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해인사 승가대학이 경장과 선어록 중심의 교육에서 경율론 삼장에 대한 바른 안목을 두루 갖추는 교육이 되도록 교과과정을 개편한다. 또 전통교과와 현대교과를 병행하고, 교육시간 또한 기존 1교시 80분 강의에서 2교시 160분 강의로 확대실시하기로 했다.
교과과정 개편에 따라 치문-사집-사교-대교 반으로 구분됐던 학제도 1-2-3-4학년 편제로 바꿀 계획이다. 해인사는 12월 4일 청화당에서 제7차 임회를 개최하고 승가대학 교과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교과 개편안의 특징은 <서장> <선요> 등 선어록은 핵심내용만 간추리고 아비달마 중관 유식 등 경율론 삼장을 골고루 교과목으로 편성시킨 것이다. 또 불교사와 불교문화수행법 외국어 등 현대교과목을 강화했다. 특히 외국어는 전학년에 걸쳐 시행된다.
교수진도 강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교과목별로 스님 교수사나 대학 교수 및 강사 등을 초빙할 계획이다. 출석 20%, 수업태도 20%, 과제물 20%, 시험 40% 등으로 교육평가도 실시한다.
해인사는 교과과정 개편을 위해 9월 10일부터 종진(해인총림 율주), 지안(조계종 승가대학원장), 현응(해인사 승가대학 운영위원장), 종묵(해인사 승가대학 강주), 재연(실상사 승가대학 교수), 종림(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흥선(직지사 강주), 경성(중앙승가대 강사), 명법(운문사 승가대학 교수), 원묵(실상사 화엄학림), 도현(해인사 교무국장) 스님 등 16명의 스님들로 구성된 모임을 6차에 걸쳐 가졌다.
해인사 승가대학 운영위원장 현응 스님(해인사 주지)은 “해인사 강원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이 같은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며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인사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조계종 교육원은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해인사의 방향설정에는 동의하지만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즉 전통강원의 변화는 필요하지만 교육원과 충분한 사전 협의가 부족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해인사만의 실험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강원교직자협의회장 우진 스님도 사견임을 전제로 “변화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조계종 교육의 큰 틀에서 볼 때 개별사찰 차원에서의 추진은 이념적 통일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교직자협의회는 12월 16일 회의를 열고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