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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12월 10일 서울 길상사 창건 9주년 기념 법회에서 길상사 창건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놨다.
법정 스님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얘기하는 것이라며 길상사를 아끼고 사랑해온 불자들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말한다”고 밝혔다.
스님이 처음 김영한 보살을 만났던 곳이 로스앤젤레스에서라고 회상했다. 1987년 송광사 불일암에서 거주하던 스님은 “겨울철 혼자 생활하는 것이 싫어서 송광사 LA 분원인 고려사에서 머물렀다”며 그곳에서 대원각의 주인인 김영한 보살을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대원각을 사찰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이미 그때부터 김영한 보살이 밝혀왔다. “그 제안에 마음을 내지 않고 있다가 중이 시주밥만 축내는 것에 대해 자책이 생겼다”는 스님은 “세상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맑고 향기롭게’ 운동을 시작했고 대원각을 받아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으로 삼게 됐다”고 그 인연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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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길상사가 창건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영한 보살의 재산관리인 측에서는 처음 사찰을 지으려고 했을 때 절 운영에 관여하는 이사 감사를 두겠다 제안했고 법정 스님은 율장에도 없는 얘기라면서 거절해 한때 사찰 전환 이야기는 유야무야되기도 했었다.
“내가 사찰 창건하기를 바라는 김영한 보살의 뜻이 워낙 강건하다보니 다른 스님이 창건하지 않고 9년 전에야 길상사를 개원하게 된 것”이라며 “창건 후 시주 보살이 돌아가시고 재산관리인 측이 소송했지만 기각당했다”고 창건 전후의 힘들었던 사정을 속속들이 토로했다.
스님은 또한 “사찰은 종단 공공시설이지 결코 개인시설이 아니다”라며 “부처님이 설하신 계율 중에 스님들이 함께 쓰는 사찰의 방사 전답 등을 일컫는 사방승물(四方僧物ㆍ모든 수행승들이 함께 사용하는 승단의 공유물)은 현재 스님들이 사사로이 쓰는 현전승물(現前僧物ㆍ한 사원에 현재 머물고 있는 수행승의 개인 소유물)과 달리 현전승들이 함부로 팔거나 사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길상사에 방 한 칸도 가지지 않았고 9년 동안 단 하루도 길상사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는 법정 스님은 “내가 이 도량에서 살지 않으면서 방을 차지하면 부처님 법에 맞지 않다”며 “부처님 가르침 따라 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