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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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사찰생태기행]영축산 통도사
'무풍한송'의 뒤틀림 승천하는 龍 형상
낙동정맥은 우리나라 13정맥의 하나로, 백두대간 태백의 구봉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백병산-백암산-주왕산-가지산-금정산-몰운대로 내려와 남해로 침잠하는 산줄기이다. 해발 1,050m인 영취산은 그 가운데 가지산과 금정산 구간에 위치해 있다.

부처님 당시 마가다국 왕사성의 동쪽에 있던 그라드라산의 한자 지명을 빌어서 영취산(靈鷲山), 취서산(鷲棲山), 영축산 등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 양산시에서 여러 지명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하여 ‘영축산’으로 통일했다.
통도골

통도사는 신라 제 27대 선덕여왕 15년(646) 자장율사에 의해서 창건되었다. 자장율사가 창건한 적멸보궁들은 모두가 경주에서 먼 변경이거나 오지이다. 그런데, 경주와 인접한 양산에 적멸보궁을 세운 것은, 잦은 왜구의 침략을 막고, 신라 왕실에 버금가는 반신라적 집단을 제압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통도사 첫 걸음은 35번 국도변에 있는 국장생(國長生)이다. 고려 선종 때(1085년) 사역(寺域) 표지와 비보(裨補)를 목적으로 세운 것으로, 이 유물의 이면에는 천재와 인재로부터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당시의 소망이 담겨져 있다. 현재 장생표는 1천년 동안이나 지상에 노출되어 산성비와 도로의 먼지 등으로 훼손된 상태이므로 보호각이 시급하다.

통도사 통도골 들머리는 물길과 숲길이 함께해서 느낌이 좋다. 통도골은 산내암자들이 많다고 일찍이 절골이라고 불려져왔다. 절골 일대는 양산천의 최상류지역이다. 양산 신도시를 비롯해 골프장과 쓰레기 매립장 건설 등으로 해서 양산천 환경이 많이 나빠졌지만, 몇 곳에 수달이 서식하고, 통도골 아래까지 은어가 올라올 정도로 생태기대치가 아직은 높다.

통도사 생태탐방은 세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 좋다. 매표소-통도사, 통도사-서운암, 통도사-백운암까지 세 구간이다.
통도사 들머리길은 차도와 인도로 나누어져 있다. 인도는 집단시설이 있는 사하촌과 거리를 두고 있어서 번잡스럽지 않아 걷기에 좋다. 다만 포장도로라는 점이 좀 아쉽다. 차도가 따로 있기 때문에 아스콘을 걷어내고 흙길로 복원하는 것이 좋다.
통도사 장생표

통도사는 들머리 소나무 숲길이 그윽해서 좋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무풍한송(無風寒松)’은 위로 올라갈 수록 줄기가 붉은 전형적인 적송이다. 이를 두고 옛 사람들은 적룡(赤龍)이라고 불렀다. 송피(松皮)를 일명 적룡피라고 하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또한, 꿈틀거리지 않는 것은 용이 아니다. 무풍한송은 하나같이 용틀임하는 자세이다.

경내로 들어서니 지열냉난방공사가 한창이다. 지열냉난방이란 지구 내부에서 표면을 거쳐 외부로 나오는 지열(地熱)을 이용해 냉난방을 하는 것이다. 겨울에는 지하가 지상보다 따뜻하고, 여름에는 지하가 지상보다 시원하다는 점에 착안한 신기술이다. 친환경적이고 반영구적이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 결점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주변 식생이 아까와는 확 달라진다. 자유분방했던 적송들이 사라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게 꼿꼿이 자란 전나무들이 병사들처럼 도열해서 흐트러진 경건을 일깨운다. 길도 천왕문까지 박석이 깔린 직선길이다.

