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 스님은 법어를 통해 "일신이 청정하면 법계가 청정하고 일신이 혼탁하면 법계가 혼탁하다"며 "새해에는 저마다 세상의 주인이 되고 서로의 종(奴婢)이 되어 사람 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년법어 전문.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해서는 안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순수한 인간의 윤리적 본성이며, 존재의 실상을 궁구하려는 진솔한 철학적 삶의 태도인 것입니다. 색은 빛에 의해서 나타나고 불(火)은 태움의 대상이 있어야 발생하듯이 모든 사물은 스스로의 자성이 없어 대상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존재가 가능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존의 법칙은은 공존으로 내가 행복하고자 한다면 먼저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욕망으로 전도된 가치는 미혹을 낳고 미혹은 업을 낳으며 업은 고통을 수반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입으로는 진리를 말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이가 없고, 지식인이 많으나 지성적으로 행동하는 이는 드뭅니다. 자리(自利)에 집착한 나머지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타인에게는 혹독한 비판을 서슴치 않으며 나(我)만있고 우리(我等)는 없는 잘못된 풍토가 만연되어가고 있습니다. 생명을 경시하고 다툼이 치성하며 물질이 사람의 주인이 되는 세상, 도덕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힘이 곧 정의로 평가받는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이 아닙니다. 평화와 행복은 누구나가 희구하는 삶에 목표이자 최고의 보편적 가치입니다. 동서고금의 성자와 철인들이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가르침을 폈습니다. 그러나 평화는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성립되는 것으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차별됨을 인정하고 모자람을 서로 채워가는 공존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일신이 청정하면 법계가 청정하고 일신이 혼탁하면 법계가 혼탁합니다. 금년 한해는 저마다 세상의 주인이 되고 서로의 종(奴婢)이 되어 사람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