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지킴이 지율 스님의 단식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란으로 시작된 불기 2550년(서기 2006년). 조계종 종립 동국대가 건학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수난과 희망이 교차한 해였다. 어린이·청소년포교 전담팀 신설, 군포교 활성화 토대 마련, 도난성보 회수, 불교인재개발원 설립, 활발한 국내외 구호활동 등이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면 일산 황룡사 사기사건과 순천 선암사 폭력사태 등은 부끄러운 자화상을 드러냈다.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중앙승가대 봉은사 점거시위,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파행운영, 불교뉴라이트연합의 정치세력화 등은 불교계가 풀어야할 과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군포교 활성화 토대 구축
조계종 군종교구가 출범 첫해를 맞아 ‘한국불교의 미래 군불교’라는 교구 표어를 제정하고 교구 운영의 제도화, 선진교구 구현, 군장병 과반수 불자화를 위해 많은 사업들을 펼쳐왔다. 종단정체성 확립을 위해 종단의 종령체제 확립과 제반교육 참여 확대 등에 진력했다. 또한 만인동참 등 후원체계 마련과 군불교후원회 출범 등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비구니, 타종단 군승 파견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린이·청소년포교 전담팀 신설
2006년은 그동안 침체의 그늘을 벗지 못했던 어린이ㆍ청소년 포교가 비로소 다시 활성화된 해다. 조계종단 사상 처음으로 지난 9월 조계종 포교원 산하에 어린이ㆍ청소년포교 전담팀이 생겼고, 11월 11일 어린이포교전진대회가 열리는 등 어린이포교를 위한 준비가 가속화됐다. 이처럼 새싹포교에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12월 15일에는 어린이포교 단체들이 한데 뭉쳐 ‘어린이포교단체협의회’를 공식 발족하는 등 단체의 역량도 결집되고 있다.
도난성보 무더기 회수
올해는 ‘성보 문화재 회수 원년의 해’라고 기록될 만큼 도난 성보를 회수하는 성과를 냈다.
그 첫 단초는 6월 한국불교박물관으로부터 백양사 아미타극락회상도를 반환받은 것이다. 10월에는 불화, 석탑 등 전국의 사찰과 서원 등지에서 도난당한 문화재를 취득·은닉해 온 사설박물관 등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의해 적발됐다. 광역수사대는 해남 대흥사 영산회상도와 예천 한천사 지장시왕도 등 보물급 도난 성보 6점을 포함한 516점을 압수, 소유주에게 돌려줬다.
태고종 수난과 전승관 완공
태고종 일산 황룡사 주지 정모씨(42)가 신도들에게 종교사기행각을 벌여 물의를 빚었다.
지난 9월부터 태고종 총림인 순천 선암사에서 주지 임명권을 놓고 폭력사태가 발생된 것도 태고종단의 뼈아픈 상처로 기억된다. 선암사 사태는 재적승려들을 중심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12월 11일 태고종의 큰 숙원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이 기공한지 4년만에 완공돼 본격적인 종로시대를 열었다.
천태종 총무원장 26년만에 바뀌어
천태종의 수장이 26년만에 바뀌었다. 1981년부터 천태종을 이끌어왔던 운덕 스님의 후임으로 정산 스님이 4월 9일 제14대 총무원장에 취임했다. 이로써 천태종은 정산 총무원장 시대를 새롭게 열며 힘찬 도약을 시작했다.
운덕 스님에 이어 새롭게 행정 수반이 된 정산 스님은 취임사를 통해 “승려양성 및 교육제도의 체계화,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강화, 시대에 맞는 장례문화 대책 수립을 통해 종단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승가대, 봉은사서 집단기도·단식
중앙승가대 총동문회ㆍ대학원 원우회ㆍ총학생회가 서울 봉은사를 재정지원사찰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11월 6일부터 봉은사 보우당에서 무기한 집단기도정진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총동문회장 정념 스님을 비롯한 28명은 단식에 돌입, 중앙승가대에 대한 각종 재정적 지원을 이끌어냈다.
이 일로 조계종 기본교육의 중요성과 문제점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대중의 힘을 동원해 문제를 푸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조계종 중신회, 불교인재개발원 설립
한국불교 인재개발을 위한 큰 걸음이 시작됐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불교인재개발원(이사장 허경만)은 7월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설립대회를 개최했다. 설립 후 불교인재개발원은 각묵 스님 초청 특강, 간화선입문프로그램, ‘불교관계법 개선’ 관련 정책포럼, 올해의 인재상 시상 등을 하며 불교인재개발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불교인재개발원은 전문강사 및 불교인재양성, 불교 오피니언리더그룹 3000명 인재뱅크구축, 16개 광역단체 및 230개 기초단체 그룹 조직 등의 사업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동국대 건학 100주년
동국대가 건학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동국대는 △남한 건학기여 사찰기념비 건립 △북한 건학기여 사찰 방북 법회 △100주년 기념 수계 대법회 등을 봉행했다. 100년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100년사 편찬 △100년 사료 전시회 △타임캡슐 봉안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건학정신과 불교교육의 근대화 학술세미나 △건학 100주년 기념식 △100주년 열린음악회 △기념우표발행 등을 선보였다. 한편 동국대 새 총장에 오영교 前 행정자치부 장관이 선출됐다.
국내외 구호활동 활발
올 여름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가 강원도 등의 지역을 강타했을 때 불교계는 발빠른 구호활동에 나서 수재민과 지역민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특히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대와 평창 월정사, 속초 신흥사, 인제 백담사 등 피해지역 사찰들은 사찰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의 수재현장을 찾아 봉사의 구슬땀을 흘렸다.
뿐만 아니라 5월 인도네시아에서 지진피해가 발생하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과 한국JTS 등이 구호·봉사대를 현지에 파견, 국제재난구호활동에서도 한국불교계의 역할은 빛을 발했다.
‘불교환경의제21’ 선포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해마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이어지는 환경문제. 올해에는 대법원이 천성산 관통터널과 새만금간척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유난히 개발론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불교계에서는 종단과 사찰, 불자들의 환경지침서라 할 수 있는 ‘불교환경의제21’을 확정·선포했고, 빈그릇운동과 친환경공양미 실천운동을 꾸준히 추진했다. 또한 불자들이 지켜야할 5계를 근간으로 한 ‘환경5계’를 제정하기 위한 로드맵도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