통도사는 불보사찰답게 규모도 크고 전각의 동수도 많다. 가람배치가 자유분방하게 느껴지는 것은 창건 후 끊임없는 증축으로 인해 가람배치의 정형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극락암-비로암 가는 서어나무 숲길

대광명전은 다른 전각에 비해 용 조각이 유난히 많다. 천장 아래도리에 ‘吾家有一客 定是海中人 口呑天漲水 能殺火精神(오가유일객 정시해중인 구탄천창수 능살화정신)’이라는, 수신(水神)을 찬탄하는 글귀가 남아있다. ‘천창수(天漲水)’란 하늘에 넘치는 물을 가리키는데, 곧 비를 말한다. 용이 비를 내려 화재를 막아낸다는 의미다.

금강계단을 비롯해 경내 주요 전각의 보머리에 소금단지가 얹혀져 있다. 소금은 화재를 막기 위한 벽사물로, 바닷물을 상징한다. 통도사에서는 매년 단오에 소금단지를 내리고 새로운 소금을 갈아 넣는다. 종이로 봉한 후에는 바닷물임을 상징하기 위하여 ‘물 수(水)’자를 종이 위에다 쓴다.

경내의 주요 조경수로는 불이문 옆 향나무, 대광명전과 황화각 앞 파초, 영각 앞 동백과 꽃사과, 양산전 옆 오죽, 능견문 굴뚝의 담쟁이 등이 눈에 띈다.

통도사는 산내암자를 무려 20개나 거느리고 있다. 하마비가 있는 삼거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그 암자들을 순례할 수 있는 길이 이어져 있다. 함부로 내달리는 차량만 아니면 걸어다녀도 좋을 길이다. 길섶과 산자락에 말불버섯, 광대버섯을 비롯해 몇 종류의 버섯이 관찰되고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버섯도 제철이 끝난다.

서운암과 자장암 주변으로 사찰 소유의 논들이 남아있다. 소작을 준 곳도 있지만, 장밭들 논은 통도사 대중이 직접 농사를 짓는 논이다. 봄이면 모를 심고, 가을이면 나락을 거둔다.

서운암은 야생화와 과수원과 도자기와 재래장 등으로 이미 여러 차례 매스컴을 탄 곳이다. 삼천불전은 서운암의 큰 법당으로, 도자로 빚은 삼천불도 볼만 하지만, 삼천불전 바닥에 멍석을 깐 것도 독특한 발상이다. 매년 봄이면 서운암에서 들꽃축제가 열린다. 가을엔 벌개미취와 코스모스 세상이다.
자장암 가는 길의 논들

안양암은 통도사 계류 건너 맞은 편 안산에 있다. 통도사 산내 암자의 마당들은 자갈마당과 잔디마당으로 통일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안양암을 비롯해 보타암, 취운암, 극락암 등등 절반 이상이 자갈마당이다. 마당에 자갈을 깔면 잡초 관리가 쉽긴 하지만, 복사열이 만만찮고, 전통조경과도 거리가 멀다. 곳곳에 ‘黙言(묵언)’ 팻말이 붙어 있지만, 마당에 깔린 자갈 소리가 더 시끄럽게 들린다.

통도사와 산내암자 일원에서 관찰되는 국화과 초본으로는 버드쟁이나물, 산국, 구절초, 까실쑥부쟁이, 등골나물, 이고들빼기, 왕고들빼기, 참취 등이 있다. 그 밖에 층꽃나무, 익모초, 야생마, 나도송이풀, 며느리배꼽, 타래난, 산박하, 부처꽃, 거북꼬리 등이 꽃을 피웠다.

여름철새들이 떠난 가을날의 조류상은 어딜 가나 단순하다. 조사 기간 중에 박새류와 딱따구리류를 비롯해 직박구리, 딱새, 어치, 까치, 참새, 꿩 등과 같은 텃새들이 주로 관찰되었다. 개울에서는 쇠백로, 해오라기, 물까마귀, 할미새, 노랑할미새 등이 관찰되었다.

3구간에는 아래쪽부터 자장암, 서축암, 금수암, 반야암, 극락암, 비로암, 백운암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자장암으로 가는 계류에는 넓은 반석들이 깔려 있고, 그 위로 차고 맑은 계류가 유리판처럼 흐르고 있다. 소에는 버들치와 갈겨니들이 한가로이 유영을 하고 있다. 이곳이 통도사 팔경 중의 하나인 자장동천이다.

