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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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운 스님 "참 회향 정신으로 폐간은 피해야"
보령 세원사 주지 정운 스님.
내가 컴퓨터 창을 띄우면 맨 먼저 만나는 화면이 붓다뉴스이다.
잠시 검색을 하고 다른 창으로 넘어 가는 것이 내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뉴스를 접할 때 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현대불교신문 폐간’ 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일까, 말 못할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설마 폐간까지 등등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접지 못하는 그 뉴스들 앞에 현실은 그다지 희망적이기 보다는 여기저기에서 ‘현대불교 폐간을 막아야 한다’ 는 여론만이 무성하여 그 심각성이 깊이가 짐작이 된다.

나는 시골에서 그다지 큰 사찰은 아니지만 사찰 하나를 일구어 냈고 또 이곳에서 청소년 사업을 11년째 하고 있다. 넉넉한 사찰살림이 아니기에 때론 어깨가 무겁고 힘이 들 때는 그냥 놓아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나 혼자의 생각이라면 걸망 하나 메고 훌쩍 떠나도 그다지 걸림이 없지만, 나 한 사람의 열정을 믿고 11년을 함께 일을 만들어온 직원들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고 훌훌 털어 버리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내가 모든 것을 털어 버리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직장을 잃게 된다. 자비의 덕목을 실천으로 삼는 입장에서 볼 때는 비불교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늘 법상에서 설법하는 내용이 내 행동과 일치하지 않다면 누가 불교를 믿고 스님들을 따르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받는 불교의 이미지, 스님이라는 이미지는 좋은 기억으로도 남지 않을 것이다. 함께 하면서 아무리 잘 베풀고 직원들을 사랑했을 지라도 결과가 나쁘면 그동안의 일들은 그 결과에 따라 평가가 될 것이다.

시작도 중요하고 잘 살기도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죽을(회향) 것인가? 그 죽음은 불교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단순한 죽음이 아닌 윤회에 입각한 회향의 의미는 바로 공생공존 하는 것이다. 나는 이 회향의 의미를 ‘웰다잉(well-dying, 잘 죽기)’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람이 태어나서 잘 살아야겠지만 어떻게 죽느냐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다.

그동안 한마음선원이 큰 노력과 많은 돈을 들여 현대불교신문을 발행해 우리 불교계에 적지 않은 포교의 일익을 담당해 왔을 뿐만 아니라 불교언론 발전과 불교의 사회화에 기여해 왔음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웰다잉(well-dying)''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현대불교신문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지금 안타까워하고 있다.
폐간결정 후 한마음선원도 이러한 큰 파장을 보면서 엄청난 괴로움을 껴안고 있을 것이다.

폐간이 우선이 아닌 신문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여 그 방법을 직원들과 함께 토론하고 스스로 굴러 갈 수 있도록 그 밑거름 역할을 해주는 것이 ‘참 웰다잉’ 인지도 모른다.

회향은 무엇인가? 모든 공덕을 나의 것으로 하지 않고 중생들에게 되돌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신문사 직원들은 그동안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나지 않고 살려 보겠다고 시간을 달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축적된 자료와 데이터를 양도해주면 스스로 굴러 갈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는가.

신문의 가치를 살리고자 하는 이들의 뜻을 우리는 방관하거나 묵과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들의 소리에 한 번쯤 귀기울여 보자. 그리고 지켜보자.

사찰을 짓고 불교회관을 건립하는 불사 이상으로 ‘현대불교’가 해온 문서포교의 거대한 영향력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본다.
현대불교신문 법공양페이지에 기록되는 큰스님의 말씀이 헛되지 않는 지혜로 신문이 폐간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정운 스님 | 보령 세원사 주지
2006-12-21 오전 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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