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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선원장 정찬 스님은 “중생들은 소를 타고 있으면서도 소를 찾아 헤맨다”며 “우리가 모두 불성을 갖고 있으나 불성을 항상 밖에서 찾으려고 하기에 괴로움이 생긴다”는 법어를 통해 내면의 불성을 찾는데 전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결제법어가 끝나는 순간부터 수행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깨달음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닐지라도 매 순간 깨어있는 자신을 만나고 싶은 열망 때문일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개원한 마곡사 시민선방도 스님들의 안거와 동일하게 수행정진을 하게 된다.
#휴대폰 자진 반납…용맹정진 서원
점심 공양 후 재가 불자들은 심검당에 모였다. 3개월 동안 수행정진하기 위한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을 받기 위해서다.
“참선은 견성성불의 지름길로, 불자라면 누구나 해야하는 수행법입니다. 참선을 할때는 허리를 펴고 마음을 정갈하게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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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전국 제방 선방에서 수행한 성천 스님이 입승 소임을 맡아 재가 불자들을 위해 참선의 자세와 선방 생활에 대한 청규를 설명하자 불자들의 눈빛이 강렬해 졌다. 시민선방에 방부 들일 때 마음먹었던 저마다의 각오를 다지며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듯 했다.
마곡사에서 포교 업무와 템플스테이를 담당하고 있는 맥산 스님도 시민선방 서기를 맡으며 3개월간의 정진에 동참했다. 결제 전날 3개월간의 용맹정진을 서원한 수행자를 중심으로 시민선방 운영을 위해 용상방을 짠 맥산 스님은 결제에 들어가기 전 대중들에게 소임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선관 거사님은 지전을 맡았습니다. 지전은 선방의 잡다한 일을 모두 도맡아 처리하는 소임입니다. 소연 보살님은 정통 소임으로 세면실과 화장실 등의 청소를 담당하시고, 양영필씨는 지객으로 선방을 찾는 스님이나 수행자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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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임을 맡은 수행자들은 합장 반배를 통해 소임을 열심히 수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입승스님과 서기스님의 이야기를 끝으로 10여 수행자들은 용맹정진을 시작했다. 시민선방이지만 이들의 일과는 스님들의 안거와 다를 바 없다. 새벽 3시에서 5시까지 예불과 입선을 시작으로 오전 8시에서 10시, 오후 2시부터 4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하루 8시간의 용맹정진을 한다.
또한 송담 스님과 전강 스님 등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들의 법문을 오디오 테이프를 통해 듣고 입승스님과 수행 문답을 하는 시간도 갖는다.
공양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여유시간 동안은 방선, 차담, 포행 등으로 자유롭게 정진할 수 있다. 삭발과 목욕은 초하루와 보름 전날에만 할 수 있고 차담 시간을 활용해 입승스님에게 자신의 수행 과정을 점검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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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송담 스님 법문 테이프 듣고 입승스님과 문답도
이번 동안거를 위해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고 방부를 들인 소연 보살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시민선원에 동참하게 됐다”며 “내가 누구이며 나는 지금 무엇에 끄달려 살고 있는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프리랜서 시각디자이너인 선관 거사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번뇌와 집착을 놓으러 왔다”며 “나 자신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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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승 성천 스님은 “안거 기간동안 정진을 오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정진에만 몰두하면 성성한 선기를 유지하기보다는 잡념이나 잠에 빠지기 쉽다”며 “재가자들의 안거수행이니만큼 하루 8시간의 가행정진동안만이라도 맑은 정신으로 집중한다면 참나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