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조계종을 비롯한 주요 종단들은 수행체계 확립과 득도수계 기준 강화, 교육 불사 등 내실 다지기에 치중했다. 또 해외교류와 사회복지사업 등 폭넓은 대외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종단의 내적 발전과 대사회적인 불교 위상 강화 포교 등을 화두로 분주하게 살아 온 주요 종단의 활동상을 되짚어본다.
조계종
올해는 지난해 취임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체제의 원년으로 어린이 포교와 간화선 보급을 통한 수행풍토 진작에 힘쓴 한해였다.
종단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대중화하기 위해 간화선 입문 프로그램 지침서를 제작했고 간화선 기본 수행 프로그램을 개발, 연수를 실시해 간화선 대중화의 초석을 다졌다. 또한 간화선 대중화의 핵심 요소인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체계를 마련하고 선(禪)포교사 양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어린이 포교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종단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어린이 포교 전진대회를 개최하고 어린이 포교 선포문을 발표하는 등 종단의 어린이 포교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내년도 예산으로 3억원을 배정하는 등 장기 계획을 세우고 어린이 포교가 불교 희망임을 재확인했다.
중앙종무기관의 종무 행정 처리 역시 많이 개선된 한해로 평가된다. 종무행정 교구 이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종합 민원실 개소를 비롯해 사찰주지인사 및 창건주정비실사 등을 통해 불확실한 관리사찰범위에 대한 정비를 마무리했다.
삼성문화재단과 함께 현등사 사리를 원래의 위치에 다시 봉안한 일은 문화재 환수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한 불교계를 중심으로 펼쳐진 조선왕조실록 월정사본에 대한 환수도 이뤄져 사찰 문화재 소유권 확립에 대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더불어 사찰문화재 소유권 확립을 위해 문화재보호법 개정 추진 등 성보 회수에 대한 제도 개선에도 많은 공을 들인 한해로 평가받고 있다.
제13대 중앙종회의 폐막과 제14대 중앙종회의 시작도 조계종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였다. 제13대 중앙종회는 중앙종회가 종도들의 변화된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종도 대의기구라는 중앙종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보다 계파의 이해를 대변ㆍ옹호하는 중앙종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10월 26일 치러진 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 과정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파행적 업무 진행과 금권 선거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또한 불국사와 관음사에 대해 재선거, 금산사에 대해 보궐 선거 결정이 날 정도로 혼탁한 선거였다.
태고종
태고종은 선암사 사태, 황룡사 사건 등 어느해보다도 큰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서도 득도수계기준을 강화하고, <태고종사>를 발간하며,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을 완공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태고종의 올한해 가장 눈에 띄는 제도적 변화는 득도수계 자격 기준이 엄격해진 것이다. 태고종은 내년부터 종립교육기관인 동방불교대학을 졸업하거나 동방불교대학내에 설치 예정인 행자습의 강좌를 이수한 자에 한해 합동득도 수계 자격을 부여키로 했다.
태고종이 7년 간의 노력 끝에 올 2월 <태고종사>를 발간한 것도 큰 의미로 꼽는다. 용어사용 등 일부 내용에 대해 조계종측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태고종 입장에서는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중요한 불사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올해 태고종의 가장 큰 경사는 태고종 총무원이 12월 11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이하 전승관)내 이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종로 총무원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2004년 첫 삽을 뜬 후 3년 만에 완공된 전승관은 서울 사간동 법륜사 터 연건평 1천600여 평 규모에 지하 3층, 지상 3층으로 건립됐으며 낙성식은 내년 봄 봉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종단 내부에서는 발전의 기지개를 켜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종단외적인 대사회활동은 활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천태종
천태종의 가장 큰 변화는 행정수장인 총무원장이 26년만에 바뀌었다는 것이다. 1981년부터 천태종을 이끌어왔던 운덕 스님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제 14대 정산 총무원장이 4월 9일 단양 구인사 설법보전에서 취임식을 갔고 본격적인 집무에 들어갔다.
천태종은 올 한 해 복지 부문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재난 발생시 신속하게 구조 및 봉사활동을 지원하게 될 ‘천태종 재난구조봉사단’이 7월 26일 평택 법장사에서 결성법회와 함께 발족했다.
또한 천태종은 자유와 평화를 찾아 사선을 넘은 새터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새터민 템플스테이를 단양 구인사, 원주 성문사 등에서 다수 개최했다.
이 템플스테이에서는 예불의식, 관음정근, 다도체험 등을 불교문화와 습의의식 체험을 비롯해 촛불기도, 유서쓰기 등 이색 프로그램도 진행돼 새터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천태종립 금강대가 전국 사립대학교 중 교육여건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조사된 것도 천태종의 큰 자장거리다.
진각종
진각종은 올 한 해 창종 60주년 기념사업 전개를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세부계획 수립에 전력을 다했다. 통리원안에 대규모 밀교전승관 건립을 올해 확정했다. 종도들이 통리원을 찾아와 불공이외에도 문화와 예술을 통해 불교를 접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내년부터 기념사업회 차원에서 추진된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오던 진언, 찬불가 등 진각종에서 사용되는 모든 소리의 통일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도 올 한해 큰 성과로 지적된다.
이외에도 진각종은 ‘교육불사’를 통해 종단 내실다지기에 나섰다. 진각종은 올해 개설된 대구 의밀심인당과 포항 상륜심인당 부설 불교대학 등에 통리원차원에서 장소와 강사 교육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등 불교대학 활성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는 진각종이 올한해 총력을 기울인 ‘가족 포교운동’ 캠페인과 맞물려 큰 호응을 얻었다.
5년 임기를 마친 혜일 총인에 이어 진각종 제 10대 총인에 도흔 정사(경주 각성심인당 주교)가 10월 19일 추대된 것도 진각종의 큰 변화다.
국민전체의 70%가 불자인 나라 스리랑카에서 진각종은 11월 28일 의미있는 두 가지 행사를 개최했다. 회당학회가 켈레니아대학교 불교팔리대학원에서 주최한 ‘제4회 국제학술대회’와 네곰보 진각복지센터(JGO) 부설 유치원에서 진행된 졸업식이다.
진각종은 이번 학술대회를 한국과 스리랑카 불교의 유사성, 특히 각국 밀교의 뿌리를 조명하고 각국의 활발한 불교학 연구를 위한 계기를 만들고자 기획했다. 또한 2004년 개원한 네곰보 진각복지센터(JGO) 부설 유치원은 지난해에 이어 두배가 증원된 1백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진각종이 스리랑카 포교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며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