이 그것입니다. 이론으로 따진다면 참으로 싱겁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그까짓 거 하자고 절에 다니고 불교 공부하느냐며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칩니다.

네 번째는 증명(證)입니다. 이것은 바로 앞의 실천을 해 보았을 때에 자기가 선택한 믿음이 올바른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인 ‘이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아무리 사랑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도 진짜 사랑을 해보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듯이, 아무리 요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도 제 손으로 직접 반찬 한 가지라도 만들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듯이 <팔만대장경>을 줄줄 외고 그 어려운 불교교리에 해박하다 하더라도 실천을 하지 않으면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성불하십시오”라는 인사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습니다만 이 말 속에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서 부처가 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까지 2년여에 걸쳐 제가 쏟아낸 이야기들이 과연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주었는지 의문입니다.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기 위해 경전을 뒤적이고 생각을 거듭해가는 동안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제가 들려드리는 이야기들이 헛된 소리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동안 저는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에 취하여 지내오다 보니 제 공부가 바닥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현대불교신문의 건승을 빕니다. 좀 더 공부를 많이 하고 깊이 생각을 하고 나서 다시 귀사의 문을 두드리면 그때는 독자들의 시선이 가장 늦게 닿는 외진 지면을 다시 한 번만 제게 나누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령 |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2007-01-02 오전 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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