관음전은 자장암의 법전이다. 다다미 바닥을 뚫고 솟은 칼바위가 법당 안팎에 걸쳐 있다. 바위 하나라도 상하지 않게 절을 건사했던 옛 스님들의 지혜와 자연사랑을 엿보게 한다. 칼바위는 바닥에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다. 관음전 뒤 암맥과 이어져 있다. 암자를 짓기 위해 그 바위를 건드리는 것은 곧 영취산 산체를 건드리는 것이라고 여겼다.
층꽃나무

관음전 뒤로 가면 소문난 금와보살(金蛙菩薩)이 살고 있다. 불심이 깊은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금와보살은 고맙게도 조사기간 중에 여러 차례 밖으로 몸을 나투었다. 금와보살 정체는 생물분류학적으로 청개구리이다.

금와보살이 가끔 다양한 색상을 띠고 나타는 것은 청개구리 본래의 보호색 때문이다. 회색일 때 더욱 많이 나타나는 얼룩 무늬도 보호색의 하나이다. 청개구리는 키 작은 관목이나 초본이 있는 환경을 좋아하는데, 관음암 주변이 바로 그렇다.

반야암 가는 숲길 오른쪽은 습윤한 지역이라 멀리까지 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따금 멧돼지들이 새끼들까지 데리고 원정을 내려와 논을 작살내놓고 간다. 조사기간 중에 만난 주민들의 성화가 대단했다. 멧돼지들이 내려오는 까닭은 잘 자란 나락(벼)을 먹는 데도 있지만, 물이 칠벅한 논바닥에 뒹굴어서 몸에 붙은 기생충을 없애기 위함이다.

극락암 경내의 산정약수비(山精藥水碑)는 경봉선사가 남긴 유물이다. “사람과 만물을 살려주는 것이 물이다. 넓고 깊은 바다를 이루어 많은 고기와 식물을 살리고...”하는 비문은 그대로가 환경법문이다.

경내의 감나무 노거수는 열반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줄기는 부후(腐朽) 현상으로 심하게 썩었는데, 썩은 줄기 속에 컴지막한 돌 하나가 사리처럼 박혀 있다. 유실수 시집보내기[嫁石] 흔적 같다. 유실수 시집보내기 풍속은 유실수 줄기 사이에 돌(嫁石)을 끼워 나무에게 위협을 주면 위기를 느낀 나무가 자신의 종자(열매)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열매를 많이 다는 현상을 이용한 풍속이다.

몇 그루의 은목서가 하얀 꽃을 수없이 피워놓고 진한 향기를 날리고 있다. 은목서는 중국 원산의 상록난대관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경남과 전남 등 남부지방에서 조경수로 키우고 있다. 절집에서는 송광사와 선암사에서 볼 수 있다. 금목서는 봄에 피고, 은목서는 가을에 핀다. 두 종류 모두 향기가 진하다.

최근에 통도사 일대에 소나무 재선충으로 비상이 걸려 있다. 양산시 전체 산림 3만6천㏊ 가운데 250여㏊가 재선충에 감염되면서 통양산시에서 일원에 헬기를 투입하여 통도사 일원에 항공방제를 하는 한편 극락암 일대에서는 1만 4천 그루의 노송에다 일일이 구멍을 뚫어 재선충 예방약인 아바멕틴을 주사하였다.

비로암은 물을 살린다는 활수고(活水橋) 건너에 있다. 다리 이름이 독특하다. 물을 살리는 방책으로는 숲을 가꾸는 것이 제일이다. 극락암에서 비로암으로 가는 초입의 서어나무 군락들이 주는 눈맛이 일품이다.

비로암을 나오면 백운암을 지나가는 등산로가 정상까지 나 있다. 정상까지는 암산의 특징이 유감없이 드러나는데, 급한 경사와 험한 지형이 그것이다.
김재일 | 사찰생태연구소장
2006-12-30 오전 